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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너는 나의 밤을 훔쳤다 (1) 2024/04/18 PM 05:20

너는 나의 밤을 훔쳤다



색마저 잠이 들어

검정으로 칠해진 밤.

시계침 째깍이는 소리마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마저

이토록 또렷한데

목소리는 어째선지 닿지 않는다.


너는 무엇이 두려워

밤하늘에 숨었니.

토닥여 주고파도

그림자 한 자락 보이질 않는구나.


잊은 듯 지내다가도

별이 떨어질 때면

너일까 마음을 졸이고

별이 스치울 때면

너일까 한참을 들여다본다.


반짝이는 만큼

더 기다릴 테니.

다시 만날 우리

아무렇지 않게 손 흔들고

별이 다 질 때까지

서로의 밤을 속삭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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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정말 좋네요!
[단편_습작모음] [시]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0) 2024/04/16 PM 05:44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4.4.16)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애가 우는 걸까 걱정하지 않게.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젖을까 걱정하지 않게.


오늘이 얼룩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도가 꽃잎을 덮쳐

너무 이르게 져버린 봄날이

호사가들의 침에 더럽히지 않게.


오늘이 그늘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햇살에 널어야 하니

멍울을 풀고, 눈물을 말려

더 이상 깊은 바다로 빠지지 않게.


오늘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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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근의 노래 (0) 2024/04/11 PM 07:32

뿌리의 노래



개척자처럼 밀려든 유행은

메뚜기떼처럼  터전을 유린하였네.

바닥까지 싹싹 갈퀴질한 황금

선단 가득 실어 유유히 떠나고

풀벌레 소리, 지저귐 소리 멎은 섬에는

벌거벗겨진 원주민만 남았네.


그래 떠나거라.

어서 떠나거라.

메뚜기가 온 하늘을 뒤덮어도

뿌리를 어찌하진 못했으리.

우리는 허식을 벗어던지고

돋아나는 초목과

돌아오는 새들과 노래를 부를 테니.


우리의 노래는

더 진한 향으로

더 선명한 색으로

더 웅장한 소리로

피어나리라.

우리는 끝끝내 불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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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마음을 묻다 (0) 2024/04/08 PM 06:21

마음을 묻다



고개를 들어도, 숙여도

도통 보이질 않는 내 마음.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늘져도

너에게는 훤히 보였겠지.


내게도 잘 보였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속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

출렁이던 네 마음.


그 마음이 머무르기에

내 마음엔 폭풍이 불었나.

내가 망설이던 사이

너는 꽃잎처럼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위태로운지.

너는 다른 품에 맘껏 울었는지.

바람에게 자꾸만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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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미루었던 것들에게 (0) 2024/04/04 PM 05:02

미루었던 것들에게



대청소를 했습니다.

시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시험도 딱히 없습니다.

사실 대청소는 아니었습니다.

창고 정리를 했습니다.

정확히 창고도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 나뒹굴던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모왔을 뿐입니다.

모으고 보니 오래되기도 했습니다.

반짝이던 녀석은 녹이 슬었습니다.

참 몹쓸 짓을 해버렸습니다.

재활용이라도 될까 싶어 분류해봤습니다.

이마저도 뻔뻔한 자기 위로인 듯 싶습니다.

고철과 폐지가 되어버린 세월이

원망을 쏟아낸다면 잠자코 들어줘야겠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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