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토끼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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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판]실수로 악당을 길들여 버렸다 - 1화 (0) 2019/07/08 PM 11:19

따스한 햇살이 포근히 몸을 감싸 주고는 살며시 눈꺼풀을 간지려 왔다. 짹짹짹- 지저귀는 새소리가 귀를 간지르는 것 만 같았다. 


으으음- 계속되는 새들의 지저귐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풍겨오는 향긋한 라벤더 향과 몸을 덮어주는 푹신한 감촉에 풀어졌다. 음냐- 감옥과 다르게 따뜻하고 폭신해서 좋다. 


'음, 감옥?!' 그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죽기 전까지 보던 감옥의 회색빛 천장과는 다른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은 매우 푹신푹신했고 베게에선 라벤더 향이 물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감옥 안에 있던 지푸라기가 든 푸석한 천 쪼가리 들과는 천지 차이였다. 어찌나 푹신했는지 깜빡 다시 잠들 뻔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중대한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는 어디인지,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으며 왜 이곳에 누워 있었는지 하는 거 말이다. 나의 의문은 당연했다. 깨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난 의식의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다. 


분명 난 그대로 죽었을 텐데 내가 왜 살아있는지 의문이다. 자신이 왜 살아있는가 고찰이 필요했지만, 일단 난 정보가 필요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가구들과 침대 옆에서 쪼그려 앉아 졸고 있는 하녀들이 보였다. 기억에 없는 하녀들이었다. 내 기억에 없는 아이들이라니 누구지? 가구들도 배치도 조금 변한 거 같았다. 나는 곧 이곳이 공작가에 있는 내 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구들과 그 배치가 낯익었기에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일단은 자고 있는 하녀들을 깨워 물어봐야겠다. 나는 이불을 걷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마 위에 올려져 있던 수건이 흘러 떨어졌다. 아무래도 나는 방금 전까지 이 하녀들에게 간호를 받고 있었던 거 같다. 그녀들이 밤새 나를 간병하다 깜빡 잠이 들었으리라 쉽게 추리할 수 있었다.


내가 뒤척이는 소리에 하녀들이 퍼뜩 깨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비몽사몽하며 눈을 끔뻑이는 모습은 자칫 무례해 보일 수 있는 언사였지만 내겐 그 모습이 병아리같아 귀여웠다.


"헙! 아가씨가 깨어나셨어!"


그 모습에 내가 작게 웃자 하녀들이 경악했다. 너무 놀라 입을 다 물지 못하는 게 깜짝 놀란 토끼 같았다. 하녀들은 공작가의 우수한 사용인답게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바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하녀들의 표정은 창백했다. 처음에는 밤새 간호하느라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생각했지만 곧 아니라는 걸 깨닮을 수 있었다 그녀들은 나를 무서워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공작님께 아가씨가 깨어나셨다고 전해드릴게, 너는 미우님께 알려드려."


"응 알겠어!"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자 하녀들은 순식간에 역할을 분담하고는 육식동물에 쫓기는 초식동물처럼 잽싸게 방을 나섰다. 어찌나 재빨랐는지 내가 뭔가를 물어볼 새도 없었다. 


미우가 온다니 궁금한 건 그녀에게 물어도 되겠지 나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이불의 폭신한 감촉을 느끼며 노닥이는 사이 문이 열리며 내 전속 시녀인 미우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주황색 머리카락과 매서운 연두색 눈동자가 특징으로 8살 때부터 내 시중을 들어준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또다시 찝찝한 이질감을 느껴졌다. 내가 납치되 있는 사이에 좋은 화장품을 찾은 걸까? 전보다 젊고 파릇파릇해 보였다.


"음.. 미우. 어떻게 내가 살아있는 거야?"


나는 대뜸 제일 먼저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는데 내게서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어떻게 살아 있냐는 질문이라니 당황스럽네요. 아가씨가 감기로 열이 펄펄 끓기는 하셨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그랬나 보다. 순간 일었던 의문은 미우의 답변에 해소되었다. 그녀에게 처형당한 가족들에 대한 걸 물어보는 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여기가 공작 저택이 맞냐는 것과 내가 언제부터 누워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미우는 이곳이 공작 저택이 맞다는 것과 내가 고열로 며칠이나 누워 있었단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미우에게 계속 물어도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자세한 상황은 집사를 만나 물어보는 게 빠를 거 같다.


오랫동안 누워 있어서 그런지 나는 일단 좀 걷고 싶었다. 평소처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자 납덩이처럼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병상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이러나 보다. 어떻게든 차가운 바닥을 디디며 일어서려 했지만 나는 곧바로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야야, 엉덩이가 아프다. 혼자서는 제대로 설 수조차 없을 거 같다. 후들거리며 떨리는 다리를 내려보자 깡마른게 눈에 보였다. 내가 원래 마르긴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니 내 다리가 짧아져 있었다. 놀라서 발에 손을 뻗자 짧고 앙증맞은 귀여운 손이 보였다.


"거, 거울..! 거울을 봐야 돼. "


나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거울 앞까지 가려고 일어섰다. 평소보다 시야가 낮아진 게 느껴졌다. 우당탕- 후들거리는 다리로는 몸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어떻게든 거울 앞으로 가기 위해 엉금엉금 기려하자 미우가 놀래며 급히 손거울을 꺼내 보여다주었다. 


작은 손거울 속에 한 어린아이가 비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심장이 두근거리며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단 진정해야만 한다. 


흡하- 흡하- 천천히 심호흡을 몇 번 하자 서서히 진정되었다. 진정되니 냉정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깨어난 후 느꼈던 위화감들을 하나 씩 도합 했다. 금방 한가지 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답이 맞는지 남에게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 했다.


"미우.. 나 미친 거 아니니까 잘 듣고 대답해줘. 지금 나 몇 살이야?"


"네? 열이 펄펄 끓더니 머리까지 아프신 건가요? 이상한 질문을 하시네요. 아가씨는 8살이십니다."


그 대답에 나는 인정할 수 있었다. 내가 10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애초에 전조는 여럿 있었다. 어렸을 때 본 듯한 낯익은 가구들 그리고 나를 보며 무서워하던 하녀들까지, 전부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는 방에 틀어박혀 보낸 2년과 같았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역시 아직 열이 남은 거 같네요. 좀 더 누워 계세요."


내가 생각에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자 미우는 내가 아직 아프다 판단한 건지. 나를 다시 침대 위에 눕혔다. 아무래도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순간 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나는 본능에 이끌리듯 일어섰다. 


"아, 아가씨? 왜 그러세요."


미우가 갑자기 일어선 나에게 놀라며 물어왔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홀린 사람처럼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에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몇 걸음 못가 다리가 후들거리며 식은땀이 흘러왔다.


쿵! 와장창- 


나는 몸이 휘청이자 균형을 잃고는 장식장에 부딪쳤다. 장식장 안의 물건들이 깨져 나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벽에 손을 집고는 힘겹게 기대며 문 앞까지 갈 수 있었다. 고작 문 앞으로 가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저주받은 몸뚱이였다.


"꺄아악! 아.. 아가씨 식은땀을 그리 흘리시고! 괜찮으신 건가요?"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를 청소하던 하녀가 놀라며 물어왔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상관할 틈이 없었다. 


"미안! 비켜줘. 나.. 나는 어서 가봐야 돼."


걱정됐는지 하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따라왔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나는 복도의 난간에 기대어 비틀거리며 목소리가 들리던 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조금 더 나아가자 복도의 끝에 계속 그리던 이가 보여왔다. 그곳에 그리운 나의 오빠가 서있었다. 건강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기쁨을 주채 못하며 잡고 있던 난간을 놓고는 아이처럼 뛰쳐나갔다. 쿠당탕- 몇 걸음 떼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는 넘어졌다.


"이브리아? 너.."


내가 넘어지는 소리에 제이드가 돌아 보며 말했지만 그는 말 끝을 흐렸다. 복도에 주저앉은 나를 보고는 놀란 거 같았다. 오빠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내게 다가왔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제이드는 무뚝뚝한 말투로 물어왔다.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며 멍하니 그를 올려 보기만 했다.


"어디 아픈 거야? 괜찮은 거 맞지?"


오빠는 내가 말없이 바라만 보자 아픈 거 아니냐며 물어왔다. 무심한듯하면서도 걱정해주는 그 모습에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그리움이 복받치듯 솟아올랐다. 툭- 나의 발치에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졌다. 내 눈물이었다. 오빠를 다시 만나 기쁘고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눈물을 꾹 참았다. 


"리아야?"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제이드가 당황하며 내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평소완 다른 퍽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단지 이름을 불렸을 뿐인데 공허하게 뚫려있던 가슴 한쪽이 꽉 하니 차오르듯 고양감이 차올랐다. 툭- 투둑- 꾹 참았는데도 불구하고 몇 방울의 눈물이 더 떨어져 내렸다.


"너.. 얼마 전까지 열이 났다더니 아직 아픈 거니?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몇 방울 더 떨어져 내린 눈물에 오빠도 많이 당황하긴 했나 보다. 어디가 아프냐며 괜찮냐고 횡설수설 말하기 시작했다.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버벅대는 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하니 간지려 왔다.


"히끅- 오, 오빠.."


"응?"


내가 조심스럽게 오빠를 부르자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 그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몰려왔다. 지금 이 마음을 오빠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보고 싶었어."


"..."


"나, 계속.. 보고 싶었어."


힘겹게 입을 때 말하고 나니 하고 싶던 말이 술술 나왔다. 나의 말을 듣자 생각에 빠졌는지 오빠는 말이 없었다. 정적이 찾아왔다. 어려서부터 대하기 어렵던 오빠였다. 그 정적이 내게는 오빠의 거절처럼 느껴졌다. 거절됐다는 두려움에 무너진 땜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곧 이 모든 게 환상이었고 오빠마저도 사라질 거 같아 나는 펑펑 울며 오빠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다행히 오빠는 그런 나를 밀쳐내지 않았다. 


"나도 보고 싶었다."


오빠는 힘겹게 입을 때며 말하더니 매달리는 나를 끌어안고는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 서툰 위로에 더 눈물이 났다. 나는 한참을 운 후에야 진정하며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훌쩍.. 고마워 오빠."


나는 그렇게나 울어놓고도 부족했는지 훌쩍이며 감사를 전했다.


"고맙긴."


그 순간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아빠가 나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아빠의 말에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제야 주변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신 보고 싶었다며 울면서 오빠를 껴안고 있는 나. 그런 우리 주변에서 어찌할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고 있는 하녀들. 그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했지만 호기심 보다 부끄러움이 강했다. 나는 부끄러움에 오빠의 가슴에 머리를 푹하고는 파묻어 버렸다. 그러자 오빠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 같았다.


"아버지. 먼저 내려가시죠.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오빠였다.


"그래, 알겠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제이드, 나중에 무슨 일이었는지 따로 듣겠다."


아빠는 오빠의 말에 수긍하고는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아빠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대 제이드 오빠가 갑자기 나를 공주님처럼 안아 들었다. 갑자기 안아들어 놀랐지만 먼저 할 말이 있었다.


"갑자기 울어서 미안해."


나는 급히 사과를 했다. 내 사과에 오빠는 대수롭지 않게 괜찮다고 말해줬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펑펑 울면서 안기다니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퍼뜩 오빠도 할 일이 있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 물었다.


"오빠는 어디 가는 중이었어?"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이었어."


내가 묻자 바로 대답이 나왔다. 아무래도 오빠는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나 보다. 꼬르륵- 식사라는 소리에 내 배가 자신도 배고프다며 주장해 왔다.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내 뺨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얼마 전까지 병석에 있었으니 배고플만했지만 부끄러웠다.


"오빠.. 나도 같이 식사하고 싶어. 같이 먹으면 안 돼?"


그래도 배고픈 건 배고픈 거였다. 나는 부끄러움을 훨훨 털면서 물어봤다. 내 물음에 오빠는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식당으로 가자!"


"안돼."


나는 신나서 외쳤지만 단호한 안돼가 돌아왔다. 같이 먹자더니 식당으로 가는 건 안된단다. 이게 무슨 신종 괴롭힘인가 싶었다.


"일단은 옷부터 갈아입자. 숙녀가 칠칠치 못하게 옷이 그게 뭐니."


오빠의 말에 내 옷차림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는 얇은 네글리제 한 장만 입고 있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보다 부끄러웠다. 오늘따라 부끄러운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 같다. 내가 부끄러움에 파묻혀 다리를 파닥파닥 휘젓는 사이 오빠는 부지런히 내 방으로 향했다. 오빠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곧장 침대 위에 나를 앉히고는 문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준비 다 되면 불러."


얼핏 차가운 듯 말했지만 기다려 준다니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서툰 사람이다.


"응. 고마워."


방밖으로 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에 나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을 나서는 오빠의 귀 끝이 조금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앉아 있는 내게 미우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테니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먼저 간단히 씻고 나와 거울 앞에 앉으니 퉁퉁 부은 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어떻게든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보자 미우는 부은 얼굴을 순식간에 평상시 얼굴처럼 보이게 만들어 줬다. 그 신기에 다다른 기술은 마치 마법 같았다. 


화장을 마치고는 미우가 곧바로 머리를 빗어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평상시처럼 돌아온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말랑말랑한 자신의 볼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거울을 봤을 때는 놀라서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내 볼은 만지면 매우 기분이 좋아질 거 같았다. 


나는 자신의 볼을 살짝 꼬집어 보기도 하고 말랑거리는 볼을 콕콕 찔러보기도 했다. 감촉이 보드라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대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따라가자 미우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머리를 다 빗었으면 말 좀 해주지 괜스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다음으로 옷을 고르기로 했다. 오랜만에 외출하는 거니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게 어떠냐며 미우가 오두방정을 떨며 드레스들을 가져왔지만 나는 오빠를 너무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고작 아침식사에 드레스까지 입고 싶지도 않았기에 거절하고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심플한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미우가 아쉬워 하기는 했지만 문제없다.


"오빠! 나 준비 다 됐어."


준비를 마친 나는 오빠를 불렀다. 내가 부르자 방에 들어온 오빠는 자연스럽게 나를 안아 들었다. 뭐지? 나를 안는대 재미들린건가? 머리속이 혼란했다.


"오빠! 나.. 걸을 수 있는데!"


"방금도 넘어졌는데 그럴 리 없어."


"내려줘! 걸을 수 있다니까."


"내가 안고 가는 게 더 빠를 텐데."


내가 입술을 삐쭉이며 걸을 수 있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오빠는 믿지 않는다며 거절 했다. 뒤에서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미우가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손부채질 하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순간 부끄러워진 나머지 오빠에게 일단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오빠는 마지못해 나를 내려주었지만 표정이 불만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저러나 모르겠다.


나는 찰싹- 하고는 자신의 양볼을 두드렸다.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며 힘차게 일어났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가 갓 태어난 새끼사슴처럼 불안하게 흔들거렸지만 나는 결연한 표정을 한채 힘차게 한 걸음 내디뎠다. 풀썩- 무리였습니다. 내가 넘어지기 전 오빠가 받쳐줘서 다행히 나는 다치지는 않았다.


"네가 혼자 걸을 수 있기는 어림없지."


내가 한 걸음도 채 못 걷고 넘어졌는데도 어쩐지 오빠의 표정은 기뻐 보였다. 결국 나는 오빠에 안겨 식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홀로 걷는 훈련을 하겠다고 강력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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