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아이콘을 꼽으라면 사무라이와 닌자가 유명할 것이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게임에 등장했다 하면 악명 높은 트롤충들을 양성하기 쉽상이란거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모습과 실제가 다르단 거다.
일본 닌자 마을의 기원은 당시 일본의 빈약한 행정력에서 탄생한 독자적인 거주 집단이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던 것이 기원인데 전쟁이 끊이질 않던 헬열도 특성상 돈 되는 일 중 하나라면 단연 전쟁에 관한 일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크고 작은 독립된 닌자 마을들은 그 지역 영주들의 후원을 등에 업고 경쟁 영주들의 가신에게 사시미를 쑤시던가 적들에게서 정보를 빼오던가 전쟁에 직접 나가는 게 생업이었다.
이 많은 집단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두 집단을 꼽자면 코가 닌자와 이가 닌자들이 있다.
이들이 유명한 이유는 수백 년간 일족 대대로 내려온 강력한 혈계한계 인술들과 신묘한 비전들 때문은 당연히 아니고 그냥 얘네들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남아서 그냥 유명하다.
말장난 같이 들리겠지만 이 새끼들이 유명한 이유는 활약상과 별개로 다른 애들이 좃나 안유명해서 그런 것도 있다.
이 둘이 가장 유명하다 보니 자주 한 묶음으로 언급될 뿐만 아니라 마을 위치도 인접해 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쿠가와를 견제하기 위해 코가 닌자들을 고용하자 도쿠가와도 대응 수단으로 이가 닌자들을 고용한 사례도 있어서 실제로 자주 엮인 놈들이었다.
미에현의 명물 이가 닌자들
이가놈들의 탄생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농사지을 곳도 마땅치 않은 폐쇄적인 땅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곳 주민들은 생계수단이 채집과 수렵이면 양반이었고 농토를 둘러싸고 마을 단위로 서로 칼침을 놓던가 아니면 다른 동네 가서 다른 사람들한테 칼침을 놓던가 하는 게 다반사였다
특기가 게릴라고 일상이 사시미다 보니 영주들도 굳이 군사를 풀어서 드넓은 산속 이 잡듯 뒤져가며 이 새끼들을 조지기보단 어느 정도 자치권을 인정해 주고 계약을 맺고 용병으로 쓰는 게 서로 윈윈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이가 닌자들이 탄생한다.
주군에게 충과 의를 다한다는 보편적인 닌자 이미지와 다르게 이 새끼들은 돈만 준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문어발 계약을 맺었고 원고용주의 적대세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탈영병의 처분을 엄격히 했는데 미디어에 등장하는 탈주 닌자는 끝까지 찾아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진다는 이미지지는 이 새끼들한테서 나왔다.
이가와 코가놈들은 드물게도 정규전을 수행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래도 주업은 역시나 비정규전이었다.
이 새끼들 특기는 상대 영지의 우물에 독을 타고 곡간에 방화를 하고 병들어 뒤진 시체를 옮겨서 전염병을 발생시킨다던가 정말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전쟁은 졸렬할수록 잘하는 거다.
이런 활약상과 별개로 이들의 거점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다이묘였던 오다 노부나가는 이들이 몹시 꼬왔는데
자기 통제 밖의 무력집단이 돈만 갖다 바치면 양면테이프 마냥 여기저기 들러붙는 상도덕 없는 모습을 보이는걸 용인하기 힘들었단 거다.
오다는 불온 분자를 사전에 조져놓기 위해 수만명을 동원해서 이가를 토벌한다.
산속 닌자 마을 조진다고 수만이나 끌고 오는 건 좀 졸렬한 거 아닌가 싶지만 원래 전쟁은 졸렬할수록 좋은 거다.
개전 초반에야 이가 닌자들의 정보전과 게릴라전으로 선전했지만 결국 각 잡고 들어오는 오다군을 상대로 두 손 두 발 다 들며 대판 깨지고 말았다.
암만 비정규전의 명수였다지만 맘먹고들어오는 정규군 상대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오다가 뒤통수 맞고 뒤진 '혼노지의 변'때 이가의 닌자들이 들고일어났다던가 도쿠가와의 호위를 맡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고
세키가하라 전투가 끝난 뒤에도 도쿠가와가 도요토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가를 고용했다는 걸 보면 명맥은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이지만
도쿠가와가 에도막부를 수립하면서 평화가 찾아오자 닌자들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전국시대나 그 이전에도 이가 외에도 여러 닌자 집단들이 존재했다.
이가와 라이벌 기믹이 있는 코가 닌자는 물론이고 승마술이 특기였던 애들도 있었고 조총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애들도 있었다.
소수이지만 나름대로 수군을 보유한 이들도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닌자라는 애들은 어두운 밤을 틈타 쥐도 새도 모르게 영주들을 암살하고 남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기묘한 인술을 부리는 어쌔신들이 아니라 그냥 다른 문화권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밀정들 내지 공작원 같은 놈들이었고 어찌보면 용병에 가까운 놈들이었다.
사실 상대 다이묘를 암살한다는 것은 일본의 폐쇄적인 지배계층 구조를 생각해 봤을 때 행복회로가 불타서 증발할 정도로 공상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에 주된 역할은 염탐이었다.
오죽했으면 오다를 조총으로 저격하려다 실패하고 잡혀서 톱으로 참수당한 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닌자도 있을까?
이런 용병스러운 모습이 간지로 느껴질 사람도 있겠지만 여하튼 실제 닌자는 우리가 아는 닌자 간지와는 거리가 먼 애들이었다.
재밌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