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질 하다가 퍼왔습니다.
원래 저런건가요?
취미라고 부르기엔 좀 찌질하고 진상스럽지만, 하여간에 내가 취미라고 이름붙일 정도로 자주하는 것중에 물건 사놓고 환불하기가 있다.
환불의 천국 아메리카 무얼 사도 환불이 되는 나라(거짓말이지만) 심지어 썼던 화장품까지 별말없이 환불해주는 나라 아아아 우월하다.
그래서 옷을 사러 가서 피팅룸에서 너무 많이 기다려야하면 우선 사서 집에 가져간 후 집에서 피팅을 해보고 별로면 바로 다음날 환불하는 신공을 터득하게 되었다.
어차피 자주 가는 곳은 회사주변이니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하면 되는 거고.
물론 환불 하는 데에도 불문율은 있다. 영수증 지참은 필수.
그래서 환불이 생활화 되어있는 나는 옷이든 화장품이든 우선 산 후에 개시하는 그 날까지 절대 택을 뜯지 않고 영수증을 잘 모아둔다.
언제 마음이 바뀔 지 모르니까.
그리고 지난 주말, 유니클로에 갔던 나는 마침 필요했던 검정색 가디건과 뜬금없는 치노팬츠, 그리고 프로모션으로 15불도 하지 않는 청바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폐장시간은 가까워오고, 피팅룸의 줄은 한도끝도 없고.. 그리하여 나는 깊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계산대로 이동했다.
집에 가서 입어보고 별로면 바꾸면 되고, 어차피 청바지길이 줄이러 와야하니까 겸사겸사.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와 가디건과 치노팬츠를 입어봤다. 가디건은 너무 얇아 속이 비치는데 핏이 루즈해서 별로 아름답지 않았고 (특히 소매) 치노팬츠는 앞부분에 턱이 잡혀서 가뜩이나 거대한 하체부분을 더욱 더 벙벙하게 강조해주었다.
환불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영수증을 접어 넣은 재킷 주머니를 뒤졌다.
없다.
어라? 쇼핑백 안에 넣었나?
없다.
핸드백 안에?
없다.
어라?
어라?
이게 아닌데?
없을 리가 없는데?
내 4년여의 환불인생에서 영수증을 분실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 오늘 그 기록에 금이 가는구나.
나는 좌절했다.
방안을 쥐잡듯이 뒤졌지만 그 영수증만 없었다.
그냥 아이템만 가져가서 진상을 떨어볼까 하였으나 그러기엔 내가 너무 소심하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뽑아가서 보여주고 환불을 해달라고 할까 그러기엔 총액만 남아있어 애매하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영수증이 없는 현재상황에서 다른 방법은 없다.
그냥 입는 수 밖에.
그래서 오늘 입은 게 저 치노팬츠다.
이걸 환불못하게 되면서 반대급부로 환불하게 된 아이템들아...언니가 미안해.ㅠㅠ
가디건은 어찌 억지라도 부려가며 입을 수나 있지 아 이건 대체 왜 산거지. ㅠㅠ 마네킹이 입고 있는 게 이뻐보였어
ㅠㅠ 망할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색은 마음에 들고 원단도 괜츈하다.
근데 저 턱이 턱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지끝단을 둥둥 말아 올려 입어서 보이프렌드팬츠 간지를 내는 수 외에는 방법이 없다. ㅠㅠ
니트탑은 갭에서 구입한 것. 너무 이뻐서 안살 수 없었다. 30% 할인 감사합니다. 바지는 환불했지만 이것만은 안고 갈거임.
이 니트탑을 안입고 금버튼 더블브레스트 남색 크롭트 재킷을 입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추워 불가능했다.
발목이 휑해서 많이 춥더라. 대체 봄은 언제오니...왜 오는듯 마는듯 간보면서 사람을 약올리니.
신발은 컨버스를 신을까 브라운 플랫을 신을까 고민하다가 플랫이 너무 작아서 컨버스로 결정. ALDO에서 산건데 사이즈 8이 이렇게나 작단 말인가 ㄱ- 처음 신어보고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이렇게 신고보니 고무신같아서 환불했다. 후후...ㅠㅠ 환불의 여왕 그것이 나 근데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쩝 지난주에 운동은 커녕 손도 까닥안하고 살찌는 음식만 먹어서 살이 좀 올랐다. --; 그런 상태에서 이런 바지를 입으니 더 부해보이네. 허벅지가 얇아야 좀 이뻐보일텐데 슬픔. 웃기는 건 지금도 바지가 좀 벙벙하다는 것...근데 모델이 입은 벙벙한 치노팬츠는 늘씬해보이는데 내가 입으면 똑같이 벙벙한데도 보이기로는 다 살이 들어찬 걸로 보이냐고 악!
여튼 ㄱ-
뼈저리게 얻은 교훈, 영수증은 소중히. 받으면 그 즉시 지갑에 넣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