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인기가 있는 듯 없는 듯한 DC의 새 영화 블랙 아담을 얼마 전에 봤다.
우선 이전 잭 스나이더의 DC 세계관을 안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새로운 출발의 일환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뭔가 지금까지 DC 영화들 중 제일 마블 영화스러운 영화인지라 이전의 꿈도 희망도 없는
중2병 맥스 DC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치를 떨거 같은 작품이다.
그렇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이 드웨인 존슨, 이 한 마디로 영화 설명이 가능하다.
드웨인 존슨은 무적, 아무도 그를 대적할 수 없으며 혼자 다 깽판치며 영화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보고 나니 영화라기 보다는 게임을 하고 난 기분이다. 전투 전에 컷신 나오고 한 동안 뿌슝빠슝 때려 부사다
다시 또 컷신, 뿌쓩빠쓩, 이하 반복.
그러다 보니 인물들 설명이라던지, 인물들 간의 갈등, 주인공 심리 묘사 이딴거는 그냥 막 휙휙 넘어가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처음에 주인공의 유일한 약점을 보여주는 듯한데 사실 안 중요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영웅들은 많은데 그들에 대한 설명은 한줄도
채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갑툭튀.
갑자기 날아 다니는 마법사랑 새 인간, 태풍 소녀, 거대 소년 막 나오는데 이들은 사실 중요치도 않고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
그냥 우리의 무적 영웅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존재들일 뿐이다.
더군다나 영웅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돼! 우리는 너희를 도와주러 온 착한 사람들이야!
외치는데 이 세계 최대 영웅들이 모두 냉혈한 살인마 출신들인걸 생각해보면 웃긴 소리다.
거기다 그들에게 이 임무를 의뢰한 사람이 자살 특공대 설립자에 자기 말 안 듣는다고 머리에 폭탄 심고 주저 없이 터트리는 사람인걸 보면 더더욱 기가찰 뿐이다. 어디가 착한 놈들이라는거지...?
그래서 영웅이라 주장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중요시하는 "정의의 집단"은 와닿지 않는다.
그나마 모두 생긴건 개간지나고 연기들도 멀쩡해서 말했듯이 그냥 게임 컷신 보는 느낌으로 그냥 가볍고 즐겁게 볼 수는 있다.
영화의 주요 화두가 지금까지의 영웅들과 다른 무자비한 다크-히어로! 같은건데 그것도 사실 그냥 말 뿐이지 여타 우리가 봐왔던
영웅들이랑 다를 바 없다.
영화에서 내내 어린 아이들의 친구에 시덥잖은 농담 날리는데 고작 나쁜놈들 몇명 죽인다고 뭐가 그리 다크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는 그 슈퍼맨이 진짜 나타난다는거다. 뭔가 빛과 어둠의 대결 같은 구도를 꿈꾸는건지 희망찬 우리의
친구 슈퍼맨이 최강의 다크 히어로랑 싸운데! 우앙! 이런 느낌을 자아 내는데....그게 맞나?
희망의 상징(이라 우기는)이 앞서 언급했던 사람 대가리 터트리는 여자의 말을 듣고 나타나는 것도 문제고
이 어둠과 빛의 대결 이미 배트맨이랑 한따까리 해서 심지어 져놓고서는 여기서도 또 한번 한다는게 웃기다.
그리고 이 세계의 슈퍼맨이랑 블랙 아담이랑 다를게 있나...?
캐릭터 간의 격돌은 물론 힘에 따른 대립도 재미있지만 그 본질은 두 인물간의 사상적 차이가 더 중요한 부분인데 (관객이 둘 모두를 지지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대립은 재미있다) 이 둘이 대립할게 있나?
단순히 드래곤볼 전투 외에 둘의 싸움을 기대할만한 요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다시 슈퍼맨은 누군가와의 VS용 캐릭터로만 소모 되는게 너무 아쉽다.
물론 이 세계의 슈퍼맨에게 1도 관심이 없어서 또 화장실 변기로 뚜들겨 맞아도 아쉬울건 없지만, 이 좋은 캐릭터를 매번
똥통에 넣는거 보는게 즐겁지만은 않다.
아 참고로 음악은 다 구리다.
옛날 수어사이드 스쿼드 생각나는 구린 선곡들과 편곡이다.
스매시 펌킨스 처음 나올 때는 반가웠는데 뒤 이어 롤링스톤스랑 카니예는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선택들이었다.
여튼 부정적인 이야기만 쏟아 냈지만 영화는 그냥 2시간 짜리 대머리 형아의 뿌슝빠슝으로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