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Q 재밌네여.
지금까지 내가 해본 게임 중에서 던전 탐사라는 컨텐츠를 어떤 의미론 가장 빡빡하게 구현한 물건이 아닌가 싶음. 3DS의 터치패드를 이용해서 던전의 지도를 작성하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벽과 입구를 표시하고 함정 위치에 붉은 칠을 하고, 보물상자 위치를 기억해두면서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이는 등 탐사 자체가 꽤 재미있더군여. 잠겨 있는 문을 위시한 그럴싸한 던전 기믹이라던가, 강력한 적(FOE라는 초강력 괴물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놈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갈지 궁리한다던가. 이게 세계수의 미궁이라는 아틀라스의 또 다른 게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핀오프 작이라는데... 시스템이 제법 흥미로워서 세계수의 미궁에도 제법 관심이 갈 정도.
전투 역시 세계수의 미궁 기반으로 리파인 되었다는데, 페르소나 본편과는 사뭇 다르더군여. 본편에선 기본적으로 적 약점 속성 찌르기 → 다운 상태 유발 → 총공격이라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해나갔지만, PQ는 속성공격을 당해도 다운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무엇보다도 SP 소모량이 너무 커서 마법 공격을 펑펑 남발하기 어렵고. 그래서 초반에 감이 안 잡혔을 때는 상당히 고생을 했는데(그냥 초반 난이도가 좀 빡센 것도 있고)...
초반 지나고 나면 부스트 시스템이나 서브 페르소나의 존재 때문에 전투지속력이 굉장히 높아지고(던전에서 나가는 경우는 상점에 템팔러 갈때 뿐--;;), 무엇보다도 하마/무드계 광역 즉사 스킬들이 너무 강력함... 분명히 '낮은 확률로 적 즉사'인데도 불구하고 적 만나자마자 마한마나 마하무드 한번 꽂아주면 '낮은 확률'이란 표기가 무색하게 그냥 다 쓸어버려서. 덕분에 마한마/마하무드를 모조리 가지고 있는 나오토가 잡몹 진공청소기 용으로 대활약중. 진행할 수록 난이도가 낮아진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하지-_-;
전투지속력이 굉장히 높아진 덕분에 쉽게 오버레벨링이 가능하고... 레벨이 던전 적정 수준보다 훨씬 높아지니 FOE나 보스들도 뭐 그냥 대충대충 때려잡는게 가능해져서 긴장감이 다소 사라지는게. 분명 첫번째 미궁을 탐사할 때만 해도 전투는 빡빡하고 치료약은 다 떨어져가고 아군은 HP/SP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던전을 헤매느라 가슴이 두근두근했는데. 으음...
뭐 그래도 전투 자체만 보면 본편보다 나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어떤 컨셉으로 굴릴 것인가, 어떤 서브 페르소나를 달아줄 것인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된다고 할까. 페르소나 본편은 파티원 구성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는데(그러니까 하렘파티 만들어서 다 쓸어담고 다녔지--;;) PQ는 예를 들면 "얘가 탱킹하고, 마법 광역딜러를 빼고 물리딜을 하나 넣고, 남은 얘는 소방수로 굴리고, 차라리 전담힐러를 하나 빼고 버퍼 겸 힐딜러를 하나 만들고 얘는 잡몹 처리반으로 돌릴까." 하는 식으로 진지한 고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듯. 이런 부분은 본편에서도 좀 본받아줬으면 좋겠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게임은 일종의 캐릭터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 P3과 P4의 등장인물들이 한데 뭉쳐 싸운다는 크로스오버 스핀오프작이니까. 바로 그 캐릭터 게임이란 부분에서 유저들이 기대하는 바를 제법 잘 충족시켜주더군여. 나루카미 유우와 아이기스가 만나면 어떤 화학작용이 벌어질 것인가! 아이기스가 P4 주인공에게 "당신은 제가 곁에 있어야 할 그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가슴이 뭔가 두근두근해요." 같은 대사를 하는 모습이라니. 크흐흑...
아무튼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잘 만든 게임임.
페르소나 좋아하는 유저라면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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