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지각에 대해 벌금을 매긴다.
9시 정각에서 1분늦으면 5천원. 이후로 30분마다 5천원이 가산되는 식으로 해서 모이는 벌금은 회식이나
기타 간식류에 쓰인다.
이러한 지각벌금 랭킹 1위는 단연 압도적으로 나........(8만원을 돌파했다.)
그런 상황이니 출근시간에 더욱 신경쓰는 것은 당연한지라 월요일 아침인 어제에도 울리지 않은 스마트폰 알람을 탓하며 지하철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금정에서 갈아타서 오이도로 향하는 환승열차에 올라타 빈자리를 발견!
출근의 피로를 씻기 위해 앉으려는 찰나, 누군가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나를 앞질러 자리에 앉고 말았다.
무슨짓이냐고 화를 내진 못하지만 최소한 기분나쁘니 얼굴이라도 찌푸리려는 찰나, 나는 앉은 상대를 확인하고 화사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회사와 같은 건물을 쓰는 고객회사의 사원이자 옆사무실 미모의 여사원인 이 ㅎㅅ 씨였기 때문이었다.
이분에 한해서 나는 무한한 특혜를 주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옆사무실 남자직원들이 데이터를 고쳐달라고 온다 -> 차갑게 안경을 올려쓰며 '전무이사님의 결재를 받아오십시오' 라고 말하고 퇴짜를 논다)
(이 ㅎㅅ씨가 데이터를 고쳐달라고 온다->(이미 말을 걸기전에 뒤에서 풍겨오는 향수냄새로 누군지 눈치챈다)-> 그자리에서 변경된 데이터를 미소와 함께 보여준다)
*이점에 대해서 친구가 말하길 '이쁘다고 너무 차별대우 하는거 아니냐' 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당당히 반론하곤 한다.
'이쁘기만한게 아니야! 착하기도 해!' 이말에 친구는 할말을 잃었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한발짝 떨어져서 자리에 앉은 즉시 잠에 빠지는 여사원을 보고 '오늘 아침부터 이 ㅎㅅ씨를 보게 되니 오늘은 일진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오이도까지 서서 갔다.
그리고 오이도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9시 05분. 지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겠다 생각하고 택시정류장에 섰다.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어 내가 선 자리는 3번째자리.
그사이에 걸음이 느린 이ㅎㅅ씨는 내 뒤를 따라 6번째쯤 자리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동료사원이 역에서 자가용에 태워서 모시고 가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지각이라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는 상황인 것 같았다.
택시를 기다리며 속으로 나는 '그래. 업무 외에 호의를 베풀 좋은 기회야. 내가 택시를 타면서 쿨하게 -방향도 같으니 합승하시죠!-라고 말하고 같은 택시를 타고 가는거야 으흐흐' 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뒤에서 예의 그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이미 그전에 앞사람두명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그리고는 평소 데이터 수정을 요청하러 올때처럼 잔뜩 미안하다는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울프씨... 저 혹시 회사로 가시나요...? 혹시 그러시면 저도 같이 타고가면 안될까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내가 먼저 말하기 쑥쓰러웠는데, 절로 좋은 상황이 되어 나는 아주 쿨하게 '아 그럼요'라고 말하곤 함께 택시를 타고갔다.
별다른 대화없이 택시에서 내리고 '그럼 오늘 수고하세요' 하고 건물로 들어가려는 찰나, 이 ㅎㅅ씨가 잠깐만요 하고 나를 불러세운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당연히 기겁을하며 '아니 나혼자 어차피 타도 그만큼 나오는거고 돈은 필요가 없습'이라고 말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잇지 못했다.
이 ㅎㅅ씨는 내손을 잡고 손에 돈을 쥐어주며 '아니에요 꼭 드려야해요'라고 말하며 쥐어주는 기세 및 손의 부드러움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이 ㅎㅅ씨가 총총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가는걸 지켜보기만 했다.
그래서 어제 하루 일진이 좋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밤11시 퇴근.
주요프로젝트는 언제 끝나려나........................................................
어쨌든 덕분에 조금은 더 친숙해지긴했다. 물론 거기까지 그 이상이고 뭐고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