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직촬과 도촬 사이2019.05.31 P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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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학봉. 캠프를 바라보는 남자. 2018. 콕스바자르. 방글라데시.

 

알리 무사는 아홉명의 가족을 데리고 7일간 걸어서 국경을 건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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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부산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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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옥. 2013. 부산. 대한민국.  

 

 

 

 

직촬과 도촬 사이

 

 

 

사진에 관심 있는 분? 오호. 많구나. 나도 한때 관심이 있었지만 귀차니즘에 다 포기했어.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은 남아서 굳이 폰으로 안 찍고 똑딱이로 찍지. 무조건 오토로.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 참 묘해. 당시에는 그저 남에게 자랑하려고 찍었는데 정작 보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니.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작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여러 작가들 중에서도 내가 즐겨보는 사람은 권학봉씨최근엔 라오스에 로힝야족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지.

 

영상 너머로나마 프로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 대체 어떤 점이 다를까? 태국, 라오스 같은 덥고 때론 위험한 나라에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근데 막상 작업 영상을 보니 깨더라고. 내가 상상했던 고독한 방랑자 이미지가 전혀 아니었어. 현실은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는 결혼촬영 같았지. 장소 물색하고, 섭외하고, 조명 아래 대고, 옆에는 이만한 반사판 달고, 구도 잡고, 뽀샵하고. 호우. 내 로망 돌려줘!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게 오히려 당연해. 생각해 봐. 코리아에서 왔다는 웬 이방인이 갑자기 시커먼 대포 사진기를 꺼내. 그 흉기로 척컥철컥 찍어대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미친놈으로 보이기 딱 일거야.

 

그렇다고 권학봉씨의 사진이 주작으로 도배 된 작품이냐? 아니! 오히려 어떤 사진보다 로힝야족의 애환, 고통을 잘 전달하고 있지. 조명 하나, 뽀샵 하나에 작가 생각이 담겨 있으니까. 그들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삶은 어떤지 아는 사람이니까. 주작사진은 따로 있어. 그 있잖아, 사기 처먹으려고 찍는 사진이나. 새 사진 찍는다면서 날개 다 부러뜨린 놈들이나.

 

여기서 문제. 권학봉씨 말고도 참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거든. 최민식씨. 배우 최민식 아니야.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한창 부산에서 활동을 많이 했지. 저기 부산 아미동에 기념관도 있어. 그의 사진은 한마디로... 쥑이네에!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지매, 천진난만하지만 한편으론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아이들, 독재에 저항하는 소시민까지. 연출로는 끌어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이 있지.

 

근데....까놓고 말해 몰카잖아! 찰칵. 지금 뭐 찍는 거예요? 뭔데 찍어! 초상권 침해! 내 얼굴이 공공재냐! 최민식 작가가 자갈치 시장에서 하도 찍는 바람에 간첩신고로 잡힌 적도 있데. 호우. 차라리 간첩신고가 낫지. 요즘엔 도촬범으로 들어갈걸. 작가님, 시장 아줌마 페티쉬 있어요? 어떻게 대답해.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찍었습니다! 이건 화장실 몰카범도 한 말이거든.

 

이쯤 되니 뭐가 옳은지 모르겠어. 몰카와 예술의 차이. 작가 딱지 달고 막 들이대? 너의 초상권 나의 예술로 대체되었다. 이건 아닌데. 그렇다고 일일이 허락받고 찍기엔 벌써 표정이 굳어버리는 걸. , 하나, , , 김치. 어색 어색. 아니면 찍고 나서 허락받아? 글쎄, 이건 너무 사진작가의 양심에 맡기는 거 같아서. 사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 도촬은 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좋을까? 난 이름 있는 작가가 멋지게 찍어준다면 허락할 거 같아. 전시관에 내 사진 걸릴 일이 언제 있겠어. 거기다 돈 많은 누님이 보고 연락처 달라 할지도 모르잖아. 크흠. 아잇, 이 망상증!

 

대신 이름은 물어봐줬으면 좋겠네. 그래, 사진 한구석 작은 글씨로 모델 이름을 적어준다면 더 뜻깊은 사진이 될 거야. 이름 모를 아이, 할머니, 할아버지, 청년이 아닌. 기억에 남는 이름으로. 천안문 탱크를 막은 사진 속의 그 누군가처럼.

 

정작 이렇게 말했지만 난 못하겠어. 부끄러움 대마왕! 남의 얼굴 찍을 자신도, 허락 받을 용기도 없지. 내가 찍은 사진들 보니 하나같이 무생물이나 말 못하는 생명체야. 그나마 사람사진이라면 레이싱걸 누님들! 아주 당당히 찍을 수 있지. 아주 행복했어. 사람 찍는 것만 해도 기쁜 데, 평소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여자사람이니 얼마나 좋았겠어. 하악하악.

 

, 있다! 사람 찍은 사진! 허허, 여기서도 내 소심함이 들어나는구나. 뒷모습! 상대방은 내가 찍는지도 모르고, 나도 바다 찍는 척 하면서 스리슬쩍 셔터를 누르는! 얼굴은 나오지 않으니 서로 윈윈한거 아닌가?.....더 변태라고요? ! 이래봬도 양심은 있는 사람입니다! 풍만한 엉덩이를 테마로 찍어 본 일은 절대 없어요. 비치는 브라끈도. 그런 소중한 건 마음속에 간직하는 거니까. .....이게 아닌데. 아무튼.

 

나만의 모델이 되어줄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계속 돌이나 찍지 뭐..... 평생. 영원히. 죽도록.

댓글 : 6 개
솔직히 찍으면 찍을수록 참 어려운 이야기같습니다. 도촬일까 자유일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캔디드샷
현재로썬 어렵죠ㅜ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캔디드샷이라고 하는군요!
권학봉씨는 대통령 사진을 찍은 작가가 아닙니다. 타임지 사진은 호주 작가인 아담 퍼거슨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저도 카메라를 들고 있었단 이유만으로 몰카범으로 몰린 후론 카메라를 공공장소에서 꺼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냥 돈주고 모델을 사서 찍고 있습니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군요! 잘못된 정보를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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