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FATE 팬픽]Liberator Tier1 - Fate 1.언제나처럼(1)2015.07.06 PM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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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집, 불타는 대지, 불타는 하늘. 모든 것이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가운데 서 있는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옷은 반쯤 타버리고 노출된 피부도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 상태의 몸으로 소년은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붉은 대지를 남은 한 방울의 힘까지 써가면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무리였다.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낸 소년은 결국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소년은 생각했다.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외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뿌리치고 혼자 살겠다고 앞으로 나간 소년도 결국 여기까지 밖에 못 왔다. 이럴 거면 뭣 하러 앞으로 나갔던 것일까. 그 때 피처럼 불게 물든 하늘, 대지, 그 외에 모든 것들을 씻어내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쓰러져 엎드려있던 소년은 지금이 마지막이더라도 타는 목을 축이고 싶었던지 몸을 돌려 뒤로 누웠다. 소년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소년을 덮치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소년을 치유하려는 듯 떨어져 흐르는 빗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죽는 거구나 싶던 소년은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는 무슨 험한 일을 당한 건지 헝클어진 검은 더벅머리에 지저분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중년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슬프면서도 기쁜 듯, 뭔가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소년을 보던 중년의 남성은 그 소년을 번쩍 들어 이 폐허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느껴져서 소년은 잠에서 깬다. 꿈 속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많이 자란, 하지만 얼굴 만큼은 여전히 어린 티가 나는 소년이 깨어난 곳은 각종 잡동사니가 있는 창고 같은 곳이었다. 창고의 한 가운데에는 고장 난 난로 하나가 있었고 소년의 주변엔 부서지거나 반쯤 만들다 만듯한 부품 같은 것들이 있었다. 적갈색의 스포티한 머리를 긁적이며 머리맡에 있는 6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본 소년은 덮고 있던 모포를 걷어내고 재빨리 교복으로 갈아 입는다. 사실 등교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지만 하숙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질 못한다. 이 정도 이른 시간이면 하숙 하는 사람이 직접 차려 먹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소년은 하숙집 주인장으로서, 그리고 신세지는 것도 있으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창고 밖으로 나와 집을 향해 갔다. 소년의 집 구조는 굉장히 특이했다. 집은 크게 3개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방금 소년이 나온 창고, 또 하나는 일본 전통가옥인 본채, 그리고 2층 펜션 형태의 별채로 나뉘었다. 창고는 그렇다 치고, 본채와 별채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데, 이게 또 말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힘든 구조로 돼 있을 정도로 구조가 별나게 설계 되었다. 본채로 들어와 거실과 함께 있는 주방으로 들어온 소년은 분주히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그때

“아침 bob은 British styte---로 내 놓아라~."

라는 귀신 흉내를 내는 목소리가 소년의 귓가에 들려온다.

“아, 시리에. 마침 오늘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아침을…”

이라면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아본 소년의 눈 앞에는 긴 앞머리를 늘어 뜰이고 귀신처럼 손을 들고 있는, 소년과 비슷한 키의 소녀가 서있었다. 시리에라고 불리는 이 소녀의 이름은 실리에지아 홈즈, 겉보기와는 달리 그녀는 영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다. 겉보기엔 동양인 같아 보이는 건 그녀의 어머니가 일본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조금은 서툴러도 일본말이 능숙한 것일 것이다. 뭐 몸매를 보면 일본 청소년 치곤 발달했으나 그래도 몸매 좋은 일본 학생으로 보이는 정도다.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그녀가 어깨까지 닿을 거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한대 묶어 정리하고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검은 머리핀으로 고정하니 어여쁜 일본여자 같은 얼굴의 그녀가 외국인이라는 유일한 증거인 순한 눈매의 푸른 눈이 보였다. 잠이 덜 깬 건지 게슴츠레하게 뜬 그녀의 푸른 눈에는 지금 소녀의 장난에 멍해져 있는 소년이 보였다.

“oh, 놀라셨나요? 시로?”

“어? 어. 여름도 아닌데 나름 신선했어.”

다시 뒤 돌아서 요리 준비하던 시로라고 불리는 소년, 에미야 시로는 문뜩 말을 꺼낸다.

“날 부를 때 그냥 부르는 건 상관 없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제대로 호칭 부르고 있지?”

“Yes, sir. 시로도 학교에선 선bay라고 제대로 부르고 있잖아요.”

이래 보여도 시리에는 시로보다 한 살 어린 후배였다. 그런데도 몸의 성장이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서양사람의 피가 섞인 모양이다. 시로에게 인사를 마친 그녀는 거실 가운데 놓인 탁자 앞에 앉더니 그대로 탁자 위에 드러누우며 말한다.

“아, 오늘은 그냥 빠질까 봅니다.”

“안돼. 이왕 한 거면 잘 해야지.”

“I know 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졸린 건 시로 때문이지 않습니까.”

시로의 꾸짖음에 시리에는 시로 탓을 하며 하품을 한다. 시로는 확실히 그렇다고 수긍하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래도 안 되는 건 안돼.”

라고 자기의 의견을 확실히 한다. 시리에는 시로의 대답에 입을 살짝 삐죽인다. 시로는 프라이팬에 빵을 굽고 그 프라이팬 베이컨을 굽는 등 영국식의 아침식사를 준비하였다.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되자 시로가 시리에를 불러 함께 아침식사를 시리에가 눕던 탁자 위에 차리기 시작한다. 그 때 마침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나 왔어!”

라는 활기찬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곧 거실의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현관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들어낸다. 짧은 갈색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 짧은 머리 때문인지 몰라도 조금 소년 같은 생김새의 어여쁜 여성에게 시로와 시리에가 인사한다.

“어, 후지 누나 왔어?”

“안녕하세요? Tiger 언니?”

“응, 그래 잘 잤어?”

라며 둘의 인사를 받은 여성은 거실에 들어온 잠바를 벗으며 당연하다는 듯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탁자 위에 차려진 음식도 그녀가 온 것이 당연한 듯 3인분이었다. 여성은 음식을 먹으려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 한 손으로 턱을 잡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여성은 시리에를 보고 말 했다.

“시리에, 너 방금 뭐라고 했었지?”

“네? 안녕하세요. Tiger 언니라고…”

뜬금없는 질문에 뭔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대답하던 시리에가 당황하여 말문이 막히더니 머리 숙여 사과한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아직 발음이 잘 안 돼서…”

“아냐. 괜찮아. 아직 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

라며 시원스레 사과를 받은 여성은 시로에게 다가서

“커헉!“

이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가 시리에가 내 이름 제대로 말 할 수 있게 가르쳐 달라고 했어! 안 했어!”

“누, 누나. 그렇다고…”

“내 이름은 후지무라 타이가란 말이다! 후지무라 타! 이! 가아아아!”

후지무라 타이가라는 포효하는 호랑이에게 붙잡혀 고통 받는 시로의 눈에 방금 전 꾸짖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듯 혀를 살짝 내밀어 보여주는 시리에가 보이는 순간, 시로는 시리에가 정말 마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시 정상적인 아침식사가 진행되고, 타이가는 뭔가 불만이라는 듯 토스트를 씹고 있었다. 이를 본 시로가 말을 건다.

“후지 누나, 토스트가 맛 없어?”

“아니. 영국식 아침으로는 뭔가 장난 칠게 없으니까 심심하구나 싶어서.”

“oh! 츠유 & Oyster 사건 때처럼 말이죠?”

시리에가 말하는 사건은 이전에 시로가 타이가의 장난으로 인해 츠유 대신 굴 소스를 넣은 것을 말 하는데, 시리에는 그걸 츠유 & Oyster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이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타이가가 말했다.

“응응, 그거처럼 말이야. 잼 대신 뭐 다른 건 없나?”

“그럼 Jam 대신 Marmite를 놓는 건 어때요?”

시리에의 대답을 들은 시로는 마마이트의 악명을 알기에 시리에가 마녀임을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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