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전하게 된 계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집에서 누워만 있지 말고 뭐라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19년에 시작해서 21년 6월에 끝났으니, 약 30개월 걸렸습니다.
도전하면서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적어서 기록하고 나누려고 합니다.
1. 나도 뭔가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배워서 좋았습니다. 만화를 그려서 돈을 벌거나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목표까지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두렵습니다. 안간힘을 써서 시작이라는 바퀴를 밀다가 일단 바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하면 엉망진창이어도 굴러갑니다.
2. 나에게도 용기가 있다는 것을 배워서 좋았습니다. 웹툰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님께서 인터넷 방송으로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첨삭하는 이벤트를 하셨었습니다. 이벤트 이름은 <위펄래쉬>였습니다. 어디서 용기가 솟았는지 작가님께 응모원고를 보내서 첨삭 지도를 받았습니다. 프로에게 첨삭 지도를 받고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험이 신기하기도 하고 못난 작품이라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바보 같지만 용기를 내서 유명 작가에게 지도를 받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근데, 가르쳐주신 대로 하려고 해도 안 돼서,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3. 말에 정말로 힘이 있다는 것을 배워서 좋았습니다. 인기 없는 만화여서 댓글이 가뭄에 콩 나듯 있었는데 가끔 응원 댓글이나 재미있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말에 정말로 힘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항상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말이 힘이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말도 힘이 있을 테니까요.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특히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해야겠습니다.
4. 자신의 집중력이 엉망이라는 것을 배우게 돼서 좋았습니다. 작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문제가 뭔가 고민하다가 자신이 온종일 무엇을 하는지 며칠에 걸쳐서 기록해 봤습니다. 유튜브, 책, 게임, TV, 넷플릭스, 음악, 그냥 앉아있거나 누워있기 등등으로 시간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집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유튜브, 테드 강연, 책에서 조언을 찾았습니다. 집중력을 기르는 데는 명상이 좋다고 해서 마음챙김 명상 관련 도서를 읽고 알려주는 대로 시도했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꾸역꾸역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가 운동, 잠, 음식에 대한 책을 읽고서 새로 얻은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 운동: 매일 5분 이상 움직이기로 시작해서 > 아침에 30분 산책
- 음식: 음식은 야채를 자주 먹기로 시작해서> 야채를 많이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가공식품을 줄이며 시간제한(12-7) 식이를 시도 중.
- 수면: 최소 6시간 이상 반드시 잘 것, 가능하면 8시간 이상 자면서 수면 부채를 줄이기 >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눕는 건 가능해짐. 잠은 안 오더라도.
이 3가지를 지키면서 명상을 하니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각 요소가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명상을 했기 때문에 집중력이 강화되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집중력이 생기니까, 재미있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일상에서 덜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허리디스크랑 무릎 통증 때문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는데 20분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50분 정도 앉아있어도 예전처럼 통증이 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아무리 집중해도 하루가 정말 짧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양치질, 씻기, 화장실, 장보기, 기타 잡무, 예상하지 못한 사건-사고, 가족과 대화하기 또는 시간 보내기 등 삶에서 덜어낼 수 없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하루 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적을 때는 1~2시간이고 쪼개진 시간을 모으면 5시간 정도가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워런 버핏 선생님이 제일 중요한 거 다섯 가지만 하라고 하셨나 봅니다.
5. 만화를 100회까지 마치고 나니까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근거는 없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화를 한 칸씩 완성하면서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고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듯합니다. 다음에는 뭔가 5%만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그려놓고 원고에 싣지 못한 만화 3편입니다. 그냥 삭제하기 아쉬워 여기 남깁니다.
건전한 취미라는게 이렇게 인생을 풍요롭게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