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덕후는 질문이 고파요2020.05.29 PM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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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는 질문이 고파요

 

 

한 때 피규어에 미쳤던 때가 있었지. 그 아기자기한 중국제 PVC 덩어리를 봐. 안사고 베길 수 있어? ...크흠. 싸늘하다. 가슴에 쉽덕이 날아와 꽂힌다.

 

워워. 다행이랄까 돈이 없어서 그 취미는 유지할 수 없었어. 게다가 엄마의 한 마디가 너무 뼈아팠다고. ..니가 아가! 이런 거나 사 모아 놓게! ...어머니! 너무 구시대적 발상으로 아들을 보는 거 아닙니까! 현실 여자 못 만나는 거 3D 조형물로 나마 충족하겠다는데! (찰싹!)

 

크흠. 내가 엄마 말은 잘 듣잖아? 그 날로 중고장터 다 보냈어. 반에 반값 피눈물 흘리며. 흑흑. 한정판 사두면 되팔이로 돈 벌 수 있다? 는 개뿔! 작품이 고전의 명반에 오르면 모를까, 이상하게 내가 산건 다 떡락 하더라. 원피스 오다 센세! 스토리가 산으로 가고 있어! 그리고 에바는...끄응. 에바 참치 꽁치!

 

아무튼. 일반인이 보기엔 이해 못할 하소연이지만, 이해해.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위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던 경우가 있었으니까. 바로 수석전시장에서! 수석이라, 길에 널리고 널린 돌을 왜 봐! (찰싹!) ..평소 같으면 관심 1도 없는 주제지만, 오랜만에 타지 친구가 부산에 놀러온다니 가릴 처지가 아니었어.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 어디보자, 오호, 시민회관에서 수석전시라, 공짜네. 이거야!

 

가서 보는데, 글쎄, 아이 물론 모양이 이상하거나, 중간에 그림 비슷한 무늬가 들어간 돌인 건 분명해. 그런데 왜, 아니 왜, 이걸 좋다고 전시까지 하는 거지? 아무리 쳐다봐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 했어. 그렇게 두리번 멀뚱멀뚱 거리고 있을 때 한 어르신이 찾아오시니, 설명해줄까요? ...... 감히 젊은 것들이 연장자 성의를 무시할 수 없잖아.

 

아무도 없는 전시장 입구부터 끝까지 다 설명해주셨어. ..이거 보세요. 솟구치는 대한민국이 보이지요? .. 제 눈엔 토끼 한 마리가 낙서처럼 보이.. 크흠. 속으로만 말했어.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수석이야 말로 진짜 자연이 준 작품이다 이 말이야. 이건 세계에 하나밖에 없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못 바꾼다고. ..어르신 정말요? 커헉! 끝날 때까지 말씀에 빠져들지 못 했어. , 이게 엄마가 나 바라봤던 시점이구나! 일반인이 덕후 쳐다보는 심정!

 

, 그래도 취향으로 존중하면 되지. ..는 안 돼. 이미 내 속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단 말야. ? 아니, 자연이 천년만년 만들어봤자 인간 손에 들어온 순간 이미 인공물 아닙니까? 이런 반발심! 자연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울 녀석을 굳이 장롱 한편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까? ! 어르신! 해명하세요! ,.는 속으로만 생각. 오케이.

 

내 망상은 해설시간이 40분을 넘어가면서 한계에 이르렀어. 예이~ .. 그래도 어차피 자갈마당에서 떼어온 행위죠, 찔리죠,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유니크 찾기죠. 돌보단 다이아죠. 아무 말도 못하죠.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 (찰싹!)

 

길고 길었던 관람이 끝나고 겨우 탈출할 즈음, 어라? 친구는 눈빛이 흥미진진이었어. 심지어 차세대 수석장인이 된다고 장담했지. ..들었냐? 돌 하나가 200이란다. 오늘부터 돌 뒤진다! ..맙소사. 그랬어. 친구는 공감하며 들었던 거야! 난 속으로 욕이나 하고 있었는데!

 

그때 깨달았지. 예의 차린다며 가식적인 네네네는 집어치워! 왜 난 솔직하게 묻지 못했을까. 이런 이런 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어보면 될 것을. 그저 상대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속으로는 증오와 혐오만 키웠어.

 

물론 내 속마음을 비추었을 때 어르신이 화낼 수도 있지. 그럼 거기서 끝내면 됐어. 이런 뻔한 질문에도 같이 고민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그것도 뻔한 경지. 그저 특이한 돌 모으는 노인일 뿐이야. ..자신의 고민과 철학을 말해준다? 선생님!

 

, 이 모든 시작은 내 용기! 솔직함! 질문!이 없으면 도루묵이지. 그래서 앞으론 뻔뻔해 지려고. , 방구석 찐따 주제에 뭐 잃을 게 있어서 사려!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간다! ...? 아차차, ,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서! 기분 나쁘지 않게! ...이게 어렵네! 질문의 기술!

 

아무튼, 평소 덕후 차별주의자라면 용기를 내 봐. 그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줘. 이 캐릭터 이름이 뭐에요? 어떤 작품에 나와요? 스토리가 어떻게 되요? 왜 사랑하세요? 이럼 입에 모터 단 듯이 이유를 말해 줄 거야. 그럼! 진짜 오덕은 이런 거에 목숨을 건다고! 특히 상대가 이성이다? 호오, 이미 상상 결혼식 진행 중.

 

, 질문 주세요!

댓글 : 2 개
  • =ONE=
  • 2020/05/29 PM 11:18
Q1. 닉네임의 ‘풍신’은 철권 풍신류와 관련이 있습니까?
Q2. 풍자쇼는 일일연재입니까?
Q3. 풍자쇼 주제를 생각하기 힘든 날은 어떻게 하십니까?
Q4. 탕수육은 부먹입니까, 찍먹입니까?
1. 헐. 정답입니다.
2. 예
3. 아주 당연한 주제에 대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어.. 진부하고 재미없는 글이라도 적습니다!
4. 탕수육 소스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고기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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