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비자 면제·투자 등으로 구애
한국 등 20개국 여행객 비자 요건 폐지 배경
“거래 시 대가 주고받는 대신 ‘일방적 개방’으로 전환”
유럽 등에 적극적 관세 인하 검토 시사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국들을 떼어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는 동시에 미국과의 경쟁 상황에서 시간을 벌고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전통 파트너 국가들에 접근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동맹국마저 거래 관계로 인식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기조로 흔들리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빈틈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경제성장 모델에 위협이 된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확대와 수출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이러한 잠재적 타격을 상쇄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 관세 인하, 비자 면제, 투자 확대 등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핀란드 등 약 20개국에서 온 여행객에 대한 비자 요건을 폐지했다. 또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상대방 국가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중국 정부 내에서 ‘일방적 개방’으로 불리는 이 전략은 수년간 경제 및 외교적 대가를 주고받는 것을 중시해 온 중국 지도부의 전술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WSJ은 짚었다.
또 중국의 경제 실세인 허리펑 부총리는 최근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럽 및 기타 아시아 국가와의 외국인투자와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대상 국가를 고려해 전자·통신 장비와 수산물, 기타 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관세를 내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이러한 전략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해왔으며,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의 제안을 경계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려되는 트럼프 새 행정부와의 균열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당국자들은 이전부터 중국 정부가 과거 무역 관련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또 시장 접근성 확대가 중국 기업에 의한 유럽 기술 도용의 은신처가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 일본,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도 중국을 점점 더 경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 주석은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중국과의 새로운 경제 갈등을 초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양국이 협력으로 이익을 얻고 대립으로 손실을 본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