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적다 보면 _ 박창선
미움을 적다 보면
흰 종이 한가득 채우다가도
까만 밤에 새벽빛 스며들듯
슬슬슬 지워보면
거뭇거뭇 남은 흔적
꼭 먹구름 같아
한바탕 쏟아붓고 나면 사라질
먹구름 같아
오늘은 울자
메마른 사막에 묻힌 씨앗도
기어이 피었듯이
삭막한 현실에 묻힌 인생도
보란 듯이 필 테니
오늘은 울자
갈라진 마음에
물 한번 뿌리자
가득 메운 먹구름 가시도록
시원하게 쏟아붓자
미워만 하기엔
고개숙인 네 얼굴이 너무 고우니까
미워만 하기엔
머리 위에 하늘이 너무 예쁘니까
내일은 웃자
미움 적신 종이
꾸깃 접어 던지고
내일은 활짝 웃자
떠오르는 태양처럼
눈부시게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