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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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은둔 졸업을 축하하며 (6) 2023/01/23 PM 11:26





은둔 졸업을 축하하며<-meta />

 

  

설이 지났습니다. 그대는 살아남았습니까? 우리 백수 찐따들이여! ...참, 히키코모리에겐 명절이 두려운 날이죠. 면목 없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아무튼.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떴더군. 서울시 청년 13만 명이 은둔 또는 고립 상태라는 뉴스. 호오... 고작 13만 명밖에 안 된다고? 그보다 많을 거 같은데? 흐음...

 

이왕 말 나온 김에, 오늘 “은둔”에 관한 시사 프로그램 2편을 시청했어. 다 보고 나서 내가 느낀 점은, 그래서 어쩌라고. (짝!) ...솔직한 심정입니다... 심지어 중간 중간 억한 심정마저 들더라? (?) 은둔자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로 복귀한 분들 인터뷰를 듣는데, 어라? 이 분들 진짜 히키코모리 맞나? 생김새부터 인싸신데! 이제 방구석돌이 타이틀까지 인싸들에게 빼앗기는가! ..억울했어.

 

이렇게까지 내가 민감한 이유, 그래, 나야말로 자칭 찐 은둔고수니까... 난 여자랑 말을 못 섞어. 남자랑도 못 섞어. 증상이 얼마나 심했으면 친구가 진지하게 날 대인기피증 환자로 의심했다니까. 친구야, 정답이다.. 비단 친구뿐이겠니. 교수님도, 부모님도, 내 암울한 독고 정신을 만류하려 애쓰셨지..

 

특히 엄마는 열렬했어. 단체 생활 못하는 아들놈 성격 고쳐보겠다고, 어릴 때부터 어찌나 수련회를 보내셨는지, 참, 소용없었습니다. ..합기도도 강제로 보냈지. 단증까지 땄습니다. 응, 그럼에도 여전히 혼자 놀았죠. 나 혼자만 연습하고, 단련하고, 기합 지르고... 결국 정신과 상담조차 통하지 않는 걸 보시고 그제야 포기하시더라. 하! 제 천성이 그런 걸 어떡합니까!

 

웃긴 게 뭔지 알아? 나 스스로는 이런 날 미워하지 않았어. 자애감도 뿜뿜! 무슨 자신감인지 항상 폐기 넘쳤다니까. 내가 내다, 알빠노 정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으니, 바로 취업준비 생활이었죠. 후아...

 

인간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방법. 2차 면접에서 계속 떨어뜨리는 거 아닐까? ...면접에서 안 돼. 결코 안 돼! 나, 서류니, 필기니, 인적성이니, 제법 순풍순풍 뚫었다고. 그런데, 그런데...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자리만 들어서면 무너져 내려버려. 실패, 또 실패, 아파서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실패... 스피치 학원이니, 스피킹 코스니, 다녀 봐도 안 돼... 안 되는 걸 어쩌라고.. 참고로 지금 무대에서 떠드는 나는 또 다른 자아가 말하는 겁니다. 에헴!

 

...취준생들은 아시죠? 면접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 싱숭생숭함. 최종 합격자 발표하는 날의 절망감. 가슴 아림... 나 아직도 기억나. 부산에 모 공공기관 면접을 끝내고 귀가하는 길에 들리는 웃음소리가... 막 입사한 직원들이 삼삼오오, 부산에 이사를 와야 한다느니, 집은 어디가 좋다느니, 담소를 나누시는데, 뭐랄까...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다. 나도 취직해서 전셋집 사는 꿈을 꾸고 싶다, 질투 섞인 바람을 풀었어...

 

이제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취업 포기했습니다. (야!) 할 만큼 했기에 미련 없어. 나, 우체국 택배까지 지원했다고. 홀로 편지 배달은 할 수 있겠지 하고... 그러나 거기서도 떨어졌습니다. 면접까지 간 사람이 오직 나 혼자 밖에 없었지만 떨어졌습니다. ..면접관님이 날 보고 그러시더라고. 여기 올 사람으로 안 보여요. 다른 길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면접관님을 원망했지만, 아니, 지금은 그 분의 눈이 정확한 것 같아..

 

워워. 분위기가 점점 심해로 빠져드는 것 같다만, 천만에! 난 지금 행복해. 정말이야. 그 많은 아픔과 고통 끝에 “나”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말야. 남들처럼 회사를 다니고, 공장에서 일하고, 공직에 몸담고, 프리랜서로 홍보에 열심히 아닌, 나만의 방법... 칼린쇼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혼자 궁상 상상 망상을 펼치고, 때로는 유게에서 게이게이 거리며, 사진을 찍고, 날 발견하고, 그런 거지 뭐.

 

단! 극히 일상적인 생활, 조직 활동을 포기한 대가는 분명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초라해져요.. 결혼이며 대를 잊는 행위는 포기해야죠.. 괜찮아! 시간은 사랑조차 묻어줍니다. 침울한 머금을 지나면 딱지가 지더라...

 

아참, 그래서 생활은 어떻게 할 건데?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할 건데! 물으신다면, 하! 난 대한민국을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복지를 말이죠! (...) 안 되면, 레볼루숑 해 버리면 그만이야! (짝!)

 

여하튼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여러분은 내가 아니잖아! 여러분 중에 혹 자기가 희미해지는 것 같다? 천만에! 당신은 상황이 조금만 좋아지면 바로 소통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감히 찐 히키코모리 앞에서 히키 행세 하지 말라고! 그럼! 너님에게 작은 희망이 내려앉는 순간, 바로 히키코모리 졸업!

 

그런 의미에서, 김동률 졸업 들으며 오늘 쇼를 마칩니다.






 

 

 

20년 앞서 '히키코모리' 고민 시작한 일본의 선택, 그리고 한국 상황은? 은둔형 외톨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풀영상] | 시사기획 창 366회 (22.03.29)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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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명화    친구신청

님 스팩은 상당히 괜찮으신 분 같네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변변치 않습니다!

crossattack.    친구신청

고시폐인으로 2~3년정도 방에만 처박혀있었지만 결국 먹고살기위해 회사로 기어나갔다가 경력쌓고 이직해서 그럭저럭 먹고삽니다...웬만큼 사회생활하며 살아보니 먹고사는 것보다 힘든게 외로움입니다. 부모님은 나보다 먼저가실테고 형제자매들도 각자의 삶이 바쁘니 1년에 얼굴보기 힘든데 사회생활에서 이런저런 관계들이 없으면 너무 힘들어집니다. 내 인생에 아무때나 마음편하게 전화하거나 술한잔할 친구 2명 정도는 만들었습니다. 양극화의 심화로 한국의 복지제도는 믿을게 못됩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피라미드형 사회구조는 심화되고 이 흐름은 변화하지 않을 겁니다. 70세 이상 고령층이 되어서도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연명하려면 좆소든 어디든 다니면서 노후를 준비해야합니다.

풍신의길    친구신청

조언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너무 아픔을 얻다보니 회피의 단계에 들어선걸까요. 외로움도 노후도 잘 되겠지, 너무 태평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저의 말년, 그 전에 부모님 노후를 위해 제가 돈벌이를 강궁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고맙습니다.

루리국가의 역적    친구신청

내맘데로 살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만 이건 너무도 잔인할 정도로 몰아 넣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살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렇게 다리에 힘주고
일어나서 걷고 뛰고 그러다 보면 그 잔인한 인생속에 잠깐이라도 웃을수 있는 낙으로 하루 하루 살아 가는 거랍니다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면
그 먼 미래까지 지옥이니 적당한 미래를 꿈꾸고 앞을 보고 살아가세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고맙습니다. 사는 것이 재밌습니다. 행복을 찾아, 제 꿈을 찾아, 말씀대로 적당한 미래를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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