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집안일 + 개인적인 일로 기분도 상하고 입맛도 떨어져 밥도 하루종일 안먹고
그런저런일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회사일이 밤늦게 끝난걸 핑계로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사실 12시 다되서 끝났기에 집에가기 애매한 시간이기도 했다)
뜨거운 탕에서 몸을 지지고 찜질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어쩌다저쩌다 언제잤는지도 모르게 골아떨어졌고,
이상한 꿈을꾸다가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회사 근처 찜질방이기에 시간을 7시 40분 알람을 맞췄는데,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 6시 4-50분대다 보니 일어날 시간을 지나버려 알아서 깨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기분도 어쩐지 좋지가 않아,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다.
없다.
휴대폰이 없다.
7월달에 19만원주고 지른 내 갤노트1이 없다.
8월달에 갤3이 17만원에 나와서 이런 ㅅㅂㄻ 하고 불평했던 내폰이 없다.
이전 폰도 잃어버린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더더욱 다급해진 나는 바로 일어나 카운터로 달려갔다.
그러나 어떤 친절한양반이 폰을 카운터에 맡겼을리는 없는 상황.
결국 모든걸 자포자기한 나는 내 옷이 있는 캐비넷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캐비넷 앞의 안마의자에 앉아있는 양반으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꼬꼬댁 삐용삐용 꼬꼬댁 삐용삐용 꼬꼬댁 삐용삐용]
.......이건 알람어플을 같은시간대에 동시에 3개를 맞춰서 3차원 알람소리가 들리게 해놓음과 동시에
일어나려면 알람을 동시에 3개를 정지하게 해서 반드시 일어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도록 해놓은 내 폰의 알람 소리였다.
(물론 그래봐야 잠에서 깨는데는 매번 실패한다)
나는 가만히 안마의자에 앉아 코골며 자는 양반을 응시했다.
그 양반에게 아까의 당혹함과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이내 냉정을 찾기로 했다.
그양반이 내 떡대의 두배에 오른팔에 문신이 있고, 턱에 짧은 수염과 대머리라는 점 때문이었다가 아니고
생각해보면 찜질방에서 엄청나게 울리는 벨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들고나와 끄려했지만
내 폰에 걸린 암호때문에 못꺼버린걸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그 다소 근육질이고 다소 깡패처럼 생긴 (외모로 판단하는건 나쁜짓이다.) 사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그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내 휴대폰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깨워서 왜가져갔나 물어볼까 따질까 고민을 했지만, 그의 오른팔의 문신을 한번더 보았고 그리고 몇가지 사항
(주변에 증인도 없고, 내주머니에 들어간게 아니었다고 무조건 잡아떼면 버틸 수가 없다. + 니 알람이 시끄러운데 니가 안깼잖아. 등등)
에다가 어제 이후로 기분도 저기압이고 우울하고 밥도 안먹고 힘도 안나고 해서 그냥 사우나 주인에게 말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결코 쫄은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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