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는 없습니다.
오히려 영화 자체 이야기보단 최근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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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표 값이 너무 비싸다.
요즘 영화값이 아주 널뛰기를 하고 있죠. OTT 이전에, 지금 같은 상황이면
과연 누가 영화관을 갈까 싶습니다.
솔직히 거의 매달 2~3편의 영화를 챙겨보지만, 솔직히 영화표 값 아깝습니다.
영화값 아끼려고 헌혈도 하고 있고, 영화관 어플에서 쿠폰 나오면 무조건 챙겨서 최대한 할인 받아 봅니다.
그럼에도 올해 진정 영화관에 잘 왔다 싶었던 영환,
씨너스:죄인들 / F1 더 무비 / 서브시턴스(작년 개봉작이지만 올해 초에 봤음) / 페니키안 스킴 이었습니다.
이 네 영화가 영화관에서 볼만했던 이유는,
① 고품질의 사운드
② 고화질의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감
③ 집중하게 만드는 카메라 구도와 긴장감 있는 연출
④ 흥미를 잡는 설정과 매우 잘 빠진 스토리라인
⑤ 매력적인 주인공과 그걸 연기하는 명품 연기
이렇게 다섯 가지 요소를 잘 갖췄기 때문이었죠.
2. 성공하진 못해도 망하진 않아야 한다.
오늘 본 좀비딸은 좋은 영화를 가르는 위 다섯가지 요소 중 딱 하나만 충족합니다
조정석 원맨쑈인 이 작품에선 모든 걸 '조정석' 하나만 보고 가야하는 영화입니다.
그 외의 요소요? 영화라는 최소한의 충족 기준이 있다면 딱 그 라인에 맞춰서 만들었습니다.
카메라 구도? 철저히 계산된 색감 보정? 음악? 스토리?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너무 아꼈다' 란 생각에 사로잡혀서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 저 장면에서 엑스트라가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 지금 저 장소 섭외는, 여러 후보지 중에 가장 값이 싸서 고른 건가?
- 음악은 왜 자꾸 들쑥날쑥해서 긴장감은 커녕 맥 커터 역활을 하네. 음악감독을 어디 외주 커미션 주고 썼나?
- CG는 무슨 파워포인트 배경 효과를 넣어놨냐?
구글링해보니 이 영화 손익분기점이 270만으로, 최근 주요 개봉작 중 가장 낮으면서
올해 개봉 영화 중 고작 3편만이 넘긴 상황입니다.(미키17, 미션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 야당)
그래서 이번 영화는 영화라는 껍데기를 쓴 유튜브 2시간 브이로그 콘텐츠..... 인데 단지 주인공이 조정석인 느낌입니다.
3. 그래도 최소한을 충족하는 영화가 너무 적다
올해 영화는 전체적으로 뭔가 맥이 빠져 있었습니다.
하나나 둘, 많으면 위의 다섯 가지 요소 중 세 개 정도 부족했죠.
그래도 이번 좀비딸이 가장 네 가지 요소에서 부족한데
조정석 한 명 때문에 영화라고 할만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볼만은 했다는 겁니다.
손익분기점은 넘기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올해 개봉한 주요 영화 중 가장 손해를 적게 볼 영화일거에요.
그럼에도 이 영활 표값 전부 다 받아서 본다면? 아마 안 봤을 겁니다.
그저 '문화의날 + 정부지원 영화 할인 쿠폰'으로 단 돈 1천원에 봤으니 봤지, 아니면 예매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영화 표 값을 14,000원이라고 한다면 대충 6~7천원이어야 극장에 갈만했을 거 같습니다.
4. 그래서 재밌냐고?
계속 이야기했듯, 신파에 진부하고 영화가 '조정석' 이외의 모든 요소가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 '조정석' 연기가 쩔어서 볼만합니다.
저런 허접한 대사도 어울리게 잘 치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선 거의 전 관객석이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1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극장에 가실 수 있다면 보시길 추천드려요.
만원이 넘는다고요? 그럼 그냥 OTT에 뜨시는 걸 봐도 됩니다.
꼭 영화관에서 보기엔 사운드부터 컷 편집, 색감, 심지어 주요 BGM 선정까지 집에서 TV로 보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5. 최근 영화관 장사 트렌드를 좀 살펴보자면
그래서인지 영활 다보고 나서 영화관이란 시스템의 존재필요성에 의문이 들었어요.
요즘 영화관에 개봉하는 걸 보면, 영화라기 보단
'무슨무슨 공연 실황'
'OTT나 유튜브 콘텐츠 영화관 특별상영회'
'고전 명작 리마스터링 재개봉'
같은 걸 주구장창 하고 있어요. 더불어 그 틈새시장에서 옛날이었으면 인디상영관에 단관으로 배정되었을 영화가
(특히 수상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극우 영화들)
무조건 2~3편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영화관의 가치가 대폭 떡락했다는 뜻이겠죠.
반면 그럼에도 영화관이란 건 존재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어디가서 서브시턴스의 매력적인 색감,
페니키안 스킴의 수다스러운 컷 편집,
F1 더 무비의 심장 뛰는 엔진 사운드,
귀를 풍족하게 하는 씨너스:죄인들의 컨트리 음악 씬을 즐길 수 있겠어요.
2022년, 헤어질 결심이 그 정도 작품성에도 영화관에서 망하는 사태를 보고
많은 영화인들이 충격에 빠졌었죠.
'이런데도 망한다고?'
그 후로 모든 영화 제작사들은 두 가지 방식을 택합니다.
1) 어떻게든 돈을 부어서 최대한 화려하게 만들고 크게 홍보한다
2) 최소한의 투자에 배우의 티켓 파워에만 기대서 어떻게든 손익분기점에 최대한 근접하게만 만든다
위의 1번 예시가 전독시라면, 2번 예시는 좀비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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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올해의 두 번째 한국영화 중 '그래도 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였습니다.
첫 번째는 '하이파이브'였는데 후속작은 어떤 이야길 풀어낼지 궁금했거든요.
반면 좀비딸은, 영화 보는 내내 2000년대의 싸구려 영화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조정석이 후속작에선 더 좋은 영화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딸로 나온 배우 최유리에게도 다음엔 좀 더 제대로된 연기가 주어지는 작품을 만났으면 하고요.
분명 주어진 역할이 엄청 단순한 연기 수준을 요구하는데, 또 그 한계에선 최대한의 좋은 연기를 보여줬어요.
영화 감독은.... 다신 안 봤으면 좋겠고요.
사실 시작한지 1분도 안 되어서 카메라 포커스가 순간 안 맞고 너무 흔들린 프레임을
그냥 가져다가 보정 작업도 안 하고 영화관 스크린으로 가져온 걸 본 순간부터 영상미는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독이 개봉전부터 그렇게 강조하던 노래인 보아의 No.1.....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토리에서나 상황 연출로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꾸만 머릿 속에서, '중학생이 이 노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댄스 경연대회에 가지고 나간다고?'
란 생각에 사로 잡히고 말아요.




존나 구리지만 볼만은 한, 그러나 굳이 극장에서 안 봐도 될 엉성한 영화라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