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이야기였다.
도서관에가서 모처럼 아주 오래간만에 공부를 하다가 친구와 함께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의 날씨가 보통 더운게 아니라 비는 찔끔찔끔 와준 덕분에 사우나에 물한바가지를 끼얹은 것처럼 습도만 올라가 푹푹 찌기 마련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땀으로 샤워하는 상황이 너무나 짜증이난 나머지 나는 불만처럼 토로하고야 말았다.
"야 솔직히 말해서 회사 방학 있어야 하지 않냐?"
나의 말에 친구는 이거 뭔 개가 짖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지지 않고,
"솔직히 생각해봐라. 우린 모두 방학이 있는 삶을 살아왔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방학이 있었잖아. 근데 회사에 와서 그 방학을 몰수당한거야!! 우린 16년 넘게 여름과 겨울에 한달씩 쉬던 아름다운 전통을 박탈당한거라고!!!"
이 말에 친구는 적잖이 감명을 받았는지, '과연..'따위의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돌연 눈빛을 빛내며 이렇게 외친 것이었다.
"가만.. 방학이 있는 삶... 방학이 있는삶을 살아왔... 야! 이거!!"
"뭔데?"
"대선공약으로 해도 되겠다!"
"무엇이?!"
친구의 말은 간단했다.
"손학규가 이러잖아 [저녁이 있는 삶]. 우리는 이거지 잃어버린 10년동안 누려오던 여러분의 방학을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방학이 있는 삶]인 것입니다!"
"그... 그럴듯해!!!!"
우리 둘의 머릿속은 곧바로 영희와 철수가 뛰놀고 바둑이가 월월거리며 꽃동산을 행복한 교과서의 엄마아빠가 웃는 상상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멋지고 여유 넘치는 삶인가!
아빠는 여름이되면 즐거운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자녀들과 함께 14박 15일 여행인 것이다!!
시시콜콜하게 4박5일로 강과 바다로 피서를 가는게 다 뭔가! 그냥 한달간 머물다 오는거다!
그렇게 여름을 푹 쉬고 개학땐 돌아와서 더욱 활기찬 회사생활!!
상상만 해도 건전하지 않는가!!
라고 상상의 나래를 피던 나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문득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방학을한다.
다른 회사는 방학을 안하면 방학한 회사는 경쟁에서 도태되므로 다른 회사들도 같이 쉬어야 한다.
공항과 은행도 쉬고 경제는 동결되고 발전소도 쉬고 전기가 꺼지는 암흑....
한국은 여름 한달간 암흑에 휩쌓이고 급기야 근래의 찜통 폭염이 닥치면 전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예 전력이 없어서 사람들은 그 더위를 견뎌야하며 냉장고의 음식은 다 상할것이고 게다가 공항이 쉬니까 한국에 여행을 온 해외 여행객들은 본국에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것이며, 급기야 서울역에선 구걸을 하는 미국인 노숙자를 보게 될 게 아닌가!!!!
뉴스는 연일 이런 외국인 노숙자의 폐해를 방송....... 하지도 못할거고.. 방학이니까!!
게다가 이야기가 나온 중에 군대 방학이야기도 있었다.
북한이 쳐들어온다!!!!!!
아아 이 얼마나 무서운 상상이란 말인가........
친구와 나는 [방학이 있는 삶]의 달콤한 꿈에서 좌절감을 맛봤다.
하지만 곧 나는 새로운 희망을 되찾았다.
"괜찮아. 대한민국 국민은 방학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어!"
"아니 어떻게!!"
"먼저 대통령이 되서 [기계가 있는 삶]을 제창하는거야!"
"기계가 있는 삶?!?!"
"그래! 대한민국의 모든 자본과 기술을 인공지능 자동기계에 투자해서 기계가 기계를 생산하고!!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면 인간은 결국 방학을 누릴 수 있는거야!!!!!!"
"복지 얘기하다가 터미네이터로 빠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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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헛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