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쉬었내요.
2~3주간 야간작업하느라 힘드니 토요일근무 하지 말자고 하셔서..
아침 일찍 전 여자친구 집에 갔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오늘 못가겠다고 전화하고 집에서 쉬려고 했지만...
전 여자친구 집에 갔습니다.
어제 술먹고 아프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결국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내요...
최근들어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보니
집은 개판이고...
피곤에 찌들어 있고..
집에 도착하면 8~10시 사이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 여자친구 상태를 살폈내요. 혹시나 어제 술 먹은거로 어디 아픈건 아닌가? 싶어서요... 그리고 약은 잘 챙겨 먹었는지 쓰레기통에 약봉지 확인하는데...
“야 넌 왔으면 아는 척이나 하지... 왜 힐끗 쳐다보고는 쓰레기통을 뒤지냐?”
라는 소리를 들었내요... 내가 누구 때문에 쓰레기통 뒤지고 있는데...
여하튼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아침 준비했내요... 할 줄 아는게 요리가 몇 안되서 오늘은 김치 볶음밥 해서 먹었내요.. 솔직히 간이 밋밋해서 맨밥 먹는거 같은 그런 맛이었는데 맛있다며 먹어줘서 오히려 고마웠음...
덕분에 설거지가 많이 없어서 빠르게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팔짱을 끼고는 어깨에 기대더군요...
“어제 미안했어... 속상했지?”
미안한지 제 눈치를 살피면서 어깨에 기대었는데.. 덕분에 머리에서 나는 향긋한 샴푸냄새도 맡고... 으흠.. 좀 변태 같은가;;
“일로 와봐 어디 안 다쳤어?”
어제 일을 기억 하는지..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다친데 없나 살펴보더군요.. 이마가 살짝 찢어진거 보더니 속상해 하면서 밴드를 붙여주면서 말하더군요... “왜 그걸 못 피하고 맞았냐고” 짜증을 부리면서 중얼거리며 구급상자를 정리하다가 갑자기 저를 안으면서 울더군요... 갑자기 울어버려서 “왜 울어” 그랬더니...
전 여자친구 : 너 안 올까봐 무서웠어...
결국 어제일 때문에 미안해서 우는 거였음...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 아프고 나서 부터는 계속 칭얼거리는거 보니 왠지 미안해지고 감싸주고 싶더군요. 원래는 자기주장이 관철 될 때까지 막무가내로 떼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도 여기서 감정에 휘말리수는 없어서..
나 : 한 며칠 안 올걸 그랬나보다...
했더니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말하더군요..
전 여자친구 : 그럼 집으로 찾아가서 죽여버릴거야
물론 장난이었지만... 어느 정도 진정시켜주고는 훌쩍거리는 전 여자친구한테 주려고 냉장고서 음료수 꺼내주는데 갑자기 물어보군요... “너 뭐 갖고 싶은거 없어?”라고..
그래서.. 어제 마이피에 쓴 여자친구가 사귀고 싶다가 생각나서 “아 여자친구 갖고 싶내..” 이랬더니.. 전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전 여자친구 : 아 나도 남자친구 갖고 싶내...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웃었네요... 딱히 집에 박혀 있는 건 좋지 않을 거 같아서 산책하자고 했는데 병원을 가고 싶다더군요. 그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한참 뒤 하는 말...
전 여자친구 : 산부인과가려고...
나 : 왠 산부인과?
하며 순간 많은 것이 지나가는 중 한 가지가 떠오르더군요. 혹시 임신??? 라고요... 그 사이 뭔가 부끄러워하더라고요...
전 여자친구 : 요즘 생리를 안 해서...
아 순간 내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머리가 멍하더군요... 아기 아버지가 누굴까?하며 고민하면서 산부인과로 갔내요... 물론 저는 아닙니다... 좀 큰 산부인과 병원 가서 대기표 뽑고 대기하는데 대부분이 임산부... 거기다 왠지 나를 쳐다보는 느낌... 그... 남자가 여자속옷가게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 게다가 자신의 몸 상태가 걱정되는지 손을 꼭 잡은 전 여자친구 덕분에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내요... 시간이 흐르고 전 여자친구 진료차례가 돼서 같이 가려니 그냥 여기서 있으라며 코트를 저한테 주고는 진찰실로 가버리더군요.
덕분에 더 뜨거운 눈총을 받았음;;;
시선 회피하려고 핸드폰 만지작거리는데 전 여자친구 코트 속에 핸드폰이 있더군요.
이전 비밀번호 그대로여서 켜기는 했는데... 뭐 별건 없었음... 게임 몇 개 깔려 있고 카톡정도... 그냥 끄고 코트 속에 집어넣으려는데 궁금해지더군요. 나 말고 연락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그래서 가장 먼저 본건 카톡... 그리고 거기서 본건 제 카톡의 이름 명이었습니다...
-항상 고맙고 미운 OO~♥
뭐 그러려니 하고는.. 전화 번호 목록에서 내 이름 어찌 되어 있나 하고는 찾아봤더니..
-사랑하는 OO
그리고는 프로필 사진은 옛날에 저랑 찍었던 사진이 등록 되어 있더군요...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사진 갤러리 쪽 들어가니... 옛날사진 전부 다 가지고 있더군요... 핸드폰도 바뀌었는데 사진 여태 가지고 있는걸 보니 왠지 찡한 느낌...
나란 놈은 헤어지자마자 사진 전부 다 지워버렸는데...
여태껏 소중히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해지더군요...
사진도 적은 것도 아니고 한 400장 넘게 있어서... 다는 못 봣지만 한 80개 쯤 보고 핸드폰 끄고 다시 코트 주머니에 넣었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오더군요. 자리에 일어나서 물어봤죠...
나 : 의사가 뭐래?
전 여자친구 : 아 그게.. 수술하고 아직 몸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렇대... 수술하고 있는 부작용인데 약 먹고 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던데?
결국 임신이 아닌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말에 맥이 탁 풀렸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헛짓거리한거.. 그래서 “아 그래? 다행이내...”라며 웃어주고는 약 3일치 처방 받은거 약국서 받아오고 카페로 갔습니다. 주문한 녹차라떼를 마시는데..
전 여자친구 : 너 산부인과 가자고 했을 때 엄청 당황하더라?
나 : ....
전 여자친구 : 내가 임신한줄 알았지?
나 : 어...
전 여자친구 : ㅋㅋㅋ 바보야 임신했으면 내가 어떻게 수술 받았겠냐?
라며 깔깔거리더군요...
나 :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전 여자친구 : 그럼 내가 임신했으면 누구 아이일거라 생각했어?
라는 물음에 전 당연히 “전 남자친구아이겠지...”라고 하니..
전 여자친구 : 그랬으면 지금 나 울고불고 난리치면서 애 지운다고 난리 쳤을걸...
라고 하더군요... 전 남자친구이야기에 진저리를 치며 말하는걸 보면서 물어봤네요.
나 : 그럼 만약에 내 애였으면?
전 여자친구 : 당연히 낳지...
너무 당돌하게 이야기하기에... “난 지우라고 했을걸?”이라고 말하니... “그럼 너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낳았을걸.”이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소름 돋으면서 순간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점심은 전날부터 먹고 싶다던 초밥 먹고... 대형 마트가서 장보러 갔습니다. 전 카트를 끌고 전 여자친구는 팔짱끼고 붙어서 “이거 먹고 싶으니 저거 사자”라며 엄청나게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내요. 사들고 온 재료들이 워낙 조합을 할수 없는 것이라 저녘을 뭐해 먹나 하다가.. 결국 짜장면 시켜먹음... 집에 가려는데 자고 가라고 해서 오늘은 하루 신세 지려고 여자친구 수면바지 빌려 입고 같이 TV보는중...
그나저나 핸드폰에 저장된 제 이름이 상당히 신경쓰이내요...
사진도 그렇고...
핸드폰으로 몰래 쓴거라 장황하게 두서없는 글 이해 바랍니다. |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