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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서] 아이에게 숙제는 악영향만 준다2016.03.10 AM 05:18
나는 유치원 때부터 숙제가 적은 편이 아니었고,
숙제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 그리고 숙제를 하고 난 결과(정답률)에 따라
항상 보상(대부분 매를 맞는 벌)이 있었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아야 무언가 보상이 주어지고,
100점 만점이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90점을 넘지 못하면 역시 매를 맞았다.
숙제의 경우, 하나라도 틀리면 매를 맞았다.
(그래도 그나마 나았던 건, 틀린 만큼만 맞았다는 것...)
그 때문인지 나는 숙제, 과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반드시 만점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결코 하나도 틀려서는 안된다."
"과제가 주어지면, 그 과제를 120% 완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사내 막내인 나에게 "인스턴트커피를 사오라"라는 과제가 주어지면
가까운 편의점에도 커피 묶음을 파는데도 불구하고
번화가까지 한참을 걸어야 나오는 대형마트가 더 싸다고
거기에서 구입한 뒤 돈을 남겨온다던가..
80%, 아니 70%만 달성하면 성공인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그 목표 이상을 달성해봤자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뭐든지 내가 할 수 있는 한, 아니 내가 할 수 없더라도 완벽하게 120% 완수할 때까지
정말 말그대로 집착을하게 된다..
할 수 없으면 될 때까지. 지금 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며
잠이 와도 해결될 때까지 잠을 참아가면서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계속 무한반복과 시행착오만을 반복한다.
그 때문에 정신도 메말라가고, 체력도 고갈되고,
수면부족과 함께 우울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된다.
게다가 그 문제 하나 때문에 다른 문제는 아예 읽을 수조차 없어서
아무런 결과도 제출할 수 없기에 성적과 평가는 바닥을 긴다.
성적은 결과로 인해 나타나기에,
(지금까지 들인 노력은)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밤잠을 참아가면서 쓸 필요 없이, 그냥 내일 일어나서 쓰면 된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쓰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약을 먹고 극심한 졸음이 오지 않는 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1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고, 약물의 양도 늘어났다.
약을 먹어야 나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에 너무나 마음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당신은 우울증이 아닙니다. 다만 전형적인, 불필요하게 과도한 노력을 하는 강박증이군요"
"선단공포증같은 그런 강박증과 당신은 똑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듣고 나서야, 내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나를 옭아맸던 습관을 쉽게 고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더군다나 현대사회 대부분은
과제를 수행할 때 80% 달성한 사람보다 120% 달성한 사람에게 보상이 더 크게 주어진다.
고쳐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것도, 결국엔 다시 매달리게 되고 다시 집착하게 된다..
전에 다니던 회사도 이런 병적인 성격 때문에
남들은 쉽게 생각 하는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나는 너무나도 (불필요할 만큼) 어렵게 생각하고 해결하려 했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엔 그만두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옭아매는 거라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불필요한 완벽주의가 되어 매사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댓글 : 10 개
- 글리젠 마이스터
- 2016/03/10 AM 06:10
과연....새로운 관점이네요
- FirstRaiNge
- 2016/03/10 AM 07:49
딱히 새로운 관점도아니라서
아동심리학에서 아이에게 악영향 끼치는 행위중 하나라고 말하기도하고
이거말고도 노력이라던가 강요라던가 여러가지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하던행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안좋은게 많아서
아동심리학에서 아이에게 악영향 끼치는 행위중 하나라고 말하기도하고
이거말고도 노력이라던가 강요라던가 여러가지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하던행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안좋은게 많아서
- 정심일도
- 2016/03/10 AM 07:39
남 얘기가 아니네.....
- 사랑이와 라온이
- 2016/03/10 AM 07:44
저는 반대인데...어차피 100%를 못할게 뻔해서 진작에 포기해버림
- 레나스윙
- 2016/03/10 AM 08:10
카드사 상담사로 오십쇼 환영합니다.
- BeanPaul
- 2016/03/10 AM 08:11
이건 사람 마다 다르게 적용될듯. 집착하는 성격이 강한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어질지도...
- 2konomi
- 2016/03/10 AM 08:23
....전 고딩때까지 그냥 숙제안하고 학교가서 맞고 마는 스타일이어서;;
- 원자력장판
- 2016/03/10 AM 09:23
저랑 똑같네요. 그냥 안하고 몸으로 떼우고 말지 스타일
- 쥬에
- 2016/03/10 AM 08:40
공감되네요..
저도 시험볼때 문제보는시간보다
수험번호 마킹한게 맞는지 더 많이보는대.. 비슷한거같아요 ㅠ
저도 시험볼때 문제보는시간보다
수험번호 마킹한게 맞는지 더 많이보는대.. 비슷한거같아요 ㅠ
- 누구누구
- 2016/03/10 AM 09:56
저도 아이에게 숙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성 기르는데도 좋지 못하구요. 그래서 주인장님과 같은 부작용도 어느정도 생기는것 같기도하고...하지만 전 어느정도 주인장님의 그런 트라우마를 좋게 풀어가고 싶은게, 120프로를 달성하려는 그 노력과 성격, 나쁘게 말하면 집착. 이런 성격을 정말 잘 활용할 직장이 있을겁니다. 정말 그정도로 집착을 해서야지만이 일을 할수 있는 그런류의 일이 있을텐데 아직 못찾아냈던가, 님께서 팀원, 혹은 윗사람을 잘못만났기에 그 재능을 못끌어올렸을수도 있죠. 님께서 분명 병적인 집착이라고 말씀하시고, 저도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이걸 조절하고 님께서 개선만 할수 있다면, 그리고 직장의 일이 잘 맞는다면 엄청난 재능일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 집착을 개선하여 무기로 사용할수있게,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기도하고...전 갠적으로 취미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비됴게임은 승부욕 자극하는게 많으니 되도록 힐링용, 도전과제 없는 힐링용 정도를 추천하고 싶고, 레저 스포츠, 하이킹, 산악 동호회, 여행동호회, 자연을 즐기고 그냥 "시간을 낭비"하는 류의 취미들을 추천드립니다. 멍때리고 모닥불 바라만 보면서 하루종일 보낸다던가, 그 무엇이 되었든 머릿속을 비울수 있는 그런 취미를 찾으시면 좀더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당사자분이시니 더 많이 생각해보셨겠지만, 그냥 주제넘은 소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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