• [일상] 유보통합과 누리과정에 대하여2015.12.23 PM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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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번 올렸던 건데 조금 수정했습니다.

절대다수의 루리웹 분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유부남, 유부녀 분들도 있으니 적어봅니다.

거의 모든 어린이집교사는 그렇지 않겠지만...

저는 지금 이대로의 유보통합에 반대합니다. 어린이집 교사 입장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생겨버렸습니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을 말합니다.

2014년부터 추진되었죠.

알려진 내용이라고는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존재하는 어린이집을 유치원이 있는 교육부로 이관시키겠다는 것 뿐입니다.

파란지붕 큰언니 공약사업이었죠. 보육교사 입장에선 꽤나 기대감은 증폭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TF팀이 1년 이상 활동 중이란 것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세부사항도 거의 다 결정되었습니다. 발표만 안됐을 뿐이죠.

보육교사가 알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많은 내용을 사전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 먼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흔히들 우리는 어린이집의 상위 호환을 유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은 보육기관,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죠.

반은 맞고, 반을 틀립니다. 일단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5살 부터 7살 유아들에게는 '누리과정'이란 보육 프로그램이 똑같이 진행됩니다. 쉽게 말하면 유아용 교육과정입니다.

요즘 뉴스를 틀때마다 등장하는 그 누리과정 맞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둘 다 누리과정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정확하게 누리과정대로 교육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누리과정에서 7살에게 맞는 산수능력만 예로 들어도 왜 그런지 이유가 나옵니다. 7살의 유아가 누리과정만으로 교육한다면 숫자 20까지만 셀 수 있으면 끝입니다. 거기서부터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배우면 됩니다.

엄청나죠. 누리과정 없이 4살짜리도 가능합니다.

저희 어린이집 7살은 8월부터 구구단을 하고 있습니다. 6세에 기초적인 덧셈 뺄쌤을 배우고, 최소한 천단위까지는 세는게 요즘 유딩들입니다.

뭐 크게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교육과정상 그정도가 적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요구는 물론 아이들의 호기심도 충족 못시키고 있긴 합니다. 특히 7세에게 원하는 부모의 요구는 장난 아닙니다. 초등학교 저학력 수준은 되도록 요구하거든요.

결국 그냥 과정상 주제만 배끼고 내용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누리과정 비용으로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겨우 그정도의 과정입니다. 뭐, 돈없으면 뛰어넘어 교육하는 것도 당연히 힘듭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어린이집은 부모의 요구도 유아의 요구도 맞추기 어렵습니다. 유치원은 그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교사의 능력과 자질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시간입니다.

병설 유치원의 경우 교사는 아이를 보육하지 않습니다. 교육기관답게 교육을 목적으로 합니다. 두시 이후에 퇴근때까지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남아있는 아이의 경우 방과후 활동이나, 에듀케어 선생님 등 담임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아이를 돌보아 줍니다. 흔히 말하는 '종일반'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린이집에는 '종일반'이란게 없습니다. 그냥 다 '종일반'이거든요. 누리보조선생님등이 있지만 다음 수업 준비할 여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쪽은 보육까지 해야하거든요.

그리고 이건 어린이집의 태생적 문제점이자 우리가 지고갈 문제점이기도 한 영아보육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발상하는 일입니다.(영아보육에 관련된 문제점은 이전에 쓴 글에 자세히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물론 어린이집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 7세 유아의 경우 학원등을 이유로 빠르게 하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린이집도 물론 있습니다. 분위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이 하원하지 않는 어린이집의 경우 그러한 '학원'의 기능까지 어린이집에 요구하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이 그래요. 7세 선생님 눈에 다크서클 있어요.

실제 세간의 눈도 교육자인 '유치원 교사'를 어린이집 교사의 상위호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육교사 자격증과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의 교육과정만 보면 그 말이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국공립어린이집 정도 되면 거의 90% 유아교육과 출신입니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죠.

10%인 제가 할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사회복지 커뮤니티 더나은복지세상에 따르면 전국에는 4만개의 어린이집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교사만 30만명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뭉친적이 없어요. 전국 어린이집 연합회도 없습니다. 즉 힘이 없는 집단입니다.

반대로 유치원의 경우 파워가 강했습니다. 오래된 커뮤니티에 전국 유치원 연합이라는 막강한 배경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립 유치원 원장님들이 지금 유치원을 문 닫을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바로 그 유보통합때문에 말입니다.

어린이집이 원한 것은 유치원 수준의 복지였습니다. 그리고 유치원은 어린이집이 자신들과 나란히 선다는 데 반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아직 공개적응로 뚜껑이 열리진 않았지만, 반쯤 요리된 유보통합을 살짝 열어보니...

아뿔싸 이게 왠걸? 유치원을 어린이집 수준으로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집의 경우 국가 위탁형태로 운행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가정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국공립 어린이집 모두 그렇습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고, 국가에서 교사와 원장에게 월급을 줍니다. 그리고 남는 돈은 어린이집에 대한 재투자로 써야합니다.

가정과 민간은 개인재산이지만 그런형태로 운영이 이루어집니다. 존나 이해안되죠? 무상보육이후 그렇게 됐습니다.

국공립과의 차이는 있습니다. 지원금도 적고, 교사 수당도 원장 개인 재량이라... 이부분에서 교사의 월급차이가 발생합니다. 좋은지 나쁜지 애매모호합니다.

그리고 유보통합 이후 사립 유치원을 저런식으로 운영하겠다는게 지금 이루어지는 유보통합의 추진내용입니다.

교육부가 유치원의 뒷통수를 친거죠.

만약 저대로 된다면 유치원의 복지수준이 곤두박질 칠지도 모릅니다.

어린이집 수준의 열악한 환경을 사립 유치원에게도 적용될지 모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악영향은 결국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유치원 원장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원장 월급부터 반이상 곤두박질, 교사 처우도 MIA, 아이들에 대한 복지도 다 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제대로 멋진 하향평준화의 맛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 모든건 2017년 안에 마무리된답니다.
댓글 : 1 개
좋은것과 나쁜것을 합쳐서 다같이 나쁘게...

이번 정부 슬로건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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