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인근 강에서 연어포획이 가능해진 덕분에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강인데, 가족이랑 산책하러 몇 번 와본 적이 있을 뿐 낚시는 처음이었네요.
아버지도 저도 낚린이인데다가 플라이낚시는 거의 올해부터 좀 각 잡고 해보는 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9월 말을 마지막으로 곱사연어(핑크)철은 끝나서 왕연어(쉬눅)를 잡으러 몇 번 도전해봤지만
왕연어는 개체수도 워낙 적고 플라이를 잘 물지 않아서 올해 시즌은 꽝쳤습니다. 북미로 회귀하는
태평양연어 5종 중 가장 체급이 크고 맛도 좋다고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쉽지만 다행히 아직
맛이 좋은 은연어(코호)철도 남아있고 맛은 조금 떨어진다지만 연어(첨)철도 시작되서 여전히
잡을 수 있는 게 많네요. 홍연어(사카이)는 한 4시간 거리에 있는 강이나 가야 잡을 수 있는지라
아예 시도도 안해봤어요 :(
처음 낚시를 해보는 강인지라 포인트를 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연어를 찾는데
죽은지 2주는 되어 보이는 연어들만 널부러져있고 살아있는 개체들이 보이지를 않아
꽝 친 줄 알고 조마조마했네요.
좀 더 하류로 내려가보니 갈매기떼가 모여있길래 포인트를 찾았다 싶었고 실제로
물살이 세지 않고 얕은 곳에 연어들이 모여있더군요.
이미 짝짓기를 끝내고 죽으면 이렇게 갈매기, 독수리, 곰, 가재, 기타등등의 밥이 됩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낚은 녀석은 암컷이었는데 이미 산란을 끝내서 배가 홀쭉하고 힘도 빠져서
손맛이 별로였습니다. 일주일 내에 죽을 테지만 이미 몸이 많이 상한지라 저도
집에 가져갈 이유가 없어 놔줬어요.
얘는 산란하기 전의 암컷입니다. 배가 빵빵하고 상태도 위의 녀석보다는 낫죠.
사실 상태가 최상급은 아니었지만 알을 먹고 싶어서 챙겼습니다.
숫놈입니다. 연어는 확실히 곱사연어랑은 비교가 안되게 힘이 좋더군요. 5kg도 안 나가는
중간크기의 개체인데도 끌어내려니 5~10분은 씨름을 했습니다. 지금은 산란기라 혼인색이
진하지만 혼인색을 띄기 전 은빛이 도는 연어의 경우 낚시대도 자주 부러뜨린다고 하더군요.
맨날 무지개송어 낚시만 하다 지난 9월 곱사연어를 잡아봤을 때도 신세계였는데
연어는 손맛이 아니라 거의 씨름수준이네요.
또 다른 수컷
랜딩 시킨 수컷들 중 가장 작은 놈이었습니다.
그래도 곱사연어랑 비교하면 곱사연어가 앙증맞아 보일 정도네요.
또 다른 암컷을 잡았지만 얘도 몸이 많이 상한지라 놔줬습니다. 다만 아직 산란은
하지 않은 개체더군요.
또 다른 수컷. 이 날 저는 여섯 마리를 낚고 둘만 챙겼습니다. 아버지와 둘이 합쳐 네 마리를
집에 가져왔네요.
제 가방에 세 마리를 넣고 오는데 12kg 정도 나갔습니다. 산길을 걸으려니 운동은
되더군요 ㅎㄷㄷ
집에 가져온 연어들 중 가장 큰 77cm/4.73kg 수컷. 도마가 있으나 마나네요 ㅎㅎ
이 날 세 마리는 최대한 깨끗하게 손질해 해체했고 한 마리는 회로 먹으려고 냉동고에
통째로 넣어놨습니다. 한 3~4주 뒤에 꺼내서 먹어볼 수 있겠어요.
가장 큰 수컷은 스테이크용으로 손질했습니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2.5배는
크게 썰었어요. 이게 직접 잡아먹는 묘미죠.
알 색깔이 영롱합니다. 소금에 절여놨다가 덮밥을 해먹든 해야겠어요.
다음날인 어제 아침식사로 연어스테이크를 만들어봤습니다. 온가족 셋이 모두 달라붙어
다섯 덩이나 구웠는데도 한 마리를 모두 먹지 못해 세 덩이나 남았습니다. 먹을 게 많아서
연어 조와용 오홍홍홍
집에 있는 재료로만 감자샐러드를 만들고 뒷뜰에서 방울토마토를 따다 가니쉬로
사용했습니다.
홍연어나 은연어, 대서양연어는 사먹어 봤지만 이번에 잡은 연어는 먹어본 적도
없고 맛이 가장 떨어진다고 들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먹었는데 의외로 엄청
맛있게 먹었습니다. 강 상류에서 잡았기에 지방도 이미 다 타서 퍽퍽할 줄로만
생각했는데 적적하게 익히니 상당히 부드럽고 또 특유의 향이나 그런 것 없이
감칠맛까지 있어서 연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앞으로도 자주 잡으러 다닐 것 같군요 ㅎㅎ
오랜만에 생선요리를 해서 온가족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