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 주가가 연일 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를 콕 집어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이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의 새로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금액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주식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3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3.04%(1100원) 올랐다. 장 중 3만9350원까지 주가가 뛰면서 최근 1년 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도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주가가 오름세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1만1000원 선을 넘어섰다. HD현대중공업도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고, HD현대미포도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11만원 선을 웃돌고 있다.
조선업 주가를 밀어 올린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건조 군함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MRO는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로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국내 조선사의 핵심 수익원인 상선 건조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새로 만드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190을 찍으면서 2008년 세운 역대 최고치(191.6)에 근접했다.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 지수가 지난 8일 기준 189.4로 뒷걸음질 치면서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은 한국과 중국의 조선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조선소의 지난달 신조선 1척당 수주금액은 평균 70000만달러였다. 한달 새 37%가량 떨어졌다. 한국 조선사는 달랐다. 한국 조선사의 지난달 신조선 1척당 수주금액은 평균 1억9800만달러였다. 한달 새 66%가량 뛰었다. 한국 조선사의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선 가격은 고공 행진하는 반면, 중국 조선사의 주력인 벌크선(건화물선) 가격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약세를 보여서다.
한국과 중국 조선사 간 신조선가 평균 가격 차이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2022년과 2023년 9100만달러, 860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현재 1억2900만달러에 육박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한국 조선사의 우위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LNG선 수주 물량이 도입되면서 2025년까지 한국 조선사의 평균 수주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중국 경기 부양책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만큼 후판(선박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가격도 내려가면 한국 조선사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