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작가의 마이피입니다.

“잔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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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짐승의 자살 (5) 2019/04/24 AM 01:43

  '짐승'이란 단어가 가지는 어조는 거칠다. 짐승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 사람다워지는 걸까. 사는 게 깔끄러운 이유를 생각해본다. 내가 그만큼 거칠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딱 필요한 정도의 짐승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짐승이 된다면, 짐승처럼 된다면 나는 지금보다 자유로울까. 부질없는 가정은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괴리감이란 때때로 외로움보다 더 뻐근한 감정이다. 혼자이기에, 그마저 토막을 낼 순 없으니까. 하, 차마 그럴 용기까진 내질 못하고 있다.


  용기를 동경한다. 용기는 단호하다. 숱한 질문을 마주한다. 빈 칸으로 남은 답을 바라보며, 그 빈자리가 무서웠잖아, 나는 나에게 솔직히 말해본다. 두려워서 내뱉는 대답 따위가 내 것일 리가 없다. 겁이 나를 짐승으로 내몬다. 결착이다.


  짐승은 용기를 내지 않는다. 그저 달려든다. 그러다 여차하면 처량하게 꼬랑지를 내린다. 투쟁도 본능이고 생존도 본능이다. 살아가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이딴 말들은 무의미하다. 굳이 말하자면 겁이 더 클 뿐이다. 그 뿐이다.


  내가 짐승이 되지 못하는 것은 투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짐승처럼 되는 것은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일이다.


  용기의 본질은 겁을 인정하고 극복함에 있다. 그러므로 난 인정한다. 답을 모르겠다. 나의 패배다. 그런데 하나, 이게 그토록 잘못인가? 첫 번째 물음표엔 의미가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는 문장을 기억한다. 오직 정답만을 허용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모른다는 말도, 졌다는 말도 그 또한 나의 말이다. 용기의 반대말은 겁이 아니다. 겁은 용기의 하위에 지나지 않는다. 용기의 반대말은 침묵이 아니라 거짓이다. 너에게 하는 이야기다, 짐승아. 본능으로 가득한 너에겐 투쟁 또는 겁이 전부구나. 나 역시 가난한 용기에 진실 또는 침묵만이 전부다. 이렇게 난 짐승에서 멀어진다. 사람답다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싶다. 여전히 사는 게 깔끄럽지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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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꼴통    친구신청

단어들이 참 좋네요.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잔업작가”    친구신청

글 쓸 때 사전웹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쉽게 쓰는 단어라도 가끔은 뜻을 톺아보려 합니다 ㅎㅎㅎ 의도적이지 않은 이상 단어, 접속사, 형용사 등 중복도 피하려 애쓰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의 킵고잉★    친구신청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가 떠오르네요.

약속의 킵고잉★    친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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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작가”    친구신청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사람들이 저마다 감상과 표현법이 다르다보니 그만큼 다른 각도로 접근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친추는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접속하면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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