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티아고 순례길 (2014)] [4 Day] 2014년 3월 5일 팜플로냐 - 푸엔테 라 레이나 21.8km2016.12.27 PM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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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날씨가 좋았다.

아침엔 좋다고 신나게 나왔는데 해가 머리위에 수직으로 올라간 후에 깨달았다.

내 선크림은 10,000 km 떨어진 서울 내 방 책상위에 있다는걸. 

(결국 선글라스 제외한 얼굴 부분이 다 익었다. ㄱ-..) 



(근린공원 아니다. 팜플로냐 대학 캠퍼스와 시 외곽 도로 연결되는 길이다.)


불과 어제 밤 까지 늦가을~초겨울 사이 같던 날씨가 오늘은 봄이다.

팜플로냐에서 카미노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데 프랑스길에서 만날 수 있는 첫번째 대도시라 버스도 구하기 쉽고 첫 날부터 산을 넘으면서 순례를 시작하는것보단 여기서 하는게 더 쉬워서 그렇다고 한다.




캠퍼스 외곽을 가로지르는 이 길을 따라가면 도로가 나오는데 30분 정도 걸어가면 위성도시면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사수르 메노르'가 나온다. 

어딜가나 대도시 외곽에는 부자들끼리 모여사는 부촌이 꼭 있나보다.



사수르 메노르 끝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걸어 가야 할 방향을 봤다.

저 산인지 언덕인지를 오르면 '알토 데 페로돈', 우리 말로 하면 '용서의 고개' 가 나온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는다.

앞, 뒤로 아무도 없이 나 혼자기 때문에 내 발자국 소리 말고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환한 대낮에 저렇게 맑은 하늘만 보면서 걸어봤던 기억이 있었나??



넓은 길이 끝나고 길이 좁아지면서 경사도 올라가기 시작한다.



좁은 길을 올라가면 아스팔트 도로와 교차하는 길을 만나는데 이 곳은 샤를마뉴 대제의 기독교 군대가 

무슬림 군대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곳 근처라고 한다.

여기서 아홉 기사 중 으뜸이었다는 롤랑도 전사하고 샤를마뉴 대제는 결국 왔던 길 그대로 퇴각을 했다는 이야기.



언덕을 또 오르다 보면 길이 자갈로 바뀌고 풍력 발전기가 서 있는 산 능선이 시야에 잡힌다.

풍력발전기가 있다는 건 바람도 강하다는 뜻인데 옆에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꽤 좋다.

페로돈 언덕에 거의 다 도착한것 같다.



언덕에 올라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봤다.

오늘 지나쳤던 작은 마을들, 사수르 메노르, 팜플로냐,저 멀리 끝에는 눈 덮힌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설마 피레네 능선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피레네 능선이 맞다고 한다. 

'괜히 산맥이라고 부르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해발 750m 알토 데 페로돈(Alto de perdon.) 용서의 언덕.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

모든 순례자들은 고향에 남아있는 자기가 상처를 준, 혹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바람이 강한 고개를 오르며 용서해야 한다는 뜻이랜다.(옆에서 말해준건데 영어가 짧아서 대충 저렇게 밖에 못 알아들음..ㅠㅠ)




언덕위에는 철로 만들어진 순례자 조형, 저 무너진 건물 잔해 같은 건물 외벽, 내리막길과 이정표 하나만 있다.

그리고 바람으로 따귀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분다.




떠나온 곳과 가야 할 곳이 표시된 이정표.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가는 중이다.


 


내려가기 전 언덕에 걸터앉아 잠시 쉬는데 언덕에 누가 두었는지 모를 꽃이 한 무더기가 놓여있다.

누가 일부러 심은 꽃은 절대 아닐테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고 경사가 급해서 확인하러 내려가지는 않았다.



내려 갈 채비 끝내고 의미없는 그림자 사진.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 

높은데서 보니까 저 멀리 끝에 오늘 갈 곳이 보이기는 한다.

순례자의 길은 기본적으로 고도가 높은 스페인 북부다. 

여기에 산까지 올라왔으면 시야가 매우 넓어진다.

즉, 보이는 거리는 실제보다 훨씬 멀다. 

그래서 3시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비탈길을 거의 다 내려간 후 나온 휴식장소. 성모상이 서 있다.



성모상 옆에는 뜻 밖의 벚꽃이 펴 있었다.

귀국하면 4월 중순이라 한국은 이미 다 졌을테고 스페인 와서는 눈보라 몇 번 얻어맞고 이런건 못 볼 줄 알았다.

어제까지는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봄. 참 신기한 체험이다.

(나중엔 하루에 가을, 여름, 봄, 겨울 순서로 4계절 다 체험 함)




아직 내 몸은 배낭에 적응이 덜 되어서 750m 고개를 넘고 나니 체력이 딸린다.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는 늦어졌고 시에스타에 막 접어들었을때 오바노스에 도착했다.

오바노스 광장에 있는 이 성당에 야고보 상이 있다는데 시에스타라 그런거 없다 문 걸어 잠궜다.

이미 배고파서 눈에 뵈는게 없기 때문에 강행돌파다.(좀 더 일찍 와서 저 성당을 둘러 봤어야 했다. ㅠㅠ..)



오바노스 광장, 가운데 있는 우물은 말라 있었고 거미줄만 가득했다.

사진이 전체적으로 쨍~ 한데 이건 카메라 성능이나 화이트 벨런스 문제가 아니라 햇살이 저 정도로 강하다.

스페인이 괜히 '태양의 나라' 라 불렸던게 아니며 대낮에 공무원이고 뭐고 2시간이나 낮잠자는 시에스타가 있는것도 이해가 갈 정도로 햇빛 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뜨겁다.



햇빛은 뜨겁고 배는 고프고 반쯤 혼이 나간채로 푸엔테 라 레이나 도착!

마을 입구에 알베르게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대충 씻고 나니까 좀 살것 같았다.


 

그래서 저녁 먹기 전까지는 시간도 좀 남아서 알베르게에서 가까운 카페를 가봤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비싼데 여기서는 저거 1유로다. 1,500원. 심지어 그란데 사이즈로 시켜도 놀라운 가격 1.10 유로. 


저녁식사는 알베르게에 다른 순례자들 더 들어오고 나서 다 같이 파스타 해 먹고 스크럼블 에그 해 먹고..

마무리는 롸끈하게 와인 + 맥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




물, 음료            - 2.10 유로.

물, 맥주, 초콜렛 - 2.10 유로

알베르게           - 5 유로

커피                 -1.10 유로

저녁, 다음 날 아침, 점심 준비 - 2,70 유로


총 13.00 유로 사용

댓글 : 2 개
딱 1년전에 저기 다녀왔습니다. 한걸음씩 발로 걸은 길이라 사진보니 다 기억나네요. 왠지 고향보는 기분이에요 그러고보니 내가 더 최근에 댕겨왔네요 ㅋㅋ
작년에 다녀오셨다니 괜시리 반갑네요^^ 저도 다녀온지는 꽤 되었는데 사진만 봐도 생생하게 기억나는게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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