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송어낚시를 갔다가 뜬금없이 피라냐를 낚았었는데요, 잡은 날 바로 전화와 이메일로
신고를 해놨더니 오늘 아침 환경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확히 몇시 어느 위치에서 이걸
잡았냐는 것과, 어떤 채비를 사용했냐는 것, 얼마간 낚시를 했으며 다른 고기는 잡았는지
등등을 물어봤고 모두 알려줬죠.
통화를 했던 연구원은 제가 피라냐를 아직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지는 않았는지
제가 아직 가지고 있으니 수거해가야 한다면 줄 수 있다니까 엄청 좋아하더군요.
아마 가져가서 해부해보고 이놈이 치어 때 놔줬는데 환경에 적응을 해서 크게 자란
건지 아니면 성체일 때 방생한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 같았어요.
저는 어제밤에 토론토로 돌아왔기 때문에 피라냐를 진공포장하고 얼려서 부모님께
맡기고 와서 아쉽게도 직접 건내주지는 못했습니다만 한 시간 전쯤에 저와 얘기했던
연구원이 부모님댁에 와서 잘 수거해갔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연구원이 말하길 얼마 전에도 같은 호수에서 피라냐 한 마리가 잡혀
신고된 바 있어 살짝 걱정했지만 그때는 대대적으로 보도되진 않았었고
제가 또 한 마리 낚아내자 상황이 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네요. 두 마리나 잡혔으니 딱 두마리만 방생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BC주 남부의 특성상 겨울에도 수온은 영상을 유지하니까요.
거기다 이 호수는 이 도시에 있는 다른 웬만한 호수들이나 개울들과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동네 물이란 물은 싹 다 뒤져야 할 판이라고
걱정하더랍니다.
그래도 제가 포장해서 얼려놓은 것을 보고 진짜 잘 보관했다면서 계속
잘했고 고맙다면서 전해달랬다나요 ㅎㅎ 북미에서 피라냐 낚는 것도
로또 수준이라 혹시 수거해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 레시피
다 찾아봤는데 캐나다식 FM 답게 역시 수거됐네요. 그래도 일단 좋은
일을 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어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노멀엔딩입니다 흨흨
까나디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