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같은 인생, 인생같은 영화
제게 이 영화의 한줄평을 적으라면 이렇게 답할듯 싶네요.
영화는 한 가족이 12년간 성장하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클라이막스나 절정, 굴곡 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다투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말이지요.
덕분인지 밋밋하고 지루하다는 평가, 후기가 꽤나 보이던데
저는 이 또한 영화가 의도한 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순간 순간의 소중함을 그려나가려는 이 영화가 어떤 특별한 사건을 집중 조명하게 된다면
그것이 성장담의 인과적인 결과로 보여질 테니까요.
우리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있는게 아니라 켜켜이 쌓이는 순간들 속에서 자연히 나이를 먹는 거지요.
삶이란 인위적인 무언가에 의해, 극적인 사건에 의해 재조명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고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옴과 동시에 영화가 끝나면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우리네 인생도 한 편의 영화와 같다고,
우리 모두 자기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아련한 향수에 잠기듯이
영화 속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춤을 따라하고, 해리 포터 신작의 발매일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로저 클레멘스의 경기에 열광했던 그 시대의 순간들을 보면서 느끼듯이
우리는 과거를 추억하지만 그 때문에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지 못하는건 아닐까요.
내 인생이 계속되는 영화, 드라마라면 내가 살아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나의 가장 눈부시게 빛나던, 행복한 순간의 일부일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현재 내가 열심히 살고는 있는 건지,
내 하루가, 인생이 무의미한 건 아닐지 느껴질 때 문득 떠오를,
순간에 충실해 줄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이 작품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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