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시골에 밭이 하나 있다.
개인 소유 토지는 아니고 종중의 땅인데 이건 뭐 집안 사정으로 여차저차 설명하면 복잡하고
아무튼 그래서 우리집이 맡아서 농사를 짓는데....
주종목은 포도.
지만 어린시절빼고 농사를 지어본지 오래된 아버지가 잘 키우실리가 만무..
처음 한 3-4년은 제법 수확이 잘나왔는데 작년부터 시름시름 나무들이 죽기 시작하더니
결국 올해엔 1/3이 전멸했다.
그래서 포도나무가 있던 자리를 걷어내고 어머니는 각각 들깨, 고구마, ...하나는 기억이 안난다.
이렇게 3종을 심으신단다.
허리디스크가 심해지셔서 하시던 일도 쉬시면서 밭일을 간다고 하면 안아프시단다.
(이해할 수가 없어!! ㅠ.ㅠ)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힘쓰는일.
작년에 15만원어치 산 소똥무더기를 밭에 골고루 뿌리고, 그다음엔 밭을 삽으로 다 갈아 엎어라.
그리고 삽으로 고랑을 만들어라.
일요일에 늦잠도 못자고 다음날 회사가야되는데 몸도 힘들고 좋을리가 있겠나
그래서 정말 싫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부모님이 몸이 편찮으시니 힘쓰는일은 내가 해야지...
그래서 했다. 위에처럼.
...........................내년엔 반드시 밭에다 불을 지르리(이 말만 벌써 6년째.. 처음엔 혼내던 어머니도 이젠, 지를테면 질러봐라 이녀석아 ㅋ 하시며 받아치신다.)
첫번째사진. 소똥 무더기. 원래는 저거 + 1/3이 있었다. 이날 다 작살낸거
두번재 사진. 미션완료. 왼쪽 구석에 아버지가 찍혔다.
마지막에 올린건 내사진. 일요일 아침에 밭에 간다니까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안감고 뭐 그랬다. 안구테러 ㅈㅅ
(평소 사진 http://mypi.ruliweb.daum.net/mypi.htm?id=snakehand&num=5866 )
p.s
-이날 아침 7시에 밭에 도착하니 고라니가 우리 밭을 탐닉하고 있었습니다.
-토끼까지는 달려서 어느정도 잡을 엄두가 났는데, 고라니는 뭐.... 인간의 속도론 잡을 엄두가 안나는군요 ㅎㅎ
-...................고라니 뭘로 처치하지.... 밭에 불을 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