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나게 달리고 아침에 반쯤 빈사상태로 집에 도착.
아침과 낮에 푹 자다가 오후에 부비적거리며 일어나 밥을 대충 챙겨먹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켰습니다.
영화를 보려해도 별로 안끌리는 것들이고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그냥 어쩌다보니 평소엔 거의 보지도 않는
KBS 주말 스포츠를 틀어보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나온건 태권도 경기.
거의 끝나고 결승만 남은 상태라 오래 보지 않았지만, 마지막 펼쳐진 대구와 강원도 대표 선수의 경기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는 점수따기식이 아닌, 2세트 부터 시작된 난타전!
해설마저도 '이건 발로하는 복싱이라고 봐도 된다' 라고 할정도로 양선수가 발로 7연타를하고 붙어서 이리저리 패는 모습이 굉장히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결국 양선수는 계속해서 뺏고 뺏기는 경기를하다가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가게 되었는데, 연장전에선 1점만 선취하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주춤거리는 대치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역시 연장전은 좀 루즈하군..' 하고 생각하고 잠깐 눈길을 돌리려던 찰나,
양 선수는 파팍 하고 서로 접근해서 서로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는데, 그 광경이 너무나 절묘하고 멋져서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이야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대구 선수가 날린 발차기를 강원도 선수가 고개를 살짝 틀어비껴나가는 한편, 강원도 선수의 발차기는 그 짧은 사이에 다리를 접었다 펴며 휘감아 차는 식으로 대구 선수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
대구 선수는 휘청거리며 쓰러지더군요.
그리고 순식간에 2점득점 후 우승.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틀어주는 것을 보니 보다 명확하게 그 멋진 순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설과 사회자도 '정말 멋진 마무리였다' 라고 감탄을하고 있었죠.
그리고 태권도가 끝나자 바로 이어서 세팍타크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다른 진행중인 경기를 바로 틀어주는거라 이미 1세트가 끝난상황.
한림대학교와 충주시청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세팍타크로는 족구와 유사하지만 룰이 다른 경기로 국내에선 인원이 많지 않아 일반부와 대학부가 함께 경기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설이 말을 이어갑니다.
국내 팀들의 수준이 크게 올라가 세계강호에 끼었다는 말을 하며, 그런 최강수준의 팀이 바로 충주시청이라는군요.
즉, 국대수준의 팀과 대학부가 맞붙은 경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림대도 대학수준의 팀임에도 불구하고 결승까지 치고올라온 저력의 팀.
양팀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세팍타크로는 동작이 너무나 화려하고 멋져서 보는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양팀 모두 특색있는 기술이 있어서 마치 필살기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한림대 - 시저스킥(공격의 대부분이 시저스킥)// 충주시청- 롤링스파이크(공격의 대부분이 롤링스파이크+시저스킥도 혼용)
특히 롤링스파이크의 경우엔 공중에서 몸을 한바퀴정도 빙글 돌리면서 공을 차는게 대단히 멋져 보였습니다.
(해설자曰:저건 일반인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이죠 네.)
인상깊었던 것은 양팀모두 실수나 아쉬운 실점을 해도 얼굴에서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팀원 3명이 서로가 정말 즐겁게 경기를한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받기 어려운 강력한 충주시청의 공격을 한림대 선수들이 따라가며 받아내서 다시 넘기는 장면이라던가
한림대의 패기넘치는 공격을 충주시청 선수들의 노련함으로 받고 역공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어떤 종목이던간에 스포츠라는건 참 멋지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난 개발이잖아. 족구 블랙홀이잖아. 난 안될거야)
결국 압도적인 기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3:0으로 패배하고마는 한림대.
그래도 계속해서 보여준 멋진 경기력과 기술. 그리고 훈훈한 선수들의 외모(양쪽다 훈남 선수만 있었습니다)
거의 보지 않는 KBS 스포츠인데 이렇게 보니 참 볼만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