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먹는게 힘들어지는게
혹시나해서 거식증에 대하여 알아봤더니...
인터넷에선 거식증을 "편하게 살 빼는 방법"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거식증 걸리는 방법" 같은 연관 검색어가 나오는거 보니 말 다 했죠.
...그치만 이건 "병"입니다.
병이 아니면 "증(症)"이란 한자가 붙을 리가 없죠.
예전에 거식증에 걸려서 인생 종칠뻔 했다가 운이 좋아서 재활치료 없이 회복하고,
이후 취직해서 헬스도 해가며 "보통" 몸매로 잘 살았지만...
...나름 내쪽에서는 인생의 멘토라고 생각했던 분에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일본 순사 같으니 살 좀 찌우는게 어떻냐" 라는 말을 듣고(...)
쇼크로 인해 동글동글하게 보이도록 살집이 어느정도 있도록 유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치만, 예전에 거식증 시기때 생긴 습관이 몇년이 지나도 사라지지가 않아서
"먹는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괴로운 나머지 소식(小食)이 몸에 익혀졌습니다.
남들은 음식 조절을 어떻게 그렇게 칼같이 하느냐고 부러워 하는데,
이게 실은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괴로워서 더는 못먹는 겁니다.
걸려본 적이 없다면 이해가 힘들겠지만,
식당에서 보통사람 1인분 = 곱배기 먹은 정도의 포만감이 밀려 옵니다.
그리고 이 포만감 = 지속적인 괴로움 & 불쾌함 & 자괴감 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이걸 알다보니 많이 먹어도 금방 배가 꺼지는 채식 위주의 식사 & 마실 것을 추구해왔는데,
가족이랑 있을 때야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밥은 그렇지가 않았죠.
거기다 친구들과 마시는 술 덕분에 동글동글함이 유지되었는데,
작년부터 혼자 살기 시작하자 어딘가 벨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취직해서 일하기 시작하자 급속도로 살이 빠지기 시작하네요.
32를 유지하던 허리가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면 흘러내릴 정도가 되고
회사 선배님이 "고기 좀 먹어라. 너 먹는거 보면 걱정된다"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
아직은 체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여러모로 걱정입니다.
거식증의 가장 무서운 점은 "걸렸다는거 알 정도면 해결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니까요.
웃긴게 이러면서도 요리하는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