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탄압 반대] 게임 중독법 찬성측에 대한 반박2014.05.22 PM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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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을 많이 하면 짐승뇌가 된다
-> 이 논리의 시발점은 일본의 '모리 아키오'교수가 제창한 게임뇌 이론이라는 가설인데, 이 가설은 이미 숱한 정신의학 관련 과학자들 및 동시기에 유명세를 탄 뇌단련 시리즈 등의 기능성 게임에 의해 철저하게 거짓으로 드러난 사이비 가설이다. 뇌단련 시리즈의 이름은 게임뇌 이야기에 혹하는 부모 세대에서도 한번쯤 들어본 분들이 계실 것이다.
또한 저 이론을 제창하는 많은 소위 자칭 지식층들이 게임을 멀리하고 독서를 권장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게임뇌에서 이야기하는 '게임을 할 때의 뇌파의 변화'가 독서중인 사람에게서 완전히 동일하게 나타난 반증도 존재하였다.


2) 게임 자체가 사람을 딱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중독적인 부분이 있지 않느냐. 아이한테 게임을 딱 30분만 하고, 아니면 이번판만 하고 끄라고 했지만 계속 하더라.
-> '게임이라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30분이니, 한판이니 하는 얕은 생각으로 제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축구는 전후반 90분을 해야 '한 경기'가 끝나고, 야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9회말까지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한 경기가 끝난다.
부모님들이 자주 보는 드라마가 평균 한시간 정도 방영한다고 쳤을 때, 이것을 하루에 딱 30분만 보고 끄라고 강제한다면 단 한편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딱 30분만 하는 축구'는 전반전조차 마칠 수 없고, '이번 판만 하고 그만두는 야구'는 1회초에서 중단되어 공격과 수비가 교대해보지도 못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일정 시간동안 과제를 클리어해야 하는 게임도 있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수 있는지의 기록을 겨루는 게임도 있고, 게임내에 규칙으로 정해진 중간 지점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지난번 중간지점 이후로 들였던 노력은 완전히 없었던 것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러분이 시청하는 한시간짜리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으면 다음 편이 방영되지 않는다'라고 가정할 때, 여러분은 '하루 30분만 보라'는 지시를 수긍할 수 있는가?

2013년 미국에서 발표한 가정에서의 게임 사용 형태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려 90퍼센트 이상의 부모가 '자녀가 즐기는 게임 컨텐츠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자녀가 축구 게임을 즐긴다면 최소한 90분의 전후반 플레이를 허락하고, 야구 게임을 즐긴다면 9회말까지 진행할 것을 허락한다는 소리이다.
'30분만 하고 꺼라', '이번 판만 하고 꺼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과연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의 '한 판'에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그 게임의 규칙과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계신가?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야 그 게임이 '한판만 더 하고 끝낼수 있는' 게임인지, '30분만 더 하고 끝낼수 있는' 게임인지, 그리고 그 30분이라는 시간은 긴 것인지 짧은것인지를 비로소 논할 수 있다.


3) 영화나 비디오처럼 눈으로 보는것에 비해 게임은 체감 컨텐츠니까 더 자극이 심하고, 이게 중독성으로 이어지는것 아닌가?
-> 중독이라는 현상의 주체는 그 대상물이다.
대상에 함유된 화학적 혹은 기타 성분에 의한 효과가 인간의 뇌에 의존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는 곧 보편적인 다수의 인간에게 공통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 됨을 의미한다. 술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걸 원수 보듯이 싫어하고 꺼려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게임을 하고싶지 않은데 몸이 멋대로 게임을 하게 만든다'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게임 과몰입이라는 명칭은 성립할 수 있어도 게임 중독이라는 명칭은 성립할 수 없다.

중독과 과몰입은 원인도 해결방법도 정 반대이다. 이걸 인정하고 파악하지 못하면 결코 게임 과몰입을 치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상황을 가속시킬 뿐이다.

중독이란 대상이 싫어도 몸이 그만두지 못하는 네거티브한 감정이다. 중독 물질을 차단하는게 일반적인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금단 증상을 완화시킬 부가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어쨌든 최종적인 목적은 그 사람의 삶에서 중독물질 - 마약, 술, 담배 - 라는것만 쏙 사라진 상태로 정상 생활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방향성이다.

그러나 과몰입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포지티브한 감정이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것만을 쏙 없애버리고 어떠한 즐거움을 남겨두지 않은 삶의 모습이 과연 '치료'인가? 혹자는 '다른 즐거움을 찾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즐거움과 행복의 주체는 나이다. 결코 다른 사람이 억지로 제시한 대안이 나의 근본적인 행복이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살다보면 결국 사랑하게 될테니 상관없다며 남녀를 갈라놓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이다.

부모님들이 볼 때는 '공부는 유익한 것, 게임은 해로운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공부란 숨막히는 강요, 게임은 몇 안되는 숨통이자 삶의 즐거움'인 것이다.


4) 실제로 게임에 푹 빠져서 학업도 직장도 가사도 방치하고 폐인처럼 살다가 사고 치는 인간들이 있지 않느냐? 이래도 게임 중독이 아니라는 건가? 과몰입이라고 명칭을 바꾸면 뭔가 달라지나?
-> 그 사람은 왜 그토록 게임에 빠졌을까? 사람의 뇌는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싫증과 피로를 느끼게 마련이고, 그들 또한 인간의 육체를 가진만큼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과도하게 게임에만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이 대답은,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는 사람도 과도하게 즐기는 사람도 모두가 이미 알고있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중독법 찬성측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비수와 같은 진실이기도 하다.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하나, 자신이 사는 현실 사회가 게임속 세상보다 더 끔찍하고 싫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매달려서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고 지긋지긋해진 게임속 세상'이, 그래도 게임 바깥 세상보다 매력적이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게임에 과몰입한다.

아니, 게임에 국한된 이야기도 하니다. 사실 게임이라는건 그 도구인 PC가 집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수 있는 저렴한 여가 수단이기 때문에 유별나보일 뿐이지, 많은 주부들은 이미 게임이 없었던 시절부터도 이 '도피'행위를 목격해 왔다. 바로 낚시, 등산, 골프다.

물론 그들중에는 낚시라는 레져가 좋아서, 골프라는 스포츠가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주말에 낚시를 가지 않으면, 골프를 치지 않으면 집에서 잔소리를 듣는게 싫어서. 아니면 집에 있어봐야 좋은일 하나도 없어서 '싫어하는 곳을 벗어나 마음이라도 편하고 내멋대로 있을수 있는 곳으로'향하는 사람들, 특히 남편들도 많았다.

게임 중독에 찬성하시는 여러분들은 게임 속 세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자세히 들여다 보셨는가?
그 매력은 결코 위험하거나 중독적인 매력이 아니다. 오히려 이 현실 세상에 팽배해있어야 했던, 하지만 이미 다 말라버리고 없는 매력이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정당한 결과가 돌아오고,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할 '동료'와의 우정이 있고,
공통된 화제를 매개체로 한 대화와 공감이 있고,
여럿이 힘을 합쳐 큰 문제를 해결하는 성취감이 있으며,
"너는 소중하다. 네가 필요하다.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현실에서도 어느정도 누릴수 있는 사람들은 게임 과몰입에 빠지지 않는다.
인간의 뇌가 게임에 피로와 싫증을 느끼면, 게임 말고 다른곳에서 똑같은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임속 세상이 지긋지긋하고 힘들어도, 오직 게임속 세상에서만 저런 삶의 보람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누군들 몰입하지 않겠는가?

많은 부모들은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하루의 3분의 2를 스스로 좋아서 하는것이 아닌 공부를 '당하는'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아이들을 석유 찾아 부자되라고 사막에 내팽개치는 것과 같으며, 모든 독에 면역인 무술의 고수가 되라고 삼시세끼 독약이 조금씩 든 밥을 먹이는 것과 같다.

사막 한가운데서 헤메이고 있는 사람이 오아시스의 물을 갈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도 그것을 '물 중독'이라고 보지 않는다.
매끼마다 집에서 독이 든 밥만 먹던 사람이 제대로 된 음식 차려주는 집에 찾아가서 음식을 사먹으려고 안달하는것은 당연하다. 누구도 그것을 '제대로 된 음식 중독'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한번 묻겠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게임 중독에 빠질지 모르는 '누군가'는,
과연 게임 밖 세상에서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고 있는가?
제대로 된 음식으로 삼시 세끼를 먹고 있는가?
노력에 대한 결과, 협동의 보람, 자신을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것들을 게임 밖 세상에서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댓글 : 8 개
정독하였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이네요. 스크랩 해 갑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2번은 30분에 대한 답변은 되었지만, 한판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 대한 답변은 하지 못한것 같네요. '한판만 하고 꺼라' 라고 했을때 그러지 못하더라 라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 못됨;
부모가 생각하는 '한판'이라는건 사실 야구의 'x회 초'일수 있다는 이야기를 달았는데 설명이 부족했던것 같군요.
(그리고 보통 부모가 '한판'으로 제어할때는 그 한판이 '자기가 납득할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간내에 끝나겠지'라고 전제를 까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설명하시면 반박할 수가 업ㅂ다 ㅠㅠ 슬픔 ㅋㅋㅋ
세상에 할만한거 많고 여유도 되고 다른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아무생각없이 게임하는 사람 생각보다 많습니다.
게임할때 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클릭클릭해본적 있죠.
당시에 같이 하던 친구랑 둘이서 '이걸 왜하는지 모르겠어.' 라고 둘이 공감하면서도 그냥 그 게임을 하던 때가 있죠.
중독은 다른 관점에서도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른 경험도 있는데...
군대가기전에 스톤에이지라는 게임을 하루에 2~3시간 자고 밥도 게임하면서 먹으면서 2주간 죽어라 했는데, 입대 전주의 친구 녀석이 같이 레프팅 가지고 해서 갔다왔더니 그 게임이 너무나 재미도 없게 느껴져서 게임을 접었었죠.
게임은 의외로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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