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주 전에 이것저것 사오면서 옆에 있는 악어고기도 집어왔습니다.
먹어본 적은 없는데 예전부터 한번쯤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어머니가
흔히 먹지 않는 육류는 뭔가 징그럽다고 질색을 하셔서 이런 건 혼자 살
때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ㅎㅎ 이것저것 몰래 훔쳐먹을 룸메도
더이상 없으니 특이한 재료를 마음껏 구해다 먹어봅니다. 막상 사려고
마음을 정한 뒤에도 악어는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먹는지 잘 몰라서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얘가 생각났어요. 악어하면 걸판의 에리카죠 히힣
그럼 에리카하면 또
햄버그입니다. 그래서 제 첫 악어 요리는 햄버그로 정했어요. 그래서
갈은 고기와 꼬리 고기를 한 팩씩 사러 동네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엘리게이터를 팔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가보니 크로커다일을 팔더군요.
국내산이 악어가 없는 것을 보니 캐나다는 아마 악어농장이 없는 듯 싶은데,
그럼 밑에 동네에서 공수해오면 훨씬 저렴할 것을 뭐하러 굳이 먼 호주에서
크로커다일을 수입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저것 밖에 없었으니 그냥 사왔습니다.
엘리게이터랑 크로커다일이랑 육질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살짝 궁금하긴 하네요.
에리카 생일에 맞춰서 올렸다면 더 좋았을 뻔 했네요 헤헿
사진엔 몇 가지 빠진 재료도 있지만 어쨌든 요리에 사용할 재료들입니다.
악어고기는 퍽퍽한 부위가 많다고 들었기에 퍽퍽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갈은 돼지고기도 사왔습니다.
초점이 안 맞... 어쨌든 이게 악어고기인데, 냉동육인지라 3주간 냉동고에서
잠자고 있었던고로 신선도도 생육과 그리 차이는 없을 겁니다. 1.09lbs니까
495g이 살짝 못 되는 양인데 흔한 고기가 아닌데다가 수입산이다보니 가격이
좀 ㅎㄷㄷ 합니다.
돼지고기는 400g에 착하게 $3.08 밖에 안 하는데 흨흨
일단 고기를 준비하기 전에 양파를 볶기 위해 썰어놓습니다.
양파 한 개 잘랐는데도 저만큼이나 양이 나오는군요 ㅎㅎ
아침에 구워먹은 sɔ́ːsidʒ에서 나온 기름을 따로 챙겨놨다가 양파를 볶을 때 씁니다.
그리고 버터도 좀 넣습니다. 앙 혈관띠!
잘 볶아졌으면 불 위에서 치워 식혀줍니다.
이게 악어입니다. 맛이 닭이랑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색깔은 똑같네요.
냄새도 맡아봤는데 비린내가 전혀 안 납니다. 꽤 비리다고 들었는데 왤까요.
악어에서 나온 물을 다 따라버리고 돼지고기를 투척합니다.
이건 전날 마트에서 사온 빵가루인데 일반 빵가루는 없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랑 파슬리, 기타 허브 등등이 섞인 것만
팔길래 이거라도 사왔습니다. 향은 좋네요.
빵가루도 적당량 투척
그리고 다진 마늘도 넣습니다. 이것도 직접 다지기 너무 귀찮아서
전날 사온건데 이것 역시 그냥 마늘이 아니고 어떤 오일에 절여진
마늘이네요. 향은 좋습니다만 점점 정석 레시피와는 멀어집니다 ㅎ
우스터 소스, 케첩, 그리고 아까 볶아놓은 양파를 넣고 열심히 버무리면
이런 비쥬얼이 나옵니다. 소고기가 아니라 확실히 색이 희멀겋네요.
고기 양이 좀 적으니 계란은 두 개만 넣자 했는데
두 개도 많았나봅니다. 엄청 질어서 조금 남아있던 돼지고기랑 빵까루를 더 넣어서
농도를 좀 조절했는데도 좀 질은 느낌이네요. 뭔가 생긴게 만두속 같다.
살짝 질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모양은 그런데로 나옵니다.
일단 세 개만 만들어봤는데 그래도 아직 저만큼이나 남았네요.
함께 오순도순 먹을 사람이 필요한거시다 흨흨
이제 햄버그를 익힐 차롑니다. 팬을 달구고 올리브유를 조금 둘러줍니다.
세 장 다 투척하고
뚜껑을 닫아줍니다. 악어는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하는데, 육질을 연하게 유지하려면
약한 불에 오래 조리하는게 중요합니다.
좀 익었겠다 싶으면
뒤집어줍니다. 살짝 탔지만 골든 브라운이라고 우길겁니다.
고기를 익히는 동안 소스를 만들 재료랑 가니쉬를 준비해둡니다.
햄버그가 다 익으면 따로 빼서 레스팅 시키고 소스를 만들 재료를
그대로 투척합니다.
설탕, 케첩, HP 소스, 후추, 버터, 그리고 물을 넣고 걸쭉하게 만듭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이건 제가 만들었지만 꽤 맛있...
이제 햄버그 위에 올릴 계란 후라이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팬을 달구고 올리브유를 두릅니다.
그리고 약불로 익혀줍니다. 계란은 사진이 없네요. 왤까요. 왜냐면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사진
찍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저 혼자 다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까먹어서 못 찍었어요. 조수 한명
두고 만들면 좋겠는데 헤헿
플레이팅에 들어갑니다. 상당히 썰렁하니 어서 가니쉬를 준비합니다.
계란 후라이를 만든 팬에서 계란만 꺼내고 그대로 가니쉬를 볶습니다.
다 볶으면 조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꽤 기대되네요.
가니쉬 놓을 자리가 두 곳이 생기길래 색깔별로 나눠봤습니다.
햄버그 처음 만들어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네요.
계란은 구멍 때문에 모양이 살짝 에러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허헣
먹어보니 그 질기다는 악어고기가 하나도 질기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사실 안 질긴게 아니라 아예 입에서 녹아버리네요. 씹히는 느낌도 없어요.
상당히 맛있네요 이거 ㅎㅎ
좀 가격이 나가는 고기이기 때문에 자주는 못 사먹겠지만 일단 맛은
있으니 합격점을 주고 싶네요. 다음엔 뭘 사먹어볼까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