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깊이 _ 박창선
너는 자꾸만
슬픔의 깊이를 묻는다
대뜸 가슴을 찔러
눈물의 깊이를 재려 든다
흘러넘쳐야만 슬픔인가
아무도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같은 슬픔이 있다
흐르지 않고, 바짝
타버리는 슬픔이 있다
한데 너는 자꾸만
슬픔의 크기를 묻는다
대뜸 가슴을 찔러
애도의 비명을 들으려 든다
비집고 나와야만 슬픔인가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우주의 폭발 같은 슬픔이 있다
흐르지 않고, 번쩍
멀어버린 슬픔이 있다
띄어둔 망원경으로
숱한 별을 보았어도
우주를 모르듯
띄어둔 카메라로
숱한 슬픔을 보아도
우리는 여전히
슬픔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