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주인이 화요일에 돌아온다고 하네요.
그 날 저녁까지는 강아지를 돌봐줘야 할 것 같습니다.
참..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넘겨가며
나름 나쁘지 않게 지내왔다 생각했는데..
강아지 입장에서는 아니었나봐요.
잠도 같이 잘 자고 꼬리도 제법 흔들어주고 하길래
그 동안의 고생을 알아줘서 이젠 마음을 열어준건가 싶었는데
아직 아니었나봅니다.
저녁 산책을 나갔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길래 어쩔 수 없이
금방 다시 돌아왔어요.
이미 일주일간 못씻겨서 냄새도 고약한데다가
비 때문에 살짝 젖었길래 더이상 그냥 두면 안될 것 같아
씻겨보려고 욕실에 데려갔습니다,
가장 어려울 것 같았던 강아지를 안아서
욕조 안에 넣는 것 까지는 수월하게 성공해서
이제 물만 뿌려주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거기서부터 공격성이 폭발하고 말았네요.
하도 난리펴서 물도 제대로 못뿌리겠고
샴푸로 씻기는 건 그냥 포기했습니다.
문제는 어설프게 젖어버린 몸을 닦아줘야 하는데..
아니 그보다 저 놈을 욕조 밖으로 다시 꺼내야 하는데..
완전 화가 난 상태라 손이 근처로만 가도 짖어대고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서 욕조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길 십분 정도..
그대로 두면 감기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눈 딱 감고
수건을 두 세개 겹쳐서 확 안아서 꺼냈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몸부림이 더 심해져 내려놓자마자
수건을 다 풀어헤치고 떨어진 수건을 찢어버릴 듯 으르렁거리며 물고 흔들어대길래
무서워서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구경만해도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길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강아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털을 말려줘야 할 것 같았지만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알아서 마르길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한 이십분 지났나..
조용히 방에서 나오니 더 이상 으르렁거리진 않더라구요.
너무 화내서 지쳤는지 지금은 옆에 누워서 자고 있긴 한데..
사실 좀 무섭네요.
영화처럼 친해져서 헤어질 때 눈물이 나는 장면을 상상했었는데
이젠 솔직히 그냥 주인이 빨리 데려갔음 좋겠습니다.
완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