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낸지 벌써 일 년도 더 지났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수퍼 인기작가가 되어 1) 막대한 인세 수입으로 잦은 텐프로 출입 2) 높아진 사회적 위상과 막강한 권력 획득 3) 여러 이쁜이들과의 무분별한 성생활 등등을 즐기고 있어야 할 것이나, 현실은 시궁창보다 더한, 어떻게 보면 책내기 전보다 더 후진 삶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로워 증말이지 살 수가 없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차근차근 복기해 보자.
2013년 말, 그때까지 몇번 있던 찔러보기가 아닌, 진지한 출판제의가 두 곳에서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나는 2012년부터 페북에 '초단편소설'이란 걸 끄적여왔는데, 말 그대로 심심풀이로 아무렇게나 쓴 거라(3분만에 쓴게 제일 히트침;;), 그걸로 책을 낸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무조건 안한다고 했다. 귀찮잖아. 하지만 그 중 한 곳의 계속된 설득과, 다른 출판사를 알아서 교통정리해버리는 터프한 남성미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밑바닥 인생, 손해 볼 거야 없지 않은가.
자신이 소설만 안 썼어도 시집 잘 가서 팔자 편하게 살았으리라는 믿음을 일생 버린 적 없는 오마니의 초강력 만류를 물리치고 2014년 초, 출판계약을 했다. 뭔가 괜찮은 그림이었다. 난 늘 성공이란 노력없이 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죽어라 노력해서 얻는 성공은 결국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기에, 별 대단할 게 없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조삼모사여 조삼모사). 이 책에 들어가는 글들은 내가 노력을 해 쓴 게 전혀 아니니, 내 가치관에 매우 부합하는 그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여름, 책이 나왔다. 아주 솔직한 얘기를 하자면, 내겐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있었다. 이른바 '대박'을 바라는 마음과, 바라지 않는 마음. 바라는 이유야 뭐, 인생 따분했는데 유명해지면 존나 여자나 후리고 다녀야지, 정도의 단순한 생각. 좀 유명세 타면 그게 뭐 대단한 건줄 알고 따라다니는 골 빈 (그러나 궁둥이는 꽉 찬) 여자들이 좀 많은가. 심지어 왕대박이 터질 경우 현아와 붕가붕가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당시 열심히 복근운동을 하던 걸 떠올리니 갑자기 눙물이 우욱 ㅠ
반면 바라지 않는 마음은, 일단 내가 십대 아이돌 지망생이 아닌 이상 다 늙어서 무슨 스타되는 것에 그리 큰 동경이 있을 리도 없고, 유명세는 반드시 더 큰 반대급부가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생을 똑바로 살지 못한 관계로 적이 많아서, 유명해질 경우 누군가에 의해 한방에 골로 갈만한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질러 왔기 때문이었다(...)
암튼 책이 나온 것이 8월 경이었던 것 같다. 곧바로 나의 타임라인은 책구입 인증샷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출판사 힘으로 여기 저기 기사도 나가고, 페친빨로 여러 서점의 베스트 셀러에도 올랐다. 아아 마침내 노력없는 성공을 이루는구나. 나는 문득 내 하반신에 거주하고 계신 미스터 잦이를 찾아뵙기로 하였다. 미스터 잦이께선 뭔가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로 한껏 고무되어 계셨다. 난 그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씀드렸다:
“Soon..."
슬슬 책 샀다고 인증샷 올라오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할 무렵, 난 개인적인 어떤 일로 커다란 실의에 빠졌고, 늘 그렇듯 그 실의를 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그 상태의 나는 그냥 마시고 자고 깨고 해장하고 마시고 자고 깨고 해장하고....의 무한반복이다.
정신차리니 한달 넘게 지나있었다. 나는 문득 '내 책은 어떻게 됐지?'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출판사 이사 성님이나 편집장 누님에게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난 일단 이사 성님 페북에 들어가봤다. 성님은 뭔가 허탈한 표정으로 어떤 섬으로 향하고 계셨는데... 그 표정은 주로 사극에서 나라를 잃은 임금들이 짓는 표정이었다...황급히 나와서 편집장 누님 페북에 가 봤다. 그때가 낮 2시인가 그랬는데, 낮술에 완전히 취해 촛점없는 눈으로 환하게 웃고있는 누님의 눈가엔 흥건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아아, 그때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스타가 되지 못했다는 걸
우우
우우웅ㅇ
우우우우우웅ㅇ우우우우ㅜ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우우우우우ㅠㅠㅠ 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웅우유 우으으으으으으으ㅠㅠ어어어어ㅓㅇㅇ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영광ㅠㅠㅠㅠㅠㅠ르를루ㅜ루루루ㅠㅠㅠㅠ내 섹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으흐흫ㅎ흐ㅡ흐흐흐흐흐흫흐ㅡ흐흐흐 ㅇ엉으웅우우울루루루루루우ㅠ유유유유유ㅠ유유유유유유ㅜㅜㅜㅜㅜㅜ내 현아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ㅍㅍ푸ㅜㅠㅠㅠㅠ
......한참을 통곡하다....다른 누구보다도 미스터 잦이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결국 어느날 밤 술에 진창 취한 채, 빤스를 열어 그분을 찾아뵈었다. 한달 사이에 부쩍 쪼그라든 그 분의 모습이 가슴을 후벼팠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저....
잦이: (부랄을 가로저으며) 아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 미안...합니다.
잦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괜찮아요. 세상이란 게, 내 맘대로 안되는 법이지요.
나: (울먹이며) 제가 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잦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꿈을 꾸게해 줘 고맙습니다.
나: 자...잦이!! (울음을 터뜨리며 잦이에게 안김)
잦이: (부랄로 내 등을 토닥이며) 아프겠지요...아플 겁니다. 아프니까... 아프니까 청춘입니다.....
나: (오열)
...결국 그렇게 스타의 꿈...카페에 앉아있으면 이쁜이들이 다가와 "어멋! 혹시 주원씨 아니세요 upset 이모티콘"하는 꿈... 현아와 수줍게 붕가붕가하는 꿈... 그 모든 주지육림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난 마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에 달라붙은 어느 똥파리의 똥구멍에 서식하는 기생충의 복숭아뼈를 뽑아 땅에 심으면 복숭아 나무가 자라나요 라고 해맑게 묻던 어떤 똥바보의 이빨에 낀 더러운 고추가루 일점보다 더 하찮은 내 원래 인생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좋은 꿈이었다..
<출판 후기: 나는 왜 스타가 되지 못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