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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상?] 천사를 만났습니다. (19)
2013/02/25 PM 05:33 |
어제 아는 형과 친구들을 만나 극심하게 과음을 한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기왕 늦게 일어난거 몸편하게 가보자 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앉아서 푹 자고 있는데,
얼마나 잤을까, 잠을 팍 깨우는 불길한 징조가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본디 섭취한 음식물은 밑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법.
그러나 덜컹거리는 버스를 숙취가 해소가 안된채로 탄 덕분에 음식물은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고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지하철이었다면 그 다음역에서 즉시 내리고 모종의 당장 근처 쓰레기통에 고개를 박는다던지 다양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이건 달리는 버스!
내려버리면 정류장도 아닌지라 다른 이동수단을 잡기가 정말 곤란하고 무엇보다도 내려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게 입을 벌리면 곧장 터져나올 것 같은 상황인지라 저는 '오 신이시여. 지저스 크리아스트, 부처님'을 외치며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넘어오는걸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연신 들이켰으나 물따위는 반란군의 거친 행진을 전혀 막지 못했고, 입술을 깨물어보기도하고 심호흡을 하기도하고, 단전에 기를 집중해보기도 하고 별의 별짓을 다하였지만 모두 부질없이 반란군은 어느새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였습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참아보려고 침을 꼴깍 삼킨게 신호탄이 되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입을 막은 손밖으로 반란군이뛰쳐나오는데.............. 다행히 옆자리에 다른 손님이 없어서 대민폐까진 벌어지지 않았지만 얼굴과 옷에 반란군이 덕지덕지 묻고 아무튼 설명하기 어려운 처참한 상황이 되고말았습니다.
결국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가방에서 휴지를 찾는데......
앞좌석에 앉은 미모의 여자분이 냄새가 났는지 고개를 돌려보시는 겁니다.
그리곤 이내 얼굴을 찌푸리는걸 보고
'아........ 이게 뭔 개망신이냐..' 싶어 입을 손으로 가려 묻은 흔적을 최대한 안보이려 노력하며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가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하고 있는데
고개를 숙인 제 이마께에 하얀 뭔가가 닿았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여자분이 미소를 지으며 물티슈를 건내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감사를 표하며 얼른 얼굴을 닦고 옷을 닦는데 또 뭔가가 넘어옵니다.
여행용 티슈를 통으로 건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냄새도 심하게 나고 엄청난 민폐에 어쩌면 앞자리로 튀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수습하라고 배려를 해주는 모습에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마음씨까지 곱구나' 하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뒷이야기
어제 만난 형에게 전화로 그 이야기를 하자 형반응
'번호를 땄어야지!!'
나
-아니 쪽팔려 죽겠는데 이미지도 최악에 토냄새 풀풀나는데 뭔 번호를 따?
형
-고맙다고 밥이라도 사고 싶다고 응? 그런식으로 말하면서 하는거지
-니가 그러니까 연애를 못하는거야
-어차피 또 볼 사람도 아닌데 오케이 하면 좋은거고 아니면 그냥 망신에 망신을 더하는 거 밖에 더돼?
-아 한번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지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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