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작가의 마이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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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2014년 8월 19일에 쓴 글 (0) 2019/08/19 AM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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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19일에 쓴 글을 찾았습니다. 그 어떤 장래의 계획 없이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앞둔 스물일곱의 혼잣말입니다.

 

+-×÷ 

 

  가득한 안개가 차츰 사그라든다. 흐린 시계가 펴지자, 왜인지 벌벌 떠는 내 모습이 보인다. 비겁한 뒷걸음질이 멈춘 것은 찰박이는 강변에 이르렀음을 왼발이 알려줬기 때문이다. 내 마지막 발자국은 강의 경계에 찍혔으니 이내 사라질 것이다. 물기를 느끼자마자 발을 들어 올렸지만, 왼쪽 신발 밑창은 이미 물을 머금을 만큼 머금었다. 발바닥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한기는 이제 곧 적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까지 오기 때문이어라. 내 코가 석자인지라 옛말과 다르게 되려 적이 눈을 감고도 내 코를 베어갈 지경이다. 그들의 진군 소리가 들린다. 귀가 꽉하니 막힌다. 움켜쥔 창을 잠깐 어깨에 기대 세운다. 옆구리에 찬 검을 만지작거리며 힘이 될만한 소리를 중얼거려 본다. 별 소용은 없다. 그럴리가 있나, 혹은 당연하지, 무슨 말인지 기억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창을 고쳐 잡는다. 앞엔 적이 있고 뒤엔 강이 있다. 두려움이 마음 속에 가득하다. 불현듯 장면이 뒤집혀 바뀐다. 

 

+-×÷

 

  여전히 쫓기고 있다. 하지만 탈출은 여기서 끝이련가, 이번엔 바다가 내 앞길을 막는다. 철벅이는 해변을 보는 기분이 개운치 않다. 그럴리가 있나, 혹은 당연하지, 얼핏 기억이 나는 말을 중얼거린다. 저 바다가 붉은 빛을 띠는 것은 내 처잠한 최후를 이미 알아서일까, 피곤하여 충혈된 눈 탓일까. 나를 쫓는 적의 숨소리는 거칠어져가고, 그 뜨거운 김이 목덜미까지 엄습하는 기분이다. 살아보겠다는 말은 다 거짓말, 불쌍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던 마음에 열정의 불꽃은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지금은 재도 없는 공허함 뿐이다. 한 때의 취미가 남긴 약간의 먼지로 생색 내듯 기침하는 내 모습이 우습다. 어느덧 적은 나를 붙잡기 일보직전이다. 기회라는 이름의 여신과 달리 난 미련의 머리칼이 너무 긴 탓에 잡힐 듯 말 듯 위태롭기 그지 없다. 결이 불규칙하지만 단단하기는 비교할 것이 없는 지팡이만 하릴 없이 땅을 긁는다. 앞엔 바다가 있고 뒤엔 적이 있다. 포기조차 그 방법을 선택하라 강요하는 답답함에 기가 꽉하니 막힌다. 싫다, 이런 데자뷰. 

 

+-×÷

 

  글 속엔 악몽에서 깨는 내가 있고, 글 밖엔 그간 쌓인 후회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내가 있다. 한신의 배수진을 기억하자. 모세의 기적을 잊지 말자.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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