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of Wind GOD

1000W 컴퓨터 파워를 구매하다

알리익스프레스 15주년 세일 기간을 맞이해서, 나는 FSP 하이드로 Ti 프로 1000W 티타늄 ATX 3.1을 구매했어.

원래 이 제품은 ATX3.0으로 나왔는데, 최근에 3.1로 광구문구가 바꾸었더군. 실상 ATX3.0과 3.1의 차이라 해봤자, 그래픽카드로 가는 전원선 단자 차이 정도거든.

12VHPWR : ATX 3.0 / 12V-2X6 : ATX 3.1

오히려 ATX3.0이 ATX3.1보다 요구 기준은 더 높아. 가령 홀드업 타임(Hold up Time, 전력이 순간 끊기더라도 파워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컴퓨터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시간).

ATX3.0은 17ms인 반면, ATX3.1은 12ms로 줄었어. 이 말인 즉 ATX3.0 파워는 12V-2X6 전원선 넣고, 상자 문구를 3.1로 바꾸면 그 순간 ATX3.1 파워가 돼. 하지만 반대, ATX3.1 파워가 ATX 3.0은 될 수 없지. 홀드업 타임이 ATX3.0 기준을 통과 못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기존에 쓰던 파워는 시소닉 SSR-650TR이야.

650W, 80+ 티타늄, 2019년 당시에 큰 맘 먹고 구매했어. 이 파워를 내 평생 쓸 수 있을 거라 믿었지. 난 기술이 발전할수록 컴퓨터 전력 소모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거든. 그런데 현실은 그래픽카드 하나가(5090) 벽걸이 에어컨 전력을 잡아먹게 생겼으니, 이제 650W로는 아슬아슬한 것이 사실이야.

그야 컴퓨터 소비 전력을 줄여서 부족한 파워 출력을 상쇄할 수 있어. 가령 전압 다이어트(언더볼팅, Undervolting)나, 전력제한을 통해서 말야. 실제로 내 딴에 전력관리를 빡세게 하고 있거든? 컴퓨터 전체 최대 소비 전력을 350W 아래로 맞추었어. (AMD 7950X – 65W 에코모드, GTX 1070 - 언더볼팅)

하지만 내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한들, 그래픽카드를 신형으로 바꾸면 말짱 도루묵이더라고. 파워 출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그래픽카드로 들어갈 전원선부터 난관이야.

SSR-650TR의 단자 구성.

CPU/그래픽카드 용으로 배당 된 8핀이 총 4개. 이 중 2개를 CPU에 배당했고(CPU 8핀을 1개만 꼽아도 되지만, 필자는 그럴 생각이 없음, 낭만적이지 않아서), 남은 2개로 그래픽카드를 굴려야 하는데, 당장 라데온 9070XT 중 상당수가 8핀 3개를 요구해.

예시로 기가바이트 9070XT 게이밍 OC. 8핀 3개를 모두 꼽아야 그래픽카드가 돌아가.

물론 Y자 전원선을 사용하면 8핀 2개로도 그래픽카드 단자 3개를 채울 수 있어.

다만 Y자 전원선으로 2구멍에 꼽는 방식(특히 전력소모가 225W를 넘는 그래픽카드에는) 은 제조사에서부터 권장하지 않아.

PCIe 8핀 1개당 전력 한계가 150W가량이래.

파워의 성능, 전원선의 품질에 따라 이보다 더 높은 전력을 옮길 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생겨. 퀘이사존에서 실험한 전원선 온도 차이.

왼쪽, 단자 1개에 전원선 1개 꼽은 쪽은 푸르딩딩 시원함을 유지하는 반면, 오른쪽, 출력 1개에 그래픽카드 구멍 2개를 맞물린 경우는 선이 시뻘겋지. 약 28도 더 높은 온도를 기록했어.

오해하실라. 무조건 8핀 1:1 짝을 이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Y자 선 쓸 수 있지. Y자 선을 쓴다 한들 99% 이상은 아무 문제없을 거야. ...단, 나는 내 컴퓨터 안에서 Y자를 용납할 수 없다. 그냥 내 욕심이고, 고집이다. 어쩔. (...)

다음,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구매해도 전원선이 문제야. 12V-2X6를 마련해야 하는데, 다행히 시소닉에서 8핀 2개를 12V-2X6로 변환해 주는 선을 판매하고 있어.

650W 이상 프라임, SSR-650TR과 호환돼. 허나 이번에도 나는 변환선을 윤허하지 않겠다!

12V-2X6는 600W 이상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8핀 2개로 600W를 원활하게 감당할 수 있을까? 분명 부하가 걸릴 것 같은데! ..일례로 5090 FE(Founders Edition,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한 5090)에 들어간 12V-2X6 8핀 변환선.

8핀이 4개 매달려 있어. 이 정도는 해야 600W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그야 시소닉 전문 기술진에서 온갖 실험 끝에 8핀 2개로도 600W 급을 채우기에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겠지만, 글쎄다. 걱정이 많은 나로선 8핀 2개는 못 믿겠어. 참고로 나 문과야.

여하튼, 내가 파워를 바꾼 이유, 전원선 탓이 가장 커. 풍족한 8핀, 안정적인 12V-2X6를 확보하고 싶었어. 더해 ETA(그리스어 ‘에타’에서 기원) 230V 기준 티타늄 급 파워를 쓰고 싶었어. 사실 SSR-650TR을 완벽한 티타늄 등급 파워라 칭하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거든.

먼저 SSR-650TR의 80플러스 성적표.

115V로 측정됐고, 230V 환경에서는 인증 자체를 받지 않았어. 어쨌든 80플러스 115V 티타늄 기준을 충족해.

헌데 사이베네틱스(CYBENETICS) ETA 성적표는 80플러스와 분위기가 달라.

115V는 티타늄을 받았지만, 230V에서는 골드로 추락했어. 다행히 소음 성적은 어느 환경에서든 A++ 최상위를 획득했어.

SSR-650TR이 230V에서 골드로 떨어진 이유.

효율이 딸려서가 아냐. 역률이 딸려서였어! ETA 기준, 파워 효율이 티타늄 급이라 한들, 역률이 골드로 나오면, 최종 등급을 가차없이 골드로 매겨버려.

80플러스는 특정 구간(티타늄의 경우 부하 20%에서 0.95 이상)의 역률만 주목하는 것에 비해, 사이베네틱스는 1450개의 부하 구간 평균 역률을 따져.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측정방법인지는 모르겠어. 둘 다 참고하면 되겠지?

이쯤에서 사이베네틱스 ETA, Lambda 인증과 80플러스 인증의 차이.

사이베네틱스 쪽이 80플러스보다 깐깐하지? 난 개인적으로 80플러스보다 사이베네틱스 등급을 압도적이리만큼 더 신뢰해. 그런데 시장에서는 80플러스가 일반적이라 아쉬워. 나로서는.

사이베네틱스가 80플러스보다 실험 환경 및 조건이 더 깐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80플러스가 사이베네틱스보다 등급을 후하게 주는 건 아녔어. 역전의 경우가 있거든. 예를 들어 마이크로닉스 위즈맥스 플래티넘 1050W. (지금은 단종?!)

사이베네틱스 115V, 230V 모두 티타늄 등급을 받았어. 그런데 80플러스 115V는 플래티넘을 받아버린 불운. 그래서 제품명에 티타늄이 아닌 플래티넘을 넣은 것 같아. ...뭐, 내 기준에 이 제품은 티타늄이다! 마이크로닉스는 당당히 고개를 들라! 다만 소음측정에서 스탠다드++를 받은 건 아쉬운 걸.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방금 전에 언급했던 효율과 역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