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에서 적응못하던 후배를 챙기면서 사이좋게 지내다가 3년 전쯤 제가 한 고백으로 인해 서먹서먹해진 후배(이하 그 사람)가 있습니다.
그렇게 서먹서먹하다가 제가 일이 있어서 반년정도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분위기가 쎄하더라구요.
다행히 전 전보다 더 밝고 단단해져서 밝은 에너지 뿜으며 잘 다녔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저를 서먹서먹을 넘어 미워함으로 대하더라구요.
사과를 하고 잘 지내고 싶었지만 아무리 밝게 다가가고, 또 인사해봐도 항상 미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사람으로 인해 제 감정도 미워함으로 바뀌어갔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귄다는 걸 알게 됐고, 우린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무시하면서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이렇게 지내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잘못된건 바로 잡고 사과할건 사과하고, 매듭진 감정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좋아했던 사람을 미워하고 좋아하던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며 자책하고 오늘은 밝게! 라고 다짐하다가도 그 눈빛보면 또 미워하는 반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한달을 고민하다 자존심 다 내려놓고, 용기내서 오늘 잠깐 시간내달라고 하고 사과 얘기를 꺼냈는데 대뜸 소리를 지르네요.
"당신이 사과를 하고 싶건 어쨌건 그건 당신 맘이고, 난 풀거 없다, 난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까 숨막히면 당신이 나가라, 한번 더 이러면 상사 언니한테 이를꺼다, 다시는 아는척 하지 마라."
사과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고 잘 지내고 싶었는데 정말 상상도 못한 이런 말 들으니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지고, 자책하던 제 자신에게 미안해지네요.
잠깐 같이 일하면서 친해진 누님과 술 마실 때 "쟤를 좋아하는 맘은 알겠는데 널 생각하면 말리고 싶다, 네 눈에는 쟤가 착해보일지 모르지만 여자인 내가 봤을 땐 절대 아니야"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누님의 말처럼 이런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닌데 제가 좋아하는 맘에 열심히 포장하고, 좋은 모습만 남기려 현실 왜곡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무튼 앞으로도 얼굴 마주하고 일해야 하는 입장에서 참 답답하지만, 존중해야 겠습니다.
전 지금이 싫어 풀고 싶어 사과를 해야겠다는 선택을 했고,
그 사람은 풀고 싶지도 않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라는 선택을 한거니까요.
제가 그 사람에게 고백했던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됐나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숨막히는 상황이 함께 웃고 떠들던 시절보다 좋다는 게 참 안타깝고 미안하네요.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댓글에도 적었지만 고백 언급이 많아 추가합니다.
고백은 참 많이 서툴게 했습니다.
제가 티가 많이 나는 성격이라 그 사람도 이미 제가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죠.
집이 근처라 술자리 후에 자주 바래다 줬는데 밤 늦게 술 먹고 가는 길에 가능한 진심을 담아 했죠.
그 사람은 저에게 매력을 느낄 수 없다고 했구요.
이 고백 후에 그 사람은 절 피하고 얘기를 안하고 웃지도 않았죠.
그리고 위의 얘기처럼 이어집니다.
-추가로 왜 미안한지
위에도 적었지만 어떤 감정으로 그렇게 미워하는 감정이 됐는지 제가 고백했던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됐는지 미안했습니다.
또 그 사람이 미워한다고 저도 따라 미워하게 된게 미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고백으로 인해 모든 것이 틀어지고, 또 지금 이 상황이 된게 아닌가 싶어 미안했습니다.
크건, 작던,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다면 미안할 이유는 많지만, 미안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원인이 혹은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게 미안했다 적었지만 실제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아픔도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 제가 몰랐던 부분에 원인이나 오해가 있었다면 그런 부분도 같이 사과하고 또 풀고 싶었죠.
라고 말하는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윽박지르는사람 은근히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