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가만히 죄지었던 썰2018.01.31 PM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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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얼마안됐을때 일임

 

그때 지하철역에서 일하고 있었음. 왜 그 지하철 자동발매기 있잖음. 그거 수리공으로 매일 12시간씩 일주일에 7일 갈리던 때의 일임.

 

내 인생 처음으로 회식이란걸 함. 얼큰히 술에 취해서 5호선을 타고 장한평역에서 내림.

 

장한평이라 하면 아시는 분은 아실텐데... 좋은 곳(?)임.

 

당시 장한평은 마사지방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중이었던것 같음. 아직 커피숍거리로 개조되기 전이란 이야기임.

 

나는 항상 장한평에서 내리면 집까지 걸어감. 집이 가까운편은 아닌데, 그거라도 안걸으면 진짜 운동을 안하기에 걸어다녔음.

 

시간은 밤 11시 무렵 가을이라 너무 덥지도 않았기에 평소처럼 집까지 걷기 시작했음.

 


지도1.png

 

이게 장한평역에서 우리집까지 지도임. 빨간 선이 그 날 내가 이동한 루트.

 

사실 장한평역에서 우리집 근처까지 가는 버스는 상당히 많았음. 2211같은 걸 타면 바로 앞에서 내려주기까지 함.

 

절대 버스비가 없었던 거 아님. 운동겸해서 걸어다닌거임.

 

내가 그녀를 의식하게 된건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임.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고있는 그녀가 30미터 앞에서 걷고있었음.

 

막 전역한 혈기왕성한 20대인데 의식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미리 말하는데 변태아님.

 

그냥 하얀색 옷이 눈에 띄어서 의식한거임!

 

그리고 남자가 변태인게 죄가 아니잖음!

 

어쨌건 나도 걸음이 빠른 편인데 따라잡지도 못하고 그렇게 쭉 걸어가고 있었음

 

지하철역을 벗어난지도 존나 오래 됐는데 이 여자가 계속 내 앞에 있는 거임.

 

몇번 뒤를 돌아봤던 것 같기도 함. 걸음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나는 매너남이라 생각을 했음.

 

이대로면 저 여자가 존나 불안하겠구나. 아 아마 이미 늦었던 것 같지만.

 

저 그림의 빨간 선이 내가 집까지 이동한 루트임. 나름 마지막에 평소에 가지 않는 어두운 길로 돌아서 간건데...

 

하지만 무서워서 다시 큰길로 돌아섰더니 아뿔사

 

그 하얀 미니스커트 님이 다시 내 앞에 있는 거임.

 


지도.png

 

저 여자는 파란선으로 이동했던 거임. 원래 내가 가려고 했던 루트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음.

 

내가 갔던 길이 나름 지름길이라 이 여자와의 거리가 오히려 좁혀져버린 거임. 이제는 10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음.

 

이때부터 여자가 막 뒤를 돌아보며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하며 걷기 시작함.

 

집까진 얼마 안남았는데...

 

그래서 난 꿋꿋하게 집을 향해 걸었음.

 

여자는 계속 뒤돌아보고, 나는 그냥 걷고...

 

아파트 앞에 들어서자 이 여자가 아예 뒤를 보고 걷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미친듯 소리를 지르며 뛰어서 아파트 안쪽으로 사라져버림.

 

하이힐 신고...

 

아팠을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일을 한것 같음.

 

눈 마주쳤을때 웃어줄걸 그랬나?

댓글 : 4 개
웃어줬으면.....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성님....왜 그러셨어여;;
헐 같은 동네의 정
계용묵의 구두라는 소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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