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추석을 대비하여 단둘이 벌초를 하러갔다.
(어머니도 함께 가셨지만 어머니는 밭에 하차 하시고 열무와 고구마를 수확하러 가심)
오늘의 목표량은 봉분 8개 클리어.(사실 거기에 종친묘소까지 +8개가 있지만... )
역할담당은
메인 : 아버지(예초기 담당)
보조 : 나(갈퀴질 + 톱장비: 잡목 제거)
원래 해야할 분량은 저기서 -4를 하여야 했지만, 고향 동네 주민이 몇년이나 방치한 조상 산소를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아버지에게 '제발 형님 해주세여 아 제발 님아 ㅠㅠ' 를 호소하여
아버지가 수고비용 받고 처리해주시기로 하셨다.
처음 도착한 그 동네 주민의 산소는 무슨 정글.....
풀은 허리만치 자라있고 그 안에 뱀과 벌이 있을지 몰라 내가 정찰조로 투입되었다.
(아버지는 제작년에 어머니와 벌초하러 가셨다가 벌에 쏘여서 큰일을 당하실뻔하셔서 벌에 쏘이시면 안되었으니)
갈퀴로 이리저리 해치고 타작질을 해가며 이상여부를 체크(아버지는 10걸음 정도 뒤쪽에서 대기)
정찰 후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면 아버지는 예초기를 부릉부릉 돌리시며 허리까지 올라오는 풀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기 시작하신다.
작업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아버지가 좀 진행하면 나는 갈퀴를 들고 풀을 모아 버리고, 예초기 날이 자르지 못하는 보스몹(통나무)가 나타나면 내가 톱을들고 달려들어 나무를 잘라버리고 수풀에 던진다.
간혹 가시덩쿨이 얽힌 것도 있어서 긴팔 옷에 빨간 목장갑을 장비하고 덩쿨들을 열심히 톱으로 잘라내지만 뭔놈의 가시가 목장갑을 뚫고 들어와서 손을 할퀴는지.....
게다가 공포의 아디다스 모기도 출몰하고
여튼 동네사람 산소 벌초는 무슨 정글을 개간하는 느낌이어서 힘을 굉장히 많이 뺐다.
그에 비하면 집안 산소는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발목까지 자란 풀 수준이었기 때문에 톱을 쓸일도 없었고....
봉분 8개를 작업하고 나니까 진이빠져서 지쳐있는 가운데 나머지 종친 묘소 8개를 벌초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못했었는데
바로 그때, 집안 형님이 다른 먼 친척분과 그 친척분 사위를 데리고 벌초를 오시는것을 발견(지원군 도착.)
(사실 형님이라 부르기 어렵다.. 연세가 73이시다...)
그쪽은 예초기가 2대, 갈퀴가 2개 라서 함께 종친묘소 작업을 하자고 하셨다.
덕분에 총 예초기 3대, 갈퀴 3개의 놀라운 화력으로 남은 봉분 8개를 순식간에 작업완료를 하였는데
다좋았는데... 머리가 희끗하신 할아버지가....... 나보고 아저씨 라며 존대를 하시는건 정말 불편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우리쪽이 형님...... 쪽보다 본가이기 때문에 -큰사촌형이 장손이기도 하고- 위계가 높다고 하시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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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버지는 자기보다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여기 앉으셔서 한잔 하십시오. 제 잔을 받아주세요"
하는걸 보고 제발 존대는 말아달라고 애걸을 하셨다....ㅎㅎ
ㅠ.ㅠ
오묘한 촌수의 세계..........
저도 내일 벌초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