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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약탈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 - 아라이 신이치 (0) 2014/06/23 PM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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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가져갔던《조선왕실의궤》가 다시 한국으로 반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엔 한국의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 쇼비대학교의 하야시 요코는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가 개인이 보유하는 것까지 합친다면 30만 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조선왕실의궤》가 한국으로 반환될 수 있도록 일본 국회를 설득한 저자 아라이 신이치는 과거의 상처, 식민주의를 극복하고 미래로 다함께 나아가기 위해선 문화재 문제가 꼭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 근대사의 역사는 문화재 약탈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있던 한국 문화재를 약탈해간 것을 시작으로 일본으로부터 광복할때까지 수많은 문화재가 국외로 사라졌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학자들과 군대가 일체가 되어 국가적 사업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궁중에서 수백 년 간 축적해 온 재화와 보물이 하루아침에 없어졌고, 조상의 묘들은 파헤쳐졌습니다. 조선시대, 고려시대의 유물은 물론이고 삼국시대나 석기시대의 유물까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은 모두 표적이 되었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곧 역사의 약탈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재를 수집함으로써 국력을 과시하고자 했고, 동시에 동양 학술과 미술의 정수를 한군데 집결시킴으로써 동양의 정점에 서고자 했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군사,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아시아의 유일무이한 패권국가를 꿈꾸는 것으로써 탈아입구론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수집한 문화재는 식민지를 다스리는 방법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조선 쇠망의 원인이 상류 사회의 부패에 있다는 정체사관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일본과 한국이 본가와 분가와 같은 관계라는 일한동종설설, 고대 일본이 한반도 일부를 다스렸다는 임나일본부설 등이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역사 문서가 개인 수집가에게 매각되면 일반 사람들이 도서관이나 사료관을 통하여 집단적인 정체성이나 기억의 원천에 접근할 기회가 사라지고 만다. 과거를 상품화하면 공공 영역은 좁아진다. -《공공 철학》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세계 곳곳에서 식민국가들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약탈 문화재 문제는 중요한 안건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일본에 대한 연합군의 방침도 어떤 재산이 약탈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그 일체를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약탈 문화재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 일본의 한반도 점령 기간을 1910년부터 할 것인지, 1931년(만주사변) 이후로 할 것인지의 논쟁이었습니다. 기본 규칙은 1910년(한국병합)을 언급했지만 연합군 미술기념물 과장이었던 존 스타우트 소령과 프리어미술관의 아치볼트 웬리는 1931년 이전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의 불평등조약, 한국병합 등은 당시 합법적으로 성사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연합군 총사령부는 최종적으로 중일전쟁이 시작된 1937년으로 결정했고 그 이전에 유출된 한국의 문화재는 반환 정책에서 제외되어버렸습니다.

연합군의 전후조치는 독도문제처럼 문화재 반환에 있어서도 많은 분쟁거리를 낳았습니다. 연합국의 대일 정책에 관한 최고 결정 기관인 극동위원회는 한국은 극동위원회의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받을 수 없고, 일본인이 한반도에 남기고 간 재산 취득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결정해버립니다. 극동위원회에는 아시아에 식민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가 참여했기 때문에 탈식민지적인 의식이 부족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 역시 한국의 참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문화재 문제는 한일 간 직접 교섭으로 해야 했고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이 쉽게 돌려줄리가 만무했습니다.


대영박물관의 논리는 세계의 식민지에 군림한 대영제국시대의 의식, 제국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보수적인 정치가나 박물관 관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생겨서 유럽 일대의 박물관이 세계에서 수집한 유물이나 문화재를 잃는 곤란한 상황이다. - p.193 

헤이그협약, 유네스코협약, 유니드로아협약 등이 생겨났고 세계적으로 식민주의 청산을 위한 문화재 반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선진국들의 태도로 인해 난항을 빚고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영국 간의 엘긴 마블(파르테논 대리석 조각군) 반환 문제, 영국과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 반환 문제, 프랑스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문제 등 돌려받고자 하는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어떻게든 오래 보유하고 싶은 과거 제국국가들간의 문화재를 둘러싼 힘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는 원산지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역사에 대한 기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역이나 민족의 자립과 정신적 독립의 증표이자 해방의 상징인 것입니다. 아라이 신이치는 미래는 전쟁 방지와 평화 정착의 길로 가야 하며, 평화 정착의 핵심에 문화재가 있다고 말합니다. 문화재 문제는 식민지 시대를 청산하는 상징적인 문제인 것입니다.《조선왕실의궤》뿐만 아니라 데라우치문고, 북관대첩비,《조선왕조실록》등이 반환되었고 프랑스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한 도서들을 영구 대여하는 형태로 돌려주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일본에 한국에서 약탈해간 문화재가 남아있는 한, 계속해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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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0) 2014/06/23 PM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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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두 번째 책.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독해를 위해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1부 “강의 :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적 도전과
성취”(최장집)에서는 최근까지 학계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어 온 연구 성과를 포괄해 마키아벨리의 정치 이론을 좀 더 내실 있게
소개하고자 했다.


2부 “텍스트 읽기 :
『군주론』”(박상훈 옮김)은 『군주론』을 가능한 한 현대적 변형이나 의역을 최소화하고 원문 안에서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요컨대 정치철학적 맥락과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 따른 해석(1부)과 텍스트 그 자체를 통한
해석(2부)을 분리해 <군주론>의 한국어판 서문을 만들어 보려 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윤리(도덕)와 종교로부터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을까(실제로 그것이 분리 가능할까? 아니 반대로 이 둘을 접붙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것들을 서로 격리시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슈미트 역시 그의 책(『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말한 바 있다. 「선악의 대립이 그대로 간단히 미추 또는 이해의 대립과 동일시되지 않고, 또한 곧바로 그와 같은 대립으로 환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적과 동지의 대립은 더구나 이러한 대립들과 혼동하거나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 적과 동지의 구별은…… 도덕적, 미학적, 경제적 또는 다른 모든 구별을 그것과 동시에 적용하지 않아도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존립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도덕 혹은 종교적 제스처를 권장하는 것은 그러한 통념 속에 빠져있는 피통치자들로 하여금 더욱 오랫동안 머물 수 있게끔 만들려는 의도에서 기인한다(그러므로 시각만큼은 철저하게 통치자의 입장에 있다). 실은 『군주론』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다. 『군주론』의 해석에 이런저런 시도를 가하는 세간의 논쟁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일는지도. 풀이하고, 해석하고, 점수를 매기는ㅡ 평론가, 비평가, 일반인ㅡ 그러나 이러한 '거간꾼'이 없다면 이 지구상에서 비평가의 존재는 물론이거니와 물건을 사고 소비하는 사람 역시 사라질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삶은 그만큼 재미없고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애초 마키아벨리의 정치 이론을 내실 있게 소개하려는 이 책의 취지는 소위 '한국어판 서문'을 만들어보겠다는 최장집의 머리말에서 드러난다. 그는 세 가지 주제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국가에 관한 새로운 비전, 그리고 정치적 현실주의, 마지막으로 민주적 공화주의가 그것들이다. 상대적으로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정치적 현실주의인데, 하나의 사회는 공공선의 추구나 공적 질서의 창출과 같은 공적 문제를 위한 집합적 결정을 필요로 하게 된다(p.41)ㅡ 이것은 분명 공리주의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대의제 민주주의, 즉 국민들이 대표를 뽑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대신하게 하는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간섭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선출직 대표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특정 엘리트를 선출해 그 엘리트(라 불리는 자)의 통치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이 메커니즘은 실은 이렇게도 변용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나은 엘리트를 대표로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대신 정치판에서 싸워 줄 용병을 뽑은 것이므로 언제나 감시, 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러나 어쨌든 민주주의란 것 역시 통치 체제의 하나일 뿐이다). 여기에 붙어야만 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참여'다. 최장집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귀족들은 민중에 반해 군주와 동맹하거나 귀족주의적 공화정을 고수하기보다 민중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그들의 부와 명성을 확대하고 고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마키아벨리가 '갈등'의 유익함과 그것의 제도화를 이야기한 것과 함께, 『군주론』이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가 마키아벨리에게서 추론한 관점 중의 하나는 바로 이 갈등을 인간 정치 행위의 본질로 이해했다는 것이며, 정치에서의 선택은 이상주의적인 최선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최소주의적 접근 내지는 원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p.52) 그러니까 우리는 최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이 아니라 차악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ㅡ 뜬금없지만 이것을 다음의 노랫말로 풀면 이렇다: 「투표는 최선을 선택하는 게 아니고 최악을 피하는 거야.」(「Bullets」 UMC) 처음부터 『군주론』이 민중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장집이 말하는 20장의 중요성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군주는 '최선의 요새는 민중으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며', '민중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어떠한 요새도 당신을 지켜 주지 못한다'는 점을 군주에게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p.67) 이것은 '민중을 다루는 법'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만 같다. 그런가하면 『군주론』을 우리말로 옮긴 박상훈 대표는 또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애초 『군주론』은 메디치 가문에 헌정될 의도를 지니고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첨언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ㅡ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진정한 이유가 메디치 가문의 통치자들에게 '덫을 놓기'위해서였다는 식의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따라붙는다고 말이다.(p.101) 이것은 그의 저작이 통치자들에게만 헌정되었다면 모르겠으나 이미 『군주론』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읽히고 있으므로 마키아벨리 자신과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엘리트(위에서 언급한)를 '엿 먹일 수 있는' 기회로 탈바꿈했을는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된다. 최장집은 현실주의가 약한 한국 정치에서 우리 모두가 겉으로 좋은 것만 말하고 속으로는 거짓말하는 '숨은 마키아벨리'일지 모른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다른 책(『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시민권'을 주장했다. 스키너(Quentin Skinner) 역시 마키아벨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통치자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상기시키는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아도 『군주론』이 통치자의 시각에서 쓰였고 그들에게 읽히는 것이 최초의 목적이었다손 치더라도 여기에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 즉 민중과 참여라는 두 개의 근본적인 모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귀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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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 (0) 2014/06/23 PM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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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습니다."

주인공 가와시마 미나미가 말한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은 42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 49곳만이 진출할 수 있는 일본 야구소년들의 꿈입니다. 평균 경쟁률 85 대 1, 그중에서도 도쿄는 강팀이 많은 최격전지구로 유명합니다. 도쿄에 있는 미나미의 학교는 성적은 상위 20퍼센트 내에 들 정도로 학업적인 면에서 뛰어난 학교지만, 야구는 3회전 진출도 불투명한 평범한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고시엔에 가기 위해선 미나미가 150km의 직구를 뿌리며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줄만한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였습니다.

미나미가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야구부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수준 이하의 야구부였습니다. 많은 부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는 상태였고, 팀의 에이스인 투수는 벤치에서 음악을 듣거나 잡담을 했고 감독을 무시했습니다. 감독 또한 투수를 피했고 스스로 부원들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고시엔에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미나미란 이름답게 세일러복을 입고 주전자를 든 평범한 매니저가 아니었습니다. 미나미는 150km 직구 못지 않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기는《매니지먼트》였습니다.

미나미는 야구부를 경영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먼저 야구부라는 조직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미나미는 야구팀이란 감동을 주기 위한 조직이며, 감동을 주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대회, 고시엔에 가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행동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인데, 마케팅은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구팀에게 고객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기도 하지만, 야구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나미는 마케팅의 시작을 야구부원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기업의 첫 번째 기능인 마케팅은 오늘날 너무도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두 말만으로 끝난다. 소비자운동이 이를 잘 말해준다. 소비자운동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그것은 기업에 고객의 욕구, 현실, 가치로부터 출발하라고 요구한다. '기업의 목적은 욕구의 충족'이라고 정의하라고 요구한다. 오랜 기간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는 해왔지만, 소비자운동이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 p.122

야구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던 선수들의 문제가 사실은 선수들의 의욕 부족이 아니라 연습이 매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감독이 사실은 지식적인 면에서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소통능력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데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투수, 다른 매니저, 다른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팀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선수들(직장인)은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감독(사장)의 지식이 팀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만으론 고시엔에 갈 수 없습니다. 고시엔에 진출할 만한 팀들은 모두 저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노베이션입니다. 이노베이션은 가치를 변화시키는 일이며, 조직 밖에서 일으키는 변화입니다. 더 새로운 것, 더 다른 것을 추구해 낡은 것, 도태중인 것, 진부한 것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일입니다. 미나미는 감독과 상의해 야구계에서 이노베이션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노 번트, 노 볼 전략입니다. 보내기번트를 지양하고, 포 볼을 골라내는 연습과 볼을 던지지 않는것, 그걸 위한 수비의 보강이 중점이었습니다. 야구계의 이노베이션은 현실에서도 존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가 말하는 것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의 출루 능력은, 특히 평범한 방식으로 출루한 경우라면 다른 능력과 비교해 대단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출루, 다시 말해 아웃을 피하는 능력은 수비 능력이나 빠른 발과는 비교도 되지 못했으며 장타력에 비해서도 하찮게 여겨졌다. 그 덕분에 팀의 승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출루율 좋은 선수를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머니볼》p.186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가 리그 우승, 20연승이라는 신기록과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룬 것처럼 미나미의 매니지먼트에 힘입은 야구부는 극적인 결과를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적 갈등과 화해, 비극과 희극, 감동과 눈물은 소설이 가져다주는 탁월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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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이웨이웨이) (1) 2014/06/18 PM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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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아트리뷰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1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하루 방문자 10만 명의 블로거 아이웨이웨이가 2006년부터 블로그가 폐쇄당한 2009년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 3천여 개 중 110여 개를 간추려 묶은 책이다. 그의 예술 작업과 사회 운동의 경계에 있는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중국의
현재의 삶과 문화가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국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그의 직설적이고 통쾌한 언어들의 집합 즉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그가 말한 것처럼 중국에 꼭
필요한 선물이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각을 위한, 그리고 발전을 위한 토대이고 거대한 변화를 위한 시발점이다. 그의 모든
행동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이슈들은 젊은 중국인들의 의식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부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중국이 아닌, 중국인의 관점으로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인 것이다. 중국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주제와
사건들을 바탕으로 짜놓은 그의 정밀한 말과 생각의 그물망이, 우리의 사회와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환기시켜 준다.










차오니마(草泥馬)1, 욕설, 서식지와 먹이, 끝내 '조화롭게(和諧)' 되기까지의 이 신비로운 동물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고양이 피하기(朶猫猫), 팔 굽혀 펴기(俯臥撑)2…… 내 머릿속은 온통, 커다란 바위를 더럽히기에 안성맞춤인 계란들로 가득 차 있다(계란으로 바위치기는 무모한 일이지만 적어도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한나라 시대의 화병을 떨어뜨려 깨뜨렸고, 선사 시대 주먹 도끼에 페인트를 씌웠으며, 옛날 탁자와 사원을 분해했고, 도자기 속의 오줌 줄기에 영원성을 부여했고, 중국의 외딴곳에 사는 1,001명의 사람들을 독일의 작은 소도시로 불러들이는 등(p.16) 별별 일들을 해 왔다. 2011년 출간된 『아이웨이웨이』(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미메시스)를 통해서 익히 이 양반에 대해 알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은 완전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이 에세이와 인터뷰를 손에 든 지금 그런 어렴풋함이 하나의 도상적 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고 느낀다.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읽기는 거의 최근 몇 년간의 중국 신문(이들을 믿을 수 있다면)의 일독과 비슷하게 여겨지는데, 인접한 아시아권 국가라는 점에서도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굴러가는' 작태와 '생겨 먹은' 모양 역시 엇비슷해서인지 나는 중국과 한국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위 '댓글 알바 부대' 우마오당(五毛堂)을 보면서는 같은 목적으로 운영된 '십알단'과 <I DON'T NEED SEX, THE GOVERNMENT FUCKS ME EVERY DAY>라는 멋진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떠올렸고, 2008년 발생한 쓰촨 성 지진 때 학생들을 남겨두고서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간 교사 판메이중(范美忠)은 범법자인 부작위범 이준석 선장과 대동소이하다. 못마땅한(상당히 자주) 법치주의라는 잣대를 들이민다면 교사라는 직업에 법적인 책무를 물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판메이중은 진실을 말했다. 「나는 자기 보호 본능이 아주 강하다. …나는 한 번도 용감했던 적이 없었고 그저 나 자신만을 걱정할 뿐이다.」 뻔뻔스런 진실과 멍청한 거짓 중 어느 쪽이 더 조롱을 받아 마땅한지는 굳이 견주어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무척이나 끔찍하게도) 사례가 또 있다. 90년대 중국의 한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3백 명에 가까운 어린 학생들이 사망했는데, 당시 공산당 관리들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자리에 남아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C 국(國)과 K 국 ㅡ 중국과 한국 ㅡ 을 같은 직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이라 여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심지어 우리가 '중국 짝퉁'이라 부르는 것들도 중국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내가 용산에서 군 시절을 보낼 적에 007가방을 펼치고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팔던 중산모를 쓴 노인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것을 발암 물질이 잔뜩 들어있는 이상한 물건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그 담배가 가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구입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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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고무공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차이겠지만,


그것이 당신들의 운명이요 삶의 의무이니 어떤 생각도 갖지 마시라.


그게 싫다면 그냥 바람 좀 빼시든가.」




ㅡ 본문 p.97





아이웨이웨이가 비록 건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다>와 <~가 아니다>만 있는 게 아니라 <~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그 밖의>, <또한>이 함께 존재한다. 내가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아이웨이웨이라는 단어 밑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있으나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깨끗한 텍스트로 화면에 나타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그는 때로는 삼무(三無)인 ㅡ 신분 증명 서류가 없고, 일정한 주소도 없으며, 고정된 수입이 없는 자들 ㅡ 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너진 템플레이트'를 보며 원래의 서 있는 작품보다 낫다고 했을 때는 자신의 작품에 벼락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으며, 「아름다운 꿈과 웅대한 이상을 말하는 것은 안전하다. 언제까지나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행동을 통해 그것들을 현실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마도 바로 앞에 있는 첫 번째 돌에 걸려 비틀거릴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에도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가 무질서와 혼란, 의심, 울타리가 쳐진 자유, 개인과 집단, 서구와 물질 등에서 과연 얼마나 발을 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뻔뻔스런 강도짓과 은밀한 박탈, 암울한 땅뙈기, 블로그 호스트(와 배후)와의 드잡이 속에서 정신 병원3에 가지 않고 소금 절인 생선처럼 펄떡이기를4 소원한다.




1 차오니마
중국 네티즌들이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해 정부를 비난하며 만들어 낸 가상의 동물. '풀, 진흙, 말'이라는 의미의 차오니마는 '니미씨팔'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욕설과 발음이 똑같다. 차오니마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멸종 위기에 있는 신비로운 이 동물은 말러 고비 사막(ma le ge bi라는 발음이 '뒈져라'와 유사)에 살며, 그 존재 자체는 민물게(河蟹)의 게걸스러운 잠식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민물게 역시 '조화'를 뜻하는 중국어 和諧의 발음과 관계된 비슷한 말장난으로, 인터넷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공식적 검열이나 삭제를 에둘러 가리킨다. 게걸스러운 민물게들은 차오니마가 주식으로 삼는 '비옥한 풀(중국어 발음이 '씨팔'과 유사)'을 두고 차오니마와 경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국이 이를 간파했고 차오니마와 그와 관련된 모든 언급은 삭제되고 검열당했다. 다시 말해 '조화롭게' 되었다.(p.509)

2 고양이 피하기, 팔 굽혀 펴기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와 비슷한 중국식 표현.(p.507)'

3 정신 병원
지방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불만을 품고서 중앙 정부로부터 직접 도움을 구하려고 베이징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포상금 사냥꾼을 고용했다. 이들은 정신 병원 감금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탄원서 제출을 막는다.(p.503)

4 소금 절인 생선이 펄떡인다
곤경에서 요리조리 빠져나오는 것을 묘사한 표현.(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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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펴기가 의외로 중국내에서 반향이 있었던 모양이네여
[영화] [Le Grande Film] 펀치 드렁크 러브의 오마쥬와 상징 분석 (0) 2014/06/03 PM 02:59





 



 고전이란, 영화에서 만큼은 단순히 오래전의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언어의 기틀을 다진 정전(Canon)이 되는 영화들의 총칭을 말합니다. 즉, 예술 형식으로서 영화의 진화를 가능하게 만든 영화사의 전범들을 일컫는 말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전은 지금 이 순간 21세기에도 탄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왕가위의 <화양연화>,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 벨라 타르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테런스 말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런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써내려가고있는 이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또한 클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러브 코메디영화이자, 그 자체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필름인 이 영화는, 사실 앞으로의 영화들을 내다보는 영화이자, 여태까지의 영화들을 되돌아보며 오마쥬를 보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속에 숨겨진 다른 영화들의 영향들은 곧 유럽과 미국의 영화사의 큰 획들을 아우른다고 봐도 될 정도로 그 폭과 의미가 넓고 깊은 바입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글이 <펀치 드렁크 러브>속의 갖은 의미들에 대해서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메신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좋은 글이 될 수 있길. 서문을 쓰면서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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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오마쥬






 



 폴 토마스 앤더슨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에 대한 방대한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모습은 흡사 젊은 마틴 스콜세지를 보는듯할 정도로, 그와 닮은 구석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죠.) 그런 부분에서, PTA는 자신의 영화적 지식에 대한 존경과 함께 능수능란한 응용들을 전체적인 분위기형성부터 단순한 장면 하나에까지 적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PTA가 단순히 그런 여러 감독들의 호환정도라고 보면 오산이겠죠. 그는 감독이자 아티스트로서, 많은 감독들의 영향을 흡수해 그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냈고, 결국 그는 거장의 대열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의 모든 영화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걸작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오리지널리티를 띈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장 르느와르, 조나단 데미, 스탠리 큐브릭, 로버트 알트만 등 많은 영화 감독들의 영향 아래에 있기도하죠. 그래서 자세히 찾아보면, PTA의 영화들은 각각 그 영향들이 미묘하지만 정중히 존경의 태도로 오마쥬되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는 그런 표현들까지도 모두 아티스트로서, 세련되고 아름답고 새로운 PTA만의 표현이 되어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이 곧 그를 거장으로 만들어준 이유이기도 할거구요.



 



 



 저는 <펀치 드렁크 러브>속에 담긴 PTA의 다른 감독들에 대한, 다른 시대들에 대한 존경이 담긴 장면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영향은 1960년대와 1930년대 40년대의 프랑스 누벨바그시대의 영화들과 할리우드 영화들의 영향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단락에서는 여러 장면들 속에서 오마쥬되는 (그 중 몇몇은 직접적으로 참조되기도 하고, 얼핏 지나갔을 땐 모를 정도로 간접적으로 참조되기도 하지만) 그 이전 영화들의 장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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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Needs Me                                                   로버트 알트만 <뽀빠이>



 





 <펀치 드렁크 러브>속에서 드러나는 다른 감독의 영향중 하나는 바로 'He Needs Me'라는 곡의 사용일겁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는 영화 <뽀빠이>에서 셸리 듀발이 부른 이 곡을, PTA는 완벽하게 존 브리온의 아름다운 스코어와 배리와 레나의 감정적인 갈망을 담아서 곡과 함께 결합해냅니다. 직접적으로 영화 <뽀빠이>를 참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PTA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이 노래를 사용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여전히 원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감독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와 영화 속의 노래를 대중들로부터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완벽한 오마쥬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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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chDrunk (Kunckle) Love>               <사냥꾼의 밤>                         <똑바로 살아라>



 



 이 장면은 PTA가 간접적으로 인용한 장면들 중 하나입니다. 배리 이건은 헬시 초이스 상품들의 프로모션 이벤트로 비행기 마일리지를 받아 하와이로 가서 레나를 만나려는 계획을 짜지만, 기획측의 보상 준비기간으로 인해서 계획이 좌절되고 맙니다. 그 장면에서 배리는 그의 사무실 벽을 펀치하고는, 풍금앞에 엎어져서는 울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 화면에 잡히는 그의 주먹에는 출혈과 함께 LOVE라는 철자가 씌어져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영화의 원제가 Punchdrunk Knuckle Love가 될 예정이었다고도 하네요.) 이 장면은 고전 명작 <사냥꾼의 밤>, 또는 스파이크 리의 <사냥꾼의 밤>을 직접 오마쥬한 작품 <똑바로 살아라>에 대한 명백한 오마쥬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오마쥬 장면은 단순한 오마쥬만이 아니라, 극의 흐름에 있어서 배리의 감정전달을 깊게 해내는 장면이라는 점에 있어서, PTA만의 표현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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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와 레나의 의상(좌)      - 장 뤽 고다르 <여자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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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나의 흰 옷         - 빈센트 미넬리 <밴드 왜건>


 



 



 영화 전반에 걸쳐서 배리는 파란색 양복을 입습니다. 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캐리 그랜트가 계속 입고나오는 회색 양복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긴 이별>에서의 엘리엇 굴드가 입는 정장처럼, 영화 내내 한 벌의 옷만 입는 주인공으로 그들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 뤽 고다르의 영화 <여자는 여자다>에서의 장면과의 유사성이 장면의 오마쥬를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프랑스의 뉴 웨이브와, 고다르의 장난스럽고 세련된 영화들의 많은 정신적 부분들을 차용합니다.



 



 헌데 배리가 파란색 정장만을 입는 반면, 레나는 다른 색깔의 옷도 입습니다. 이는 곧 영화속에서 중간중간 드러나는 제레미 블레이크의 작품과의 조화이자, 필름의 색 테마와 함께 조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한 장면에서, 배리와 레나는 하와이에서 다시 만나는데,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 레나는 빈센트 미넬리의 뮤지컬 걸작 <밴드 웨건>에서의 시드 카리스의 의상을 회상시킵니다. 고다르의 <여자는 여자다>와 같이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속성 또한 <펀치 드렁크 러브>는 시각적, 정서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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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치 드렁크 러브>의 레나 (좌) 와 <피아니스트를 쏴라>의 레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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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은 오마쥬한 <펀치드렁크 러브>의 장면. 우측은 인용된 작품 프랑소와 트뤼포의 <피아니스트를 쏴라>


 



 



 아마도 영화 속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또 멋지게 인용된 장면 두 개를 꼽자면 이 장면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쏴라>에서 유래된 (이외에도 많은 프랑스 뉴웨이브 필름들의 오마쥬가 있기는 하지만,) 장면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 중 <피아니스트를 쏴라>에서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레나'가 등장하는 장면들 또한 오마쥬입니다. 사진에서 처럼 같은 구도로 인물이 등장하는데, 정말 잘 살려서 극의 흐름에 맞게 사용되는 장면이죠.



 



 



 또한, PTA는 <피아니스트를 쏴라>의 오프닝 시퀀스를 오마쥬하기도 합니다. 배리가 딘 트럼벨(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에 의해 유타에서 보낸 네 금발 형제에 의해 공격당하고 추격당하는 장면에서 사용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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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은 오프닝 샷, 우측은 자크 타티의 <윌로씨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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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은 레나의 방을 찾는 배리, 우측은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

 



 



 <펀치 드렁크 러브>의 스타일과 표현은 할리우드 뮤지컬과 프랑스의 뉴 웨이브 영화의 속성을 많이 가져온 편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또 다른 주요 유사성을 프랑스 영화 감독 자크 타티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자크 타티는 특히 개체 및 주변 환경들의 사용을 통해, 만화적인 장면들이나 풍자, 슬랩스틱을 영화속에 담았었습니다. 또한 그의 영화는 약간의 대화를 포함하면서, <펀치 드렁크 러브>와 같이 시각과 청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했습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그런 면에서, 자크 타티의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오프닝 샷을 보면, 단순히 배리는 흰색과 파란색 배경의 벽에 둘러싸여져있지만, 이 장면은 모서리에 고립 된 프레임으로,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의 외로움을 이해 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가장 타티스러운 장면중 하나로, 배리가 레나의 아파트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닐 때, 프레임의 사용과 환경, 그리고 특히 소리의 사용에 있어서 타티를 인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 속의 영상과 소리는 타티의 표현주의적인 장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며, 특히 <나의 아저씨>와 <플레이타임>과의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펀치 드렁크 러브>는 이들 말고도 많은 유사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매그놀리아나 부기나이트에서 영향을 받았던 만큼 여기서도 로버트 알트만에 대한 오마쥬가 드러나며, (감독이자 한 사람의 씨네필로서 <내슈빌>과 <숏컷>의 영향을 받았음을 PTA는 다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으로 남는 시그니쳐컷인 아이리스 컷(조리개를 조이는 듯 장면 속 어느 한 부분만을 남기고 화면 전체를 검게 가려서 동그랗게 만들고, 한 부분만 보이게 해 강조하는 장면) 의 사용이나, 혹은 부기나이트에서 그대로 인용하는 대사라던가 (돈 치들이 직접 말하는 대사를, 레나와 엘리자베스가 전화통화하는 장면에서 엘리자베스가 말합니다. Unload the 484s) 하는 여러 인용장면들을 보고있노라면, PTA는 장면들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단순한 인용이아니라, 그 장면을 인용함으로써 완벽하게 짜임새있는 극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부분이,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II  다양한 색의 사용 그리고 상징



 



 



 



 <펀치 드렁크 러브>는 하나의 표현주의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제레미 블레이크의 작품들을 포함한) 색의 사용과 (존 브리온이 작곡한) 음악의 사용. 그리고 소리의 사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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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블레이크의 작품들



 



 영화 속에는 제레미 블레이크의 작품 속 많은 밝은 색상들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색상들은 기본적으로 영화와 함께 조화되고 있구요. 영화전반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작품은 <펀치 드렁크 러브> 내의 감정의 층위를 쌓음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또한 작품의 영상미 뿐만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와 분위기 흐름내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이 그림은 본질적으로 영상 표현과 영화의 이야기의 경계를 스트레칭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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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PTA는 영화내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데에 있어서 몇 가지 주요한 색상을 사용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블루, 레드, 화이트를 예로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각 색은 모두 명백하게 의미하는 바가 드러나는 편입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PTA는 배리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환경 내에 특정한 색상을 배치함으로써 확실히 드러냅니다. 또한 렌즈플레어와 같은 시각효과의 사용을 통해서 사랑의 신비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작품의 분위기 형성에 기여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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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변에 놓이는 풍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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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와 레나 사이에 놓이는 풍금. (좌측 사진은 화면 가운데 저 멀리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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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금을 고치고, 연주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배리


 



 



 또한 PTA는 영화속에서 상징적으로 풍금을 사용합니다. 풍금은 표현상에 있어서 영화의 핵심요소로 자리하고 있는데, 영화속에서 풍금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배리와 레나가 공유하는 사랑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랑의 불현듯 찾아온다는 속성처럼 풍금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배리에게 찾아온다는 점에서, 풍금은 사랑이 아닐 수 없겠죠.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는 풍금을 고치고,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화면속에 두 사람 사이에 항상 풍금이 끼어있으면서 둘을 연결시키는 매개체로의 상징적인 암시를 드러내기도 하구요. 그리고 또 마지막 장면에서 배리는 풍금을 연주하고, 레나는 "So Here We Go"라는 오리지널 스코어 제목이자, 대사인 말을 합니다. 둘 사이를 연결하던 풍금이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내면서 두 사람이 조화되고(사랑하고) 음들이 조화되어 음악이 되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인거죠.



 



 



  



 



 



III  요약





 



 



 <펀치 드렁크 러브>는 모든 표현에 있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선보입니다. 영상 표현과 이야기의 형태뿐만 아니라 음악, 소리, 색상과 영상 모두를 사용하여, <펀치 드렁크 러브>는 크게 말하면 혁명적인 작품이자, 아름답고 보는 이들 모두를 즐겁게하는 걸작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곧 자크 타티, 버스터 키튼, 스탠리 큐브릭, 장 뤽 고다르, 빈센트 미넬리와 같은 감독들의 작품 속에서 받은 영화적인 영감과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차용하여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하나의 예술로서 영화의 아름다움을 증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존 브리온과의 음악작업과 제레미 블레이크와의 미술작업. 그리고 아담 샌들러와 에밀리 왓슨을 필두로 선보인 놀라운 연기들까지, PTA가 이 작품에서 선보인 자신의 능력과 협업의 수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말씀드리자면, <펀치 드렁크 러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 중 하나입니다. 단언코 미국 영화 역사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들 중 하나라고 과감히 말하고, 추천합니다. 앞으로도 걸작을 선보일 PTA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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