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지나고 연초가 시작되는 만큼 고객사 사장님은 우리에게 한가지 요청을 하셨는데,
대대적인 재고실사 및 조직점검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자기네 사원들이 데이터 조작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체적인 시스템 제한을 걸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그 조치가 시행된 이후, 오늘은 하루종일 고객사 사원들의 '제발 시스템을 풀어줘어어어어!! 데이터를 정상으로 만들어야해ㅇ에ㅔ에에에에에에!!' 의 절규 섞인 요청을 들어야만 했는데.......
오늘 저녁.
또 꼬여버린 쿼리를 보고 머리카락을 뽑고있는 나의 뒤에 뭔가 인기척(이라기보단 향수냄새!) 가 느껴져 재빨리 돌아보기전에 엉망으로 헝클이던 머리를 단정하게 쓸어넘기고 뒤로 돌아 상대방을 보았다.
상대방은 다름아닌 한 외모하시고 성격도 착하신 고객사 여사원인 ㅇㅎㅅ양!
여사원님은 말도 걸기전에 내가 먼저 돌아보자 잠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주저주저하며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여사원
-아 저기.. 바쁘실텐데 죄송해요..(이미 오자마자 말을 안걸고 뒤에서 망설이는건 향수냄새가 날때부터 약간 눈치챘다)
-부탁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나
-말씀하시죠.
여사원
-XX해서 ㅁㅁ해서 그만 데이터를 수정해야하는데...
나
-언제 데이터를 수정하셔야 하시나요?(락 걸린 이후라면 상관 없는데...)
여사원
-작년거요!
나
-(자...........작년...................)
웬만하면 여사원분이 직접와서 부탁하는 요청에 대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처리하곤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빠른 처리를 위해 직접오신게 분명했으나.............
이번 건은 제아무리 그래도 들어줄 수 가 없는 건이었다.
고객사 사장이 공식적으로 무슨일이 있어도 풀지 말라고 한 건이었기 때문에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여사원분에게 안된다는 말을 최대한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할 수 밖에 없었고, 여사원분은 거듭 조르다가 대단히 실망한 표정을 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내가 안해주고 싶어서 안해주는게 아닌데 ㅠ.ㅠ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