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학창 시절 실용 음악 입시를 앞두고 막바지에 함께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고 있는 Gilmour 기타 입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사실 퀄리티 좋은 기타를 사려면 Fender나 Gibson을 생각하기보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는게 낫다는 인식이 정설이던 상황이었죠
학생 신분으로 구매 할만한 Fender or Gibson이라면 스탠다드 라인이 그나마 현실감 있는 가격대였는데...
마감이 개판이었습니다.
기타를 구입해서 또 그걸 들고 전문 리페어샵에 가져가서 전체적인 마감 다듬기와 셋팅을 해줘야 좀 쓸만해졌죠...
현재는 그 스탠다드 라인 마저 대체하는 라인대가 엄청나게 고가로 올라간 바람에 이젠
'굳이 Fender나 Gibson을 굳이 사야해?'
상황입니다... 그나마 전성기 시절 Fender n Gibson 정도의 기타를 사려면 커스텀샵 라인업까지 눈을 높여야 하는데... 이야... 진짜 가격이 ㅋㅋㅋㅋㅋ
뭐...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굳이 Fender를 사야 할 이유가 없었으므로(Gibson은 진짜 연주하기 피곤합니다. 특히 대표 모델인 Les Paul 모델은 비인체공학적인 설계로 연주 피로도가 장난이 아님)
'가격은 저렴한데 퀄리티는 좋은 기타가 뭐가 없을까...'
하다가 학원 선생님 소개로 커스텀 모델을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음... Gilmour라는 브랜드의 꽤 초창기였죠. 당시에 양산형 모델은 거의 없었고 순수하게 오더만 받아서 제작하던 단계였으니까요
오더 넣을 때 스트라토캐스터쪽 보다는 좀 더 슈퍼스트랫에 가까운... 탑이 올라간 James Tyler 스타일의 기타를 요구했는데, 그때는 해당 바디 모양 기타를 생산하지 않았던... 어떻게 보면 프로토 타입의 모델의 제작을 의뢰하게 됐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이 모델을 제작할 때 마침 비슷한 사양의 오더가 같이 들어왔고 제 기타와 형제 기타가 한대 더 있는데 윤도현 밴드 기타리스트분 오더였다고 하네요. 언젠가 형제 기타는 어떤지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ㅋㅋ
무튼 여차저차...
엄청나게 폭 넓은 장르에서 활동 가능한 극한의 범용성 기타가 목적이었고, 실제로 이 녀석이 손에 들어온 이후로 재즈에서 블루스, 펑크, 펑키, 락, 메탈 어느 장르에서 이걸 들고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극한의 범용성 기타가 손에 들어왔습니다 ㅋㅋ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워낙에 다양한 장르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던 친구라 다른 기타를 구입 할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또 여차저차 하다보니 손에 "메탈 하기에는 버거운" 녀석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뭔가 떠올리게 되더군요.
'그럼... 메탈을 조져버리는 기타 하나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에서 오랜 친구인 Gilmour 녀석을 "극한의 메탈 머신"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까지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영입한 부품들... DiMarzio의 "내가 바로 파워풀함의 대명사다!!" 하는 세 녀석을 영입하게 됩니다.
Pro Track, Chopper, Pandemonium.
싱글 처럼 보이는 Pro Track과 Chopper도 엄연히 험버커 픽업입니다.
Pandemonium은 Nita Strauss 시그네쳐 모델인 만큼 하이게인 사운드에 이미 검증을 받은 픽업이구요.
그리고 픽업 교체를 맡겼습니다.
...일단 예쁩니다.
DiMarzio의 Rail Pickup 디자인도 유니크하고 Pandemonium도 아주아주 유니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사운드는...
아주 강력합니다.
아직 데모 녹음을 못해서 아쉬운데
어느 포지션에 놓든 게인만 먹이면 바로 메탈톤이 뿜어져 나옵니다
아니 솔직히 이 정도로 파워풀한 사운드의 기타가 될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ㅋㅋ
기존에 쓰던 픽업이 넥과 미들 픽업이 싱글 픽업이라 아무리 게인을 먹여도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하이게인 사운드를 기대할 순 없었는데... 작아도 험버커는 역시 험버커... 아주 풍성하고 묵직한 사운드가 일품입니다.
우선 넥 포지션에 자리한 Pro Track입니다.
이 녀석은 일단 주로 솔로 할 때 많이 사용될테니 의도적으로 Bass와 Treble보다 Mid에 치중 된 픽업을 골랐습니다.
그래도 역시 험버커 답게 두툼한 느낌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다음은 Middle 포지션에 위치한 Chopper입니다.
이 녀석의 경우는 밸런스 있는 사운드에 중점을 뒀습니다.
개인적으로 미들 픽업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다는 5way 셀럭터 기준으로 2, 4번 포지션에서 사용하길 즐기다보니 특별하게 어딘가에 치중되기 보다 어느 픽업과 같이 섞여도 해당 포지션 고유의 느낌 정도만 살려주길 원했거든요.
만약에 미들 픽업에서 펑키한 리듬 연주를 원했다면 좀 더 Bass는 죽이고 Mid, Treble 부스트가 많이 된 녀석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릿지 포지션에 위치한 Pandemonium입니다.
브릿지 포지션 픽업 고르기가 진짜 고민 많이 됐는데
메탈 사운드의 핵심이자, 장르 특성상 가장 자주 사용 될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완전 얼터쪽 사운드로 가서 미드 트레블이 뻗어주는걸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험버커 고유의 붕붕거림을 추구할 것인가...
여러모로 생각해서 '메탈 하면 Djent 사운드!'
팜뮤트 사운드가 예쁘게 먹으려면 밸런스는 전체적으로 좋으면서 베이스가 부스트 된 느낌이 좋을 것 같아 Pandemonium이 당첨 됐습니다.
예쁜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용도 바로 다음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세팅이 완성 됐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앰프, 이펙터 세팅들 그대로 사용해보니 확실하게 픽업 교체 전, 후가 구분이 됩니다.
세팅값 다시 다 만져야 한다는 뜻이죠.
집에 데려와서 일단 튜닝 죄다 다운튜닝 해주고 긁어주니 아주 즁즁거리면서 끼야악 소리 지르는게 아주 만족도 높은 메탈 머신이 탄생 했습니다.
애초에 근본 기타 자체가 워낙 완성도 높은 녀석이다보니 뭔 짓을 해도 의도에 잘 부합해 줄거라는 믿음이 틀리지 않았네요 ㅋㅋ
이 쩔어주는 메탈 머신으로 이제 어떤 쩔어주는 메탈 곡 녹음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