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대한민국 게임계에 큰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디아블로3의 발매.
지금은 까이고 까여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 이미지이지만, 전 가끔 들어가 한시간씩 즐기곤 하네요.
그 디아블로3 발매가 됐던 작년 5월과 블라자드의 추억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상당히 긴 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여유있는 분들은 읽어주시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직업이 컨셉아티스트입니다.
이번달로 꼭 4년이 되었네요... 대전에서 서울로 상경해 공부를 1년 6개월정도 한 것 같은데 시간 참 빠릅니다.ㅎ
서울에 온지 벌써 7년이라니.
이런 제가 처음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준 것이 바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1 오프닝 동영상' 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중학교때부터 저는 블리자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김형태님이나 기타 그림으로 영향을 준 분들도 계셨지만 뭔가 그 움직이는 영상들에 참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컨셉아트 공부를 한참 하고 있었을 당시(그때 제 컴퓨터 바탕화면은 블리자드 로고였죠...ㅎㅎ)인 2008년도에 인터넷에서 기사하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아블로3팀의 제프강님의 기사였는데요, 그 기사의 제목은
'열정이 있다면 꿈은 이루어집니다.'였던 것 같습니다.
30살에 대기업 디자인실을 박차고 나와 저처럼 스타1 동영상을 보고 블리자드를 가기로 결심. 바로 유학을 강행하여 미국 생활 5년만에 블리자드에 입사한 제프강 선배님의 경험담이 적힌 기사였는데 그때 전 그 기사를 보고 상당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열정... 그 열정이라는게 참 대단하구나... 하는걸 한번더 느끼게 되었고. 제프강이라는 분이 참 하늘보다 높이 보이더라구요. ㅎㅎ 그때 아직 학생이었던 저는 한가지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저 제프강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서 꼭 이야기를 듣고 싶다. 꼭 만나고 싶다.' 라는 다짐이었습니다.
그 뒤로 블리자드 홈페이지와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제프강님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몇일을 눈에 불을 켰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런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인것도 같은데 우연히 블리자드에 관한 문서를 구글에서 발견하면서 1년여만에 제프강 선배님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게 되었죠.
그리곤 아주아주아주아주 아~~~~~~~주 긴 장문의 메일을 보내게 됩니다.
솔직히 눈물이 날 정도로 긴장도 되고, 행복하고... 뭔가 존경하는 사람에게 나의 메세지를 전한다는게...
여러분은 그런 기분 느껴보셨나요? 전 정말 그 첫 메일을 보낼때의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발송 버튼을 누르고 과연 메일이 올까 안올까... 하는데 하루이틀이 지나도 메일이 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 역시 안되는건가... 하는 생각으로 잠깐 잊고있었을 그 순간. 회사에 출근을 해서 메일을 확인하는데 보이는 한줄의 제목
'제프강입니다.'
저도 모르게 회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왔다왔다'라는 반복했습니다. ㅎ 그때 다니던 회사는 상당히 상하수직적인 분위기의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게임회사였기 때문에 숨소리도 잘 안내는 곳이었는데... ㅎㅎ
제프강님은 저의 메일 분량에 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이 긴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정말 뼈가되고 살이 되는 조언부터, 그동안 슬럼프였는데 저의 메일이 한줄기 빛과 같았다는 이야기까지. 그 두근거림이란 이루 말을 할 수 가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인연이 되어 몇달에 한번씩 연락고 안부를 주고 받는 정도로 제프강님은 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연락한지 3년째. 몇통의 메일이 전부였지만 전 항상 마음속에 제프강 선배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살고있었습니다. 그러다 불어닥친 권고사직의 바람.
전 두번째 회사로 네오위즈 게임즈에서 근무를 하고있었는데, 아직 권고사직 이야기는 없었지만 팀이 허들을 넘지못해 오늘내일 하는 상황에서 딱히 일도 없고 무료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더군요.
'지금이다. 제프강 선배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지금이 기회다.'
그리고 전 바로 제프강 선배님께 메일을 날렸습니다. 미국에 가는데 혹시 저를 만나주실수 있으신지 하는...
다음날 날아온 답장은 '와서 연락하면 마중나겠다'
2012년 1월. 전 뒤도 안돌아보고 미국행 티켓을 끊고 바다를 건너 어바인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알려주신 번호로 연락을 드렸고, 어바인의 한 한식당 앞에서 제프강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년수로 정확히 3년만에... 우주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그분과 악수를 하고 점심식사를 먹고,
블리자드를 방문해서 마이크 모하임 사장님과 롭팔도 부사장님, 와우 총괄 디렉터님, 한국인 아티스트 피터리 형님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블리자드 주차장에 발을 내딛었을때 그 기분이란... ㅎㅎㅎ
지금도 생각만 하면 그게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 방문객이 블리자드 견학을 와도 제가 만났던 분들을 보기 힘든데 참 운이 좋다며 블리자드 구석구석을 견학시켜 주셨던 제프강 선배님 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안고 다시 한국행.
시간이 지나 5월이 왔고 디아블로3의 출시 행사.
각종 매체가 집중했던 그 화려했던 행사에 개발자 대표로 제프강 선배님이 오셨습니다.
저는 메일로 축하드리는 내용의 메세지를 보냈고, 여느때 처럼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오더군요. 원래 전 모르는 전화번호는 잘 안받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끌리듯 받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는...
'승권아! 나 제프다! 밥한끼 먹자.'
순간 제 귀가 잘못 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네?' 이랬던것 같습니다. ㅎㅎ
그렇게 다시 4개월만에 한국에서 재회한 저와 제프강 선배님은 간단히 밥을 먹고, 커피숍 테라스에 앉아 디아블로3에 대한 개발 에피소드, 컨셉에 대한 조언, 유학에 대한 권유. 약 두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신 제프강 선배님과는 그 뒤로 다시 몇통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고있습니다. 트위터도 있고 전화번호도 있는데 이상하게 연락을 하기가 참... 뭔가 어렵다는 느낌이 아니라 존경 그 이상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메일로 연락을 하는게 편하더라구요. ㅎ
중학교때부터 꿈이었던 블리자드와 그곳에서 일하는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과의 만남.
이것이 모두 2012년에 일어났던 꿈같은 일이었네요...
저는 지금 그림을 참 못그리지만 5년뒤 블리자드 입사라는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벌써 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영어와 기초적인 드로잉 공부를 해 나아가고 있는데 한주한주 그 양도 늘고 계획도 점점 구체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 바램대로 5년뒤에 제프강 선배님과 같은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승하세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