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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일기 - 우리 회사 이야기(아주 장문입니다)2017.10.04 AM 03:41
사실은 지난주 월요일입니다만, 회사에서 거하게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챕터별로 정리가 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사건이라 정리해서 써봅니다..
1. 적성
꽤 예전인 8월달에도 쓴 적 있지만
저에게 사진, 특히 모델사진은 취미로 했었어야 했나봅니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큰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생활고에 이갈리고 월급에 피말렸던 애니메이션 그림그렸을 때만큼 즐거웠던 적은 아직 없네요...
모델 다루기나 사람을 찍는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이제 줄어들었지만
"최대한 있는 그대로 현실대로"를 보여주고자 했던 원래 저의 스타일과는 너무나 다른
쇼핑몰의 "가공해서라도 무조건 (그들 기준으로) 예뻐보이게"라는 스타일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추구하는 방향성이 너무나도 다르니...
그래도 이 일을 하기 전엔, "코스프레 개인촬영도 하고 이름 좀 날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을 하고 나선 "절대로 코스프레같은 모델촬영, 특히 개인촬영은 너무너무 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차라리 제품이나 뷰티, 특히 잡지촬영이 저에게는 맞을 것 같네요.
어쨌든간 이런 연유로 회사일을 많이 힘들어하고 있던 저는 사실 가만히 있었는데
회사에서 큰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2. 탈주
지난주 월요일, 즉 9월 25일 회사의 중요한 위치에 있던 직원이 회사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직원은 저와 같은 포토그래퍼인데, 저를 이 회사로 데려온 친구였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가 원래 몸이 안좋다거나 무슨 사정이 생기면 반드시 연락을 하는 친구인데
지지난주 금요일 퇴근하고 나서도 별일 없이 연락이 되었으나
월요일 9시가 넘자, 이 친구가 악덕기업의 표본인 업무지시용 단톡방을 나가버린 겁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연락이 없을 리가 없을 친구가 연락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길래
나중에라도 연락이 오겠지 하며 있다가, 단톡방에서 이사님이 이친구 어디갔냐고 하셔서 들어갔다가
"***님이 채팅방에서 나가셨습니다" 문구를 보고, 아 이건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만
저를 포함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으로 다음날이 되어도 여전히 연락이 없는 친구 때문에 회사에선 반쯤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 친구의 가족사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다른 가족에게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사님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가족 한분에게 "친구가 카톡 답장이 없어서 어디 갔나 하고요 ㅎㅎ" 하면서
열심히 둘러대면서 연락을 취했습니다.
역시나 제가 알고 있던 가족사 그대로 "걔 회사 일로 바쁜 거 아니야?"라는,
그 가족분도 연락을 취한지 오래됐다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이었죠.
그러고 나서 수시간 뒤, 어쩐 일인지 내내 연락이 없던 친구는 저에게만 유일하게 연락을 주었습니다.
사장님에게도, 이사님에게도, 다른 직원들 그 누구에게도 한통도 보내지 않고 문자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저에게만요.
문자메세지 내용인 즉슨
경영진들에게 너무 질렸다.
상부에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음.
오히려 장비 노후화로 인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않음.
수익아이템을 변경한 뒤로 촬영하는 시간과 노력, 지식과 기술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점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예전 물동량만 생각하면서 이야기함.
이러한 경영진들의 생각으로 인해 단순계산으로만 봐도 타 업체들의 40배에 달하는 업무량을 요구하게 되었음.
그러나 수익구조는 전혀 손보지 않아 업무량을 지금의 2배, 즉
타업체의 80배 물량을 쏟아내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버림.
그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직원들이 일을 못하는 거라고 타박하면서 스트레스를 병이 도질 정도로 많이 받음.
우리 아랫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 자기 자신은
회사를 수익구조부터 아이템, 영업방식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고 몇번을 설득을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음.
위의 이유로 실제로 회사재정이 마이너스가 되어 직원들 월급이 모두 밀려버림.
회사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데 월급조차 늦어져버리니,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회사도 내 급여도 내 커리어도 커질 것 같지 않다.
자기가 이 회사 괜찮다고 저를 불러들였는데, 자기가 불미스럽게 먼저 도망치듯 나가게 되어버려 정말 미안하다.
3. 경영
저희 회사는 경영진들이 매우 이상합니다.
기존 사업이 하나 부도가 난 관계로 문어발식 사업을 하시는데, 이게 참 골때립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인 의류쇼핑몰 관련업과 함께 요식업 체인사업, 그리고 가구관련사업을 하십니다.
업종이 전부 아주 조금도 연관성 없는 사업들로 따로 놀고 있는 겁니다.
수많은 체인사업을 거느리고 있는 백종원씨도 이렇게는 안할 겁니다.
그의 수많은 체인사업들도 모두 요식업이라는 한가지 업종인데....
그럼으로 인해 사장님은 매일같이 사무실에 오셔서 의류쇼핑몰이 아닌 요식업 관련 자료를 찾고 만드십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하시는 거 보면 솔직히, 쇼핑몰을 취미생활로 하는 건가 싶을 정돕니다....
가구관련 사업은 이사님이 담당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전혀 다른 업종의 사업들을 하면 회사 규모가 클 것 같지만
사실은 저를 포함해 8명입니다. 아니, 위의 탈주한 친구를 제외하면 7명, 이 글을 쓰는 현재는 6명이 되었네요.
이렇게 경영진들이 회사의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황인 관계로
회사의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는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4. 재정
위에서 말한 대로, 현재 업무량의 2배를 내야 직원 전체 월급이 나올 정도로 비효율적인 수익구조인데
옛날에는 수익이 났는데 지금은 왜 수익이 나지 않느냐며 직원들 탓만 돌리니 수익이 날 수가 없습니다.
수익의 핵심아이템이 바뀌면 그에 따른 전략과 시스템도 손봐야 하는데
아이템만 손보고 나머지는 그대로이니 수익이 날 수가 없죠.
마치 도끼전사가 갑자기 쌍검무기 끼고서 "무기 바꿨는데 왜 더 안쎄졌냐"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회사의 사정과 사건에서 탈주한 친구는,
정말 오죽했으면 9월에서 딱 1주만 버티면 9월달 월급 받을 수 있는데
그걸 버티지 못하고 "못나오겠다"고 말도 안하고 잠수를 타버렸고 8명이었던 직원은 7명으로 줄고,
그걸 보고 안그래도 퇴사를 고민했던 코디도 10월부터 안나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10월을 끝으로, 포토샵을 다루던 다른 직원도 그만두겠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죠.
그렇게 11월을 맞이하게 되면, 여기 회사는 저 포함 5명이 됩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적성에도 맞지 않은 일, 원래 하려고 다시 마음잡았던 일과 전혀 다른 이 일을 굳이 붙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많은 분들이 2주 전에 조언해주셨던대로 그만둘겁니다.
원래라면 저도 코디와 마찬가지로 10월달부터 안나온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지난 금요일에 다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해놓고선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말할 기회를 없애버렸습니다.
새벽에 주말에 업무카톡오고, 퇴근하고 나서 팀뷰어 원격제어로 업무보고
점심시간은 20분정도인데 그것도 밥먹고 숟가락 내려놓으면 바로 업무시작.
칼퇴한 것도 10손가락에 꼽습니다. 그래도 저번엔 한손에 꼽았는데 이제는 10손가락에 꼽네요 ㅎㅎ
이렇게 일해도 야근해도 철야해도 수당 하나도 없고, 교통비 없고, 4대보험은 해준다고 했는데 안해줬습니다.
그렇게 예절 바르던 제 친구조차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보이며 9월 월급 차라리 안받고 만다고 때려쳤는데
제가 이런 쓰레기같은 환경에서 버틸 이유가 없죠.
게다가 저도 저 친구처럼 어떤 병이 있는데, 이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병이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말할 기회가 되면 바로 다음날에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고 나가야지...
- 까방구1
- 2017/10/04 AM 03:59
- Mr.Midnight
- 2017/10/04 AM 04:08
처음엔 몰랐는데 야간/휴일 근무 수당을 직원 봐가면서 주더군요.
왜 안주냐고 따지는 직원에게는 주고 , 조용히 있는 직원에게는 안줌.
평소에 불평 안하는 직원에게는 힘든일 몰아주고
뺀질거리는 직원에게는 쉬운일만 주고 ㅋㅋㅋ -ㅅ-;;
근로 계약서도 안써줄려고 잔머리 굴리는데다가 회사 재정을
제대로 관리 못해서 몇달씩 급여가 밀리는 와중에 자기 월급은 올림.
결국 대판 싸우고 나왔죠.
- ???
- 2017/10/04 AM 04:19
말이 사단법인이지 무슨 구멍가게 마냥 운영해서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는지라 ㄷㄷ
- 차기 캡짱
- 2017/10/04 AM 06:21
- 더러운 혼웹한정
- 2017/10/04 AM 07:51
- 카라한
- 2017/10/04 AM 08:38
- 치아바
- 2017/10/04 AM 09:57
여우그랜파님이 예의 챙겨주지 않아도 될 사람들 같아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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