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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17]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0) 2014/05/23 AM 03:52

제목: 그을린 사랑 (Incendies)
감독: 드니 빌뇌브 (Denis Villeneuve)
제작년도: 2010년
장르: 드라마, 미스테리, 전쟁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역시 빌뇌브 감독 작품인 <그을린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을린 사랑>은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폴리테크닉>과 마찬가지로 '용서'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빌뇌브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인 <프리즈너스> 역시 '용서'라는 테마가 영화를 꿰뚫는 중요 주제의식중 하나인데요, <프리즈너스>에서 딸이 납치당한 도버 역의 휴 잭맨이 '용서'란 것을 납득 못하는 인물을 연기하였다면, <그을린 사랑>과 <폴리테크닉>은 용서와 증오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함을 절실히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그을린 사랑>의 비극은 그 패러독스를 절정까지 끌어올린 작품으로, 마지막 모든 미스테리가 풀렸을 때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란 다른 어떤 영화도 선사하지 못한 아름다움과 혐오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는 어느 꼬마 남자 아이가 헤어스타일을 삭발당하는 슬로우 모션 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아이는 카메라를 그대로 응시하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 아이의 정체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야 말로 전쟁이 만들어낸 가장 큰 비극이며, 그런 이 아이가 관객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제 영화에서 펼쳐질 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암시하는 하나의 장치로써 관객들에게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전합니다.

<그을린 사랑>은 멜로드라마적인 제목과는 달리 실상은 굉장히 불편한 미스테리 드라마이자 전쟁 영화입니다. 영화는 캐나다 퀘벡에서 자신들의 어머니가 죽은 후 어머니가 쓴 유서에 따라 자신들의 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른 남자 형제를 찾으러 가는 쌍둥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둘을 찾기 위해 중동으로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는 형태로 영화는 미스테리를 천천히 풀어나갑니다. 이런 플롯 구조 덕분에 <그을린 사랑>은 플래쉬백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요, <폴리테크닉>에서 빌뇌브 감독이 보여주었듯이, <그을린 사랑>에서도 적절한 페이스로 이런 플레쉬백을 보여주어 의문점과 답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놓아 굉장히 효과적으로 러닝타임을 사용합니다.

이들 쌍둥이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내전 중인 어느 한 중동의 나라에서 (실존하지 않는 나라입니다만, 내전당시 레반논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휘말린 여성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플래쉬백 씬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많죠. <프리즈너스>같이 시각적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객들의 감정 그 자체를 파고드는 스토리에 걸맞게 연출또한 보여주기보단 연출로 암시하는 편을 많이 택합니다.

<폴리테크닉>, <프리즈너스>, <에너미>, 그리고 <그을린 사랑>까지, 빌뇌브 감독의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한가지 공통되는 감정을 꼽으라면 바로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만약 <폴리테크닉>과 <프리즈너스>가 스크린에 일어나고 있는 잔혹한 행위의 연출로 관객들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면, <에너미>와 <그을린 사랑>은 위에서 말했듯이 관객들의 감정 그 자체를 파고들며 불안감을 심어주는 영화입니다. 특히 <그을린 사랑>은 점점 비극적인 사실이 들어나는 미스테리 드라마답게 이렇게 절제된 연출은 관객들이 마지막 클라이맥스까지 쌍둥이들과 쌍둥이의 어머니에게 서서히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결국 마지막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충격뿐만이 아닌 감당할 수 없는 막막함까지 느끼게하여 영화의 주 테마인 '용서'라는 주제를 훨씬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딜레마로 다가오게 합니다.

또 한가지 이 네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바로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제 3자에 의해 일어난 갑작스런 일에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네미>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발견하면서 나락으로 빠져들게되는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고, <폴리테크닉>과 <프리즈너스>는 범죄 사건에 휘말려 증오와 공허의 속박 속에 갇혀버리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죠. <그을린 사랑>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증오의 속박에 갇혀 파괴되는 인물을 담은 영화입니다. <폴리테크닉>에서처럼 <그을린 사랑>도 이 속박을 끊으려는 몸부림으로 영화를 끝맺으면서도 결국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에서 용서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거죠.

<그을린 사랑>에서 증오는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쌍둥이들의 어머니인 나왈은 증오라는 속박에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고, 그런 그녀의 자식들인 잔느와 시몽 또한 그녀의 어머니의 과거를 알아가게 되면서 그녀가 느꼈던 증오를 함께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증오는 사라지지 않죠. 다만, 이들은 가족이라는 또다른 속박에서 그들은 용서를 찾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도 "그을리다"라는 뜻인데, 이 그을림은 전쟁이라는 증오의 불길에 그을린 나왈의 가족을 뜻합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그을림 뿐입니다. 아무리 깊은 증오라 하여도 가족의 사랑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한줄평: "전쟁이 남긴 최악의 비극은 어떻게 용서해야 할까."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마일로스 포먼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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