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방해 혐의 뺀 檢..'미온적' 수뇌부 수사
윤갑근 특수팀 등 초기수사 미비 지적도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사법연수원 19기)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번에도 기각됐다. 지난해 8월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출범 이후 8개월 가까이 이어진 수사가 끝내 물거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을 옭아맬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면서 검찰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수사외압과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세월호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수사팀이 결과적으로 수사에 방해를 받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이 청와대와 해경의 통신내역이 담긴 해경 본청 압수수색에 나서자,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부산지검 2차장)과 통화하는 등 수사팀에 접촉했다. 또 현장 구조책임자였던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것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수본은 당시 수사팀이 결국 해경을 압수수색한 점과 김 전 정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을 고려해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 혐의를 영장 청구서에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 대상이어서 미온적으로 처리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수사와 관련해 우 전 수석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검찰·법무부의 수뇌부를 조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을 당시인 지난해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수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 등 개인비리 혐의도 영장 청구서에 넣지 않았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특검 수사기간 종료 이후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특검이 수사하지 못했던 개인비리 혐의와 세월호 수사외압 의혹을 언급하면서 "시간이 없어서 못한 것이지 영장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소위 '검찰 개혁' 여론에 떠밀린 특수본이 제대로 수사하고자 했으나, 이미 증거 확보 등 수사에 유리한 '골든타임'이 지났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우 전 수석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하지만 당시 특수팀는 우 전 수석의 연수원 동기로 친분 관계가 있는 윤갑근 대구고검장(53·19기)이 수사를 맡아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윤 고검장은 2014년 대검 강력부장과 반부패부장을 겸임할 당시에는 우 전 수석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지휘해 '우병우 라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달반만에 '성사'된 소환조사에서는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는 사진이 공개되며 '황제 소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시점인 이번 주 후반쯤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구속 등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http://v.media.daum.net/v/20170412010316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