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_ 박창선
나는 무너지고 있다
아니, 나는 분명히 녹아내리고 있다
파사삭거리는 전조도 없이
흉물스럽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늘이 가라앉는다
바다에 닿을 듯 가라앉고 있다
꿈은 분명히 하늘에 걸었는데
천박한 숫자 몇 개를 덧붙여달라
당신과 흥정하고 있다
삶의 궤적 어딘가에
뚝 끊어져 버린 것이 분명했다
제멋대로 나풀거리는
손끝에 걸린 실오라기만이
한때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었다
밤과 맞닿은 바다처럼
동경과 시기의 빛깔은 놀랍도록 닮았다
흐릿해진 수평선처럼
널 향한 박수는 찬사인지 조롱인지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마주치고 있다
나는 녹아내리고 있다
그래, 나는 다행히 녹아내리고 있다
판판히 부서져 그림자에 품을 날 섬 없이
그저 새벽녘 이슬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저 스며들 봄비가 되길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