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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서. 두번째 이야기 |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여행기 (0) 2019/04/12 PM 06:58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서. 두번째 이야기 |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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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고려인의 이야기를 찾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로 갔던 여행기를 올렸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여행기 :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3284?

 

두번째 이야기로 오늘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를 떠나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isk)’로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간 이야기를 이어서 해 보려고 합니다.





| 시베리아 횡단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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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만난 고려인 분들을 뒤로하고

눈 내리는 ‘우슈토베’ 역에서 ‘노보시비르스크’ 행 밤 열차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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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데 3일이나 걸리더라고요.

약 1,500km. 이 거리는 고려인이 왔던 총 길이의 5분의 1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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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3등석을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열차 안에서 딱히 할 것은 없습니다.

책을 보거나 옆자리의 사람과 이야기 하거나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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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3일도 할 일이 없어 지루한데 한 달 동안 기차를 타며 추위와 배고픔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고려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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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 러시아 국경에서 출입국 수속을 합니다.

열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이민국 직원이 탑승해 여권과 짐을 검사합니다.

ㅁL약탐지견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4시간, 러시아에서 2시간. 도합 6시간이 출입국에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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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영상을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차장이 못 찍게 합니다. 상당히 강경하게 못 찍게 합니다 ㅜㅠ

알마티에서도 공공시설이나 시장, 역사(驛舍) 사진을 찍는데 제약이 좀 있었는데 기차 안에서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차장의 의자는 객차가 다 관찰되는 위치에 있어서 하릴없이 창밖 사진만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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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일동안 좀 친해졌는지 거의 도착해서 마침내 윤허하여 주더군요 ㅎㅎ

가운데 있는 친구가 차장입니다.

우측 아가씨의 미모가 있다보니 차장이 상당히 추근거리던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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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 안에 있다 보니 기차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꽤 친해집니다.

두 분이 모녀지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열차 안에서 만난 남남이었습니다.



| 서시베리아의 허브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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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는 서시베리아의 중심도시입니다.

노보시비..노비..노보... 발음이 어렵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개통되면서 ‘오비’강변의 작은 소도시가 급격히 성장하여

서시베리아의 공업, 과학, 문학의 중심도시가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곳은 연해주에서 실려온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뿌려진 마지막 기착지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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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허브답게 사방으로 기찻길이 뻗어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과 다르게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데 아무 제약이 없어서 마음껏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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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때가 마침 러시아 '조국 수호자'의 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군의 날 + 현충일 정도 되겠네요.

이 '꺼지지 않는 불'은 러시아의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어디에나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출신의 전몰 장병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로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꺼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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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광장 무명용사의 묘지 ‘꺼지지 않는 불’ 근처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마침 교대식이 있어서 촬영이 가능했는데…

절도가 조금 부족한 게 정규군은 아니고 앳돼 보이는 얼굴이 아마 군사학교 학생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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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복장을 한 군인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도 왠지 군사학교의 학생들 같았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한때 총덕, 밀덕이었던지라 동구권 복장이 재미있더라고요.




| 노보시비르스크 '서시베리아 철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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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에는 ‘서시베리아 철도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초창기 시베리아 횡단 철도 개통 시부터 최근까지 운행되었던 각종 열차들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고려인이 탔을 ‘바로 그 기차’를 찾고 싶었습니다.(철덕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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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찾는 것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하게도 ‘서시베리아 과학기술 정보센터’의 ‘바실리에비치’씨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직원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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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 만들어진 수송칸입니다. 37년 강제 이주 당시 쓰였을 것이라고 하네요.

기록을 보면 한 칸에 3-40여명이 탔다고도 하는데 이 수송칸은 40명이 정원입니다.

여기에는 다행히 난로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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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번 수송할 때마다 총 50량의 객차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강제 이주가 진행될 수록 한번에 최대한 많은 수의 고려인을 수송하려고 했을 것이고

이렇게 사이즈가 작은 칸은 많이 안 쓰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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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에비치'씨가 보여준 것은 좀 전의 수송칸보다 더 큰 ‘가축 수송칸’이었습니다.

전시에 군인들을 태우고 전선을 오갔다고 하니

좀전의 작은 수송칸보다 두 배 이상 수송할 수 있는 이 가축 수송칸이 분명히 고려인 수송에 사용되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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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축칸은 차고가 높아 이층으로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수송했을 거라고 하네요.

이 열차에도 난로를 넣어주었다고 하는데 혹독한 시베리아의 추위를 얼마나 막아주었을 지 의문이 듭니다.


게다가 이 수송칸에는 화장실이나 식수 시설 등 아무런 시설이 없었다고 합니다.

단지 짐승처럼 위 아래로 칸막이를 만들고 고려인을 우겨 넣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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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차 수송칸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부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ㅜㅜ

위로 저렇게 작은 창문만 뚫려 있을 뿐입니다. 유리창이 없었을 테니 저리로 고스란히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넘나들었을 겁니다.


바실리에비치씨는 제가 묻는 많은 질문에 다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나름 고려인의 상황에 공감하며 30일 넘게 이 수송칸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거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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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가축 수송칸'을 타고 오셨을지도 모를 '지순옥' 할머니

고려인 1세 '지순옥' 할머니는 고려인 소개령이 떨어졌을 당시 16살이셨습니다.


할머니가 탄 화물칸에는 120여명이 탔었는데 대소변을 가릴 곳이 없어 통에다 해결해야 하는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하네요.

먹을 물이 없어 일단 기차가 정차하면 아무 웅덩이의 물이나 길어와서 마시곤 했답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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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옥 할머니는 만났을 당시 96세이셨는데

병환으로 거동도 말씀도 하실 수 없는 상태셨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모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시고 노래를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렇게 누워만 계시며 대부분의 이야기를 따님인 '리 아샤' 할머니가 대신해 주셨습니다

할머니 댁과 연락이 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살아계실지…




|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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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 러시아에서의 9박 10일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뭔가 준비없이 간 것 같고, 그분들이 평생 살며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 몇 명 남지 않으신 것처럼

고려인 강제이주를 직접 겪으신 분도 이제는 거의 남지 않으셨습니다.

강제이주 80주년을 넘어 100주년을 향해 가지만,

고려인들의 이야기도 어느 순간 조용히 묻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안타까운 생각 속에서 그래도 이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여드리고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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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야마구치 '우베'에서 수몰당한 '조세이' 탄광의 강제징용 조선인들 이야기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아래에서 영상으로 위의 이야기들을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는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혹시 구독도 해주신다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ㅜㅜ)

https://youtube.com/solardog?sub_confirma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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