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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Review] 프로불만러의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소감 - 어서 다음편을 내놓으렴 (5) 2020/05/04 PM 01:38

 

이 글은 게임의 원작 파이널 판타지 7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행적에 대한 누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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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7.

게임 쪽에서 이 타이틀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굉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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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7오리지널은19971,플레이스테이션으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그로부터 바로 몇 개월 전,닌텐도의 새 콘솔 닌텐도64가 출시한 상황이었으니,당시 파판7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무엇보다 제작사 스퀘어는 오랫동안 플랫폼으로 함께 해왔던 닌텐도에게 등을 돌리고,소니의PS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주한터라 그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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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파판7은 시리즈 최초로3D폴리곤을 이용한 시스템을 선보였고,당시 기준으로 최상위의 그래픽과 음악을 자랑하며 당당하게PS1승리의 공로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물론 기술적인 부분들 말고도,환경 테러리스트에 가담하는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전개와 히로인의 이탈 등 그때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충격적인 진행으로 많은 게이머들을 좋은 의미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종합적으로 이 게임은 당시 게이머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고,오랜 세월 동안리메이크 되었으면 하는 게임’ ‘기대 되는 리메이크 게임순위권에서1위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2015, E3에서 마침내 리메이크 소식이 발표되기까지 말이지요.

 

하지만 마음이 너무 급했던 것은 아닐까, 2015년 리메이크를 발표에 팬들은 뒤집어졌지만,그 이후로도 몇 년 동안 발매 소식은 없었습니다.매년E3TGS를 통해 새 영상을 공개하곤 했지만 점차 팬들은 목이 말라갔고 지쳐갔지요.리메이크가 정식으로 발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처럼,발표 이후에도 발매의 과정이 순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2019E3가 가까워지던 시기에서야 발매일을 발표하였고,리메이크 발표로부터5년 가까이 되는 올해, 2020410일에서야 마침내 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가 정식 출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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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발매년도가2020.오리지널 발매년도가1997.무려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당시 오리지널을 즐겼던10대의 청소년도 지금은30대의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 야속한 세월의 흐름입니다.리메이크는 과연 이 묵직한 시간의 부담감을 초월하여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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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를 언급할 때에 반면교사로 언급할 만한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파이널판타지와 같이 과거 스퀘어에서 제작했던 성검전설2입니다.성검전설 시리즈는 한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함께 스퀘어를 대표하던 프랜차이즈 시리즈였습니다.비록 파이널판타지7만큼의 인지도는 없지만,성검전설2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에는 많은 분들이 그리움을 느끼며 어린 시절과의 재회를 고대했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 기대감은 배신당했습니다.긴 공백을 뛰어넘어 나온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떨어지는 그래픽,현대의 게이머에는 불편함밖에 줄 수 없는 구시대적 유저 인터페이스,오리지널에 없던 버그의 추가,믿기 힘들 정도로 덜 떨어지는 인공지능과 저 음질의 음악까지.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습니다.기존 팬들에게 절망감을 선사함은 물론이요,신규 유저들까지 학을 떼게 만들어버린,시리즈 부활의 신호는커녕 다시 관속으로 쑤셔 넣는 게임이 등장해 버렸습니다.덕분에 이번에 나오는 성검전설3리메이크에게까지 암암리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성검전설2’리메이크는 스퀘어에닉스 본사에서 제작하지 않고 동남아의 이름 모를 회사에게 외주로 맡겨졌다고 합니다.비록 오리지널을 제작했던 제작자들이 아직까지 스퀘어에 남아있던 것은 아니지만,한때 회사를 대표했던 자산을 이렇게 헌신짝 내버리듯 다루는 스퀘어의 모습에 자신을 포함,많은 이들이 실망과 불안을 느꼈습니다.비록 파이널 판타지와 성검전설이 다루어지는 이름값이 다르지만,그 제작의 중심이 되는 스퀘어가 예전의 스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정확히는 파판13부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고. 

 

 

리메이크라는 것은 원작에 기대어 인기를 편승할 수 있는 편리한 방식이지만,핵심적인 요소를 놓쳤다간 커다란 비판을 역풍으로 얻어맞게 될 수도 있는,까다로운 과정입니다.상식적으로, ‘리메이크작품이23년 전의 원작을 고스란히 답습했을 거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23년 동안 발전한 기술력을 적용해야 했을 테고, 23년 동안 달라진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충족시켜줘야 합니다.이제 하나씩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업그레이드 된 기술적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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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음악

 

파판7이라는 엄청난 이름값의 게임이 리메이크를 내놓는데 그저 그런 수준의 그래픽으로 내놓았다간 팬들의 기대감에 재를 뿌리는 것은 물론이요,제작사 스스로 명성에 먹칠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죠. 3등신 폴리곤 덩어리였던 캐릭터들은 인체비율을 맞춘 어엿한3D모델링 캐릭터가 되어서 재등장했고, 97년도 기준으로는 최선을 다했던 배경 그래픽 역시 이번에 꽃단장을 거치며 더 멋진 풍경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제작진에게 미안하게도 이 그래픽의 발전 부분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질 따름입니다.저 스스로가 파판7의 이름값을 너무 높이 사주고 있던 탓일까요?기타 게임들과 비교해 볼 때 흠잡을 만한 그래픽이 아님에도,내심 이만한 기술적 표현력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던 것 같습니다.

 

음악? 16비트 스테레오가 한계였던PS1의 음악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오리지널 파판7의 사운드트랙입니다.현 세대에 맞게 재녹음된 음악은 당연히 나쁠 수가 없습니다.전곡이 다 기억될 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아니지만,에어리스의 테마,배틀 음악 등등은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들이라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배틀 시스템

 

랜덤 인카운터+턴제 배틀이라는 고전JRPG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심리스식 실시간 배틀로 바뀌었습니다.가까운 예로 최근 작품인 파판15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실시간 액션 조작+ ATB충전을 통한 스킬 사용 이라고 할까요.기존 시스템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큰 변화를 보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ATB라는 개념 자체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지만,시간이 지나는 것만으로 충전이 되던 구작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내용은 무엇이 바뀌었는가?

 

 

스케일의 확대

 

원작에서는 없었던 혹은 아주 잠깐 지나가는 한 구역에 불과한 지역을,리메이크 에서는 챕터 단위로 넓게 만들고,그 안에 새로운 이벤트를 추가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령 게임 초반,에어리스와 교회를 탈출하고 에어리스의 집까지 가는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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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이 부분은 랜덤 인카운터 배틀을 포함한다 해도 아무리 길게 잡아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구간입니다.그런데 리메이크에서는 이 부분을 챕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긴 플레이 구간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플레이타임을 늘이기 위해 억지로 수를 썼다?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만약 늘어난 구간이 재미없는 전투와 무의미한 돌아다니기로 점칠 되었다면 저 역시 그렇게 말했겠지요.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변화는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원작에 없던 레노와의 전투는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원작의 연출보다 차라리 설득력이 있습니다.동시에 레노와 루드라는 감초 조역을 더 일찍 소개하고,또한 에어리스가 그들을 변호하는 대사를 넣으면서 차후 그들의 행동에 대한 변명거리 혹은 참작의 여지를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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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지붕을 통해 도망치는 구간도 그렇습니다.원작에서 방향키 하나만 쭈욱 눌러주면 금방 끝나는 구역을 이렇게 바꾼 부분은 상당히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그저 사다리를 타고,좁은 길목을 건너고 하는 단순한 플레이지만,그 와중에 나오는 에어리스와의 이벤트는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대단한 명대사나 연출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유머 섞인 대화는 친밀감을 갖게 해주고 에어리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알려줍니다.파판7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축을 해두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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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도 예로 들어볼까요.

원작에서 저 팔 모양의 오브제는 그저 맵의 환경을 장식하는 배경물품에 불과했습니다.리메이크에서 이 로봇 팔은 진행을 위한 퍼즐요소로 뒤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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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원작에서 월 마켓은NPC가 그나마 가장 많았던 마을,그나마 이벤트가 많았던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리메이크에서 월 마켓은 화려함과 퇴폐미를 갖춘 거리로 몇 단계 올라섰습니다.그 와중에 원작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달라진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다채로워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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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과 리메이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무리가 있는 것이,리메이크가 주 무대로 삼고 있는 미드갈은 원작에서 전체의20%정도 비중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거기다 게임 초반이다 보니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서 빠른 진행을 강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그렇다보니 어지간히 중요한 장면이 아니면 연출을 어물쩍 넘어간 곳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슬레이트 파괴로 인한7번 슬럼가의 붕괴 표현입니다.

 

그저 악덕 기업정도의 위상만 갖고 있던 신라 컴퍼니가 상상도 못할 끔찍한 테러를 저지름으로서, (아발란체가 아니라 플레이어가)무너뜨려야 할 진정한 흑막으로 자리 잡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동시에 주인공 파티가 본사 잠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끔 결의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이후 신라의 우두머리가 허무하게 퇴장함으로서 최종악역으로 맞춰진 포커스가 살짝 비틀어지며 진정한 파이널판타지7의 이야기가 시작되는,이른바 새로운 대면에 이르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단적으로 말해,원작에서 이 부분은 상당히 느슨하게 다루어졌습니다. 3등신 폴리곤 캐릭터들의 사망 장면이라고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하나의 마을이 처절하게 파괴,몰락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상호작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의 죽음에 비통해 하며 총을 난사하는 바렛트.잔해가 막혀있어 갈 수 없는7번가 슬럼,저 사태에 한마디씩 던지는 다른 마을의NPC.이 정도가 사후 연출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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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리메이크는 연출에 상당히 힘을 쏟았습니다.원작의 클라우드 일행 시점에서 벗어나 마을에 들어가 마린을 찾으며,사람들의 피난을 유도하는 에어리스의 시점을 보여줍니다.재해 직전 마을의 모습과 혼란에 빠진 군중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함으로서 평화로웠던 과거의 모습과 대조함과 동시에,동료들과 마을에 들이닥친 비극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보조합니다.이후에도 난민이 된7번가 슬럼 주민들을 등장시켜 사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주었고,폐허가 되어버린7번가 슬럼을 내려다보며 결의를 다짐하는 주인공 파티의 장면은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연출이지만,원작의 그냥 어물쩍 넘어가던 표현에 비하면 적당히 발전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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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기서 절정이 바로 클라우드의 댄스&여장 이벤트인데요.이 부분은 나름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요즘 나오는 일본 게임들 대부분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와 연출은 꼭 들어가기 마련이고,리메이크의 댄스 장면은 기타 게임들의 그런 장면들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지만.원작이 원작이니까요.

믿거나 말거나,원작 파이널 판타지7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매우 쿨(cool)한 분위기의 게임이었습니다.여장을 하는 이벤트 자체야 웃긴 부분이긴 하지만,게임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비교적 담담하게 진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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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공식 최고 미녀

 

PS. 이 부분을 플레이 하는 내내 용과같이 시리즈의 서브퀘스트가 떠올랐는데,용과같이 시리즈의 최신작이 파판이나 드퀘 등의 영향을 받아 턴제RPG로 나온걸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강화된 캐릭터

 

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 첫 번째 작품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이들입니다. ‘아발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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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했듯 본래 미드갈 부분은 게임 전체의20%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초반 내용일 따름이고,어찌되었든 이 캐릭터들은 그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퇴장당할 운명입니다.

덕분에 원작에서 바렛트를 제외한 아발란체의 세 명의 캐릭터는,그저 스토리 진행을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이런 캐릭터에게 스토리텔링을 위한 설정을 부여할 필요성도 의미도 없었죠.

바렛트를 말리려다 화면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코믹스러운 모습의 빅스.뚱뚱한 캐릭터 웨지,제시-3인조 중 홍일점?고작 이 정도의 개성 밖에 주어지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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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얘기가 달라졌습니다.스리슬쩍 넘어가던 스토리의 스케일이 커진 만큼,캐릭터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고,각 캐릭터들에게 이야기와 설정이 부여되었습니다.그들이 싸우는 이유,싸우는 각오를 여실하게 보여줌으로서 몰입력을 부여하고자 합니다.챕터 한 개를 할당해 비중을 늘리고,개개인에게 개성을 부여해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연으로서 뿐만 아니라,게임 내에서 큰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보통사람들을 대변하기도 합니다.초인 적인 능력을 갖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주인공 일행과 달리 일반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을 통해 플레이어의 공감을 끌어내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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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무개성 했고,그저 도움닫기 역할의NPC에 불과했던 아발란체 개개인이 소위인간적인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안타까운 결말이 더더욱 가슴에 와 닿게 됩니다.원작의 무덤덤하다 못해 맥 빠지던 전개를 절묘하게 보강한 셈입니다.원작에서 비중이 적없던,혹은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가 재해석 할 시 지나친 비중이나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성으로 원작을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이 아발란체 캐릭터들의 경우 그런 문제없이 원작과 리메이크 사이의 괴리감을 잘 절충하여 표현한 캐릭터들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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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떠오른 점이 바로 파이널판타지13노라라는 집단입니다.

세계관도 어둡고,처한 상황도 어려운데 리더 스노우의 지휘하에 허구헌날 히어로 타령이나 하는 이 집단에는 파판13을 처음 플레이한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을 붙이기가 어렵네요.동일선상 비교는 힘들지만,제 의견으로 노라가 유치원생이라면,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의 아발란체는 최소한 대학생 급은 된다고 감히 말해보겠습니다.]

 

 

달리 말하고 싶은 캐릭터는 바로 바렛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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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상 이 아발란체 분가-본가가 따로 있다는 설정이 리메이크에 추가-의 리더입니다.원작에서도 이 캐릭터는 틈틈이 주인공에게 딴죽을 걸면서 좋게 말하자면 화끈하게,나쁘게 말하자면 다소 독선적인 언행을 보여주곤 했습니다.정당한 보수를 요구하는 클라우드에게 궁시렁 거리거나,작전 성공을 통한 수고비를 언급하는 웨지의 의견을 강압적으로 무시하는 캐릭터였습니다.귀여운3등신의 폴리곤 캐릭터라면 개그 장면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부분이긴 한데,발전된 리메이크의 그래픽으로 그런 캐릭터 해석은 조금 곤란했을 겁니다.

 

따라서 원작의 독선적인 부분은 최대한 줄이고,책임의식을 강조하는 리더의 마음가짐을 표면적으로 내세웠습니다.자칫하면 과격한 환경 테러리스트 적인 면모만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인데,그래도 캐릭터 중심을 잘 잡은 편입니다.또한 진지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긴 하지만 고소공포증에 대한 호소 등 개그캐릭터저인 면모를 완전히 없애지도 않았습니다.종종 전투 후에 전통의 빵빠레 음악을 부르는 것도 그렇지요.리메이크의원작에 비하면-짧은 내용 동안에도 나름의 개성을 살리고 현대 게이머들에게도 납득할만한 캐릭터성이 갖추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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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앞의 아발란체3인방의 개성이 갖춰짐에 따라 그 리더인 바렛트의 행동도 더욱 공감력을 띄게 되었습니다.슬픔에 절규하거나 애타게 부르는 장면이 원작에서는 다소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반면,이쪽 리메이크에서는 감정 선을 갖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특히 폐허가 된 슬럼가로 돌아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수색하는 부분은 매우 좋았는데요.동료들의 시신이라도 수습하려는 바렛트의 책임감을 통감하는 모습,수습을 위해 클라우드에게 동행을 요청하는 모습 역시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두 캐릭터 간의 유대의 성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던지라 인상이 깊었습니다.

바렛트는 원작에선 초중반 이후 비중이 급락하는 캐릭터인데,리메이크에서는 이왕 캐릭터의 매력을 강화한 김에 다음 파트에서도 캐릭터를 끝까지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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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히로인인 티파와 에어리스에 관해서는 좀 모호합니다.사실 앞에서 언급한 아발란체 등과 달리 이 두 캐릭터는 게임 중반 이후로도 쭈욱 비중이 있는 등장인물 들이다보니,초반 얘기만 몰아넣은 리메이크의 등장 부분 가지고 캐릭터 상 비교를 하긴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굳이 언급하자면 리메이크에서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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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는 노출도 있는 복장과 과격한 권법을 구사하는 모습에,술집 마담이라는 직종에 있어 터프한 여장부라는 인상이 강하지만,실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용사를 동경하는 면이 있는 소녀 적인 감성을 지닌 캐릭터입니다.요약하자면 외강내유 형이랄까요.열차무덤에서 유령이 무섭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 등등 이런 점을 리메이크에서는 나름 잘 살렸습니다.에어리스와의 우정을 강조하는 동시에,연적(?)으로서 견제하는 모습도 가끔 등장해 볼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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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스는 티파와 반대로 청순한 복장에 꽃팔이라는 소녀적인 직업을 가졌으면서 굳세고 당찬 내심을 가진 캐릭터입니다.원작에서는 성차별적인(...)대사를 날린 클라우드에게 반발하기도 하는 등 정치적 올바름이 대세인 요즘이라면 모를까, 97년도에선 자주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요.그럼에도 활발하고 재밌는 면모를 가지고 있는 점이 이 캐릭터의 매력인데,앞에 스케일 부분에서 상술 했듯이 에어리스와의 동행 부분에 포커스가 늘어남에 따라,캐릭터의 매력을 살려주는 부분도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클라우드는...아래쪽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할판매는 정당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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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당시 명백히 하나의 타이틀이었던 작품을,리메이크하면서 여러 개로 분할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제작사의 이런 결정은 과연 옳은 것이엇을까요?결론부터 한마디로 요약해 말하자면아직은 모른다입니다.

 

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먼저 이 리메이크의 정체성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동시에 현재 이 게임에 대해서 가장 말들이 많은 부분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밝혀두자면 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는 일반적인리메이크가 아닙니다.리메이크는 그래픽이나UI를 강화하고,음악을 높은 품질로 재녹음하고,음성 등 몇 가지 추가 요소 정도를 넣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기 위해서라도 그 중심이 되는,근간이 되는 뿌리를 건드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는 그 뿌리를 건드렸습니다. ‘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는 중심을 겁도 없이,과감하게,손을 대었습니다.

 

스토리 쪽에서 달라지는 점을 조금 짚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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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게임 초반부터 이 알 수 없는 존재디멘터짝퉁(...)가 등장해 플레이어-특히 원작을 알고 있는-를 당황하게 만듭니다.필러라고 불리는 이 물체는 잊을 만 하면 적으로 등장하여 존재감을 과시합니다.단순히 새로운 몬스터의 종류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스토리에 직접 관여하기 까지 해 점차 호기심과 의문점을 낳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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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로스의 직접적인 등장이라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환상/실체가 모호하긴 하지만 얼굴을 직접 내비칩니다.원작 초반의 미드갈 부분에선 기껏해야 이름 정도만 언급되다가,후반에서야 갑자기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는데,리메이크는 초반부터 대놓고 얼굴을 보이더니 이윽고 게임의 최종 보스로 등장하기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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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후반에 이르러서는 원작과는 전개 자체가 달라집니다.운명의 벽을 뚫고 나아가,별의 운명을 관장한다는 존재,필러와 맞섭니다.주인공 일행은 자신들의 운명(원작)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글로 적어놓자니 갑작스럽고 얼토당토않은 전개로 보이지만 게임은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을 주었습니다.상술한 필러의 존재나 세피로스의 등장도 그렇고,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과 행동방식 역시 어느 정도 복선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가령 클라우드는 게임 초반,세피로스의 환상(?)과 조우 이후,자신이 세피로스를 죽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듯한 대사를 합니다.이 부분이 원작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반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초반에 흘러가듯 나온 이 장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원작과는 캐릭터 설정이 다르다는 점을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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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리는 에어리스도 수상쩍(?)습니다.필러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하기도 하고,당시로서는 일어날지 확신 못하는 사건을 확신하는 등,뭔가 원작과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결정적으로 별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맞서는 길을 주도하고 다른 일행들을 이끌면서 후반 전개의 중심에 섭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리메이크는 기본적인 리메이크의 상식을 크게 탈피했습니다.원작의 전개를 비트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그렇다고 리부트라 부르기는 모호합니다.원작의 내용을 다 갈아엎은 것이 아니라원래 정해진 운명이라는 다른 설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이런 변화는 스토리 부분에서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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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바로 이 점을분할판매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에아직은 모른다라는 답변을 선택한 근거로 삼겠습니다.왜냐고요?

우리는 리메이크를 하면서 새로운 연출과 스토리 추가 등으로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하지만 결말은?원작의 전체적인 결말까지 바꾸는 파격적인 짓을 과연 할 수 있을까?놀랍게도 제작진은 첫 단추부터 자신들이 과감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음을 천명했습니다.이제는 누구도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저편입니다.예상 범주 안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린 새로이 피어난 가지입니다.원작의 팬들의 손길을 완전히 벗어나버린 새로운 스토리입니다.

그 과감함과 신선함.그리고 기대감.이것의 다음 이야기를 고대하기에,아직까지는 분할판매를 선택한 제작사의 결정을 아직까지는 존중하고 싶습니다.

이제 최소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과는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은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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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독거노인엔딩이라도넣으시게?

 

 

반대로 만약 연출과 그래픽만 업그레이드하고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를 가져와서 분할 판매를 하겠다?그 작품을 해볼 일이야 없겠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비판을 앞세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기술적으로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였든,결국 알맹이는 그대로인 작품을 돈 더 뜯어내자고 분할로 파는 속보이는 짓이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불안한 점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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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샷을 보시죠.

멀리서 보는 풍경은 괜찮습니다.앞에 넓게 펼쳐진 절벽이나 저 멀리 보이는 플레이트는 세계관의 매력을 충분히 표현해주는 그래픽입니다.

...하지만 코앞의 나무 울타리로 시점을 내리면 그 퀼리티에 조금 실망하게 됩니다.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의 그래픽이 대부분 이렇습니다.거시적으로 보면 괜찮은데,미시적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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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그래픽은 괜찮지만,그에 비교해서 배경 그래픽은 많이 신경 쓰지 않은 느낌입니다.티파 말고 뒤쪽의 문을 보시지요.

 

개인적으로 그래픽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유형이고,사실 막눈으로 불려도 모자람 없을 만큼 이쪽에 안목 같은 것이 없는데,이런 본인에게 결점이 드러난 다는 것은 사실 심각하다고 봐야 합니다(...)

 

 

시스템

 

개인적인 의견인데UI가 조금 촌스럽습니다.오리지널 파판7의 구 인터페이스를 현대식에 맞게 손 본 의도적인 디자인 같은데,여전히 구대시적인 느낌이 쏠쏠 풍깁니다.

 

로딩은 굉장히 늦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빠른 편도 못됩니다.사실 평균으로 보면 느린 축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게임을 불러올 때 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게임을 저장할 때도 약간 딜레이가 걸리는 편입니다.

 

 

전투

 

일단,시점 쪽에 조금 문제가 보입니다.카메리가 플레이어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플레이어 캐릭터가 어딘가에 가려 보이지 않는 문제가 가끔 발생합니다.

여기서 록온 문제도 가끔 발생해 원활한 전투를 방해하곤 합니다.

 


직접 컨트롤하지 않는 아군 캐릭터의UI가 좀 많이 소극적입니다.플레이어가 직접 지시를 내려RPG처럼 플레이하게끔 한 설정은 좋은데,가끔은 뭐하나 싶을 정도로 가만히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전투였던 파이널 판타지15의 단점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입니다.


 

매력이 부족한 사이드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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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챕터 중 약4개의 챕터가 이 사이드퀘스트가 존재하는 챕터인데요.큰 제약 없이 위치한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전체적으로 선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게임의 특성상 그나마 비선형적인 구간입니다.다른 말로 약간의 자유도가 허용되는 부분이랄까요.여기서 적게는6,많게는9개 정도의 서브퀘스트를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기타 게임과는 달리 이 사이드퀘스트는 당 챕터가 끝나면 플레이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플레이 한 사이드퀘스트의 숫자에 따라NPC들의 반응이 달라지고,다음 스토리에 약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물론 사이드퀘스트 클리어율이 전체적인 스토리에 주는 영향은 아아주 미미합니다.그러나 오픈월드도 아니고,대부분이 선형적인 플레이인 게임에서 사이드퀘스트의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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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사이드퀘스트의 퀄리티인데요.

비록 몬스터 몇 마리를 잡아라,아이템 몇 개를 가져와라 같은 양산형MMORPG급의 성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반대로 썩 잘 만들어진 퀘스트라고 보기도 힘듭니다.위쳐3등등의 작품으로 눈높이가 올라간요즘 게이머들기준에서는 특히 말이지요.일단 문제를 꼽아보자면

 

1.메인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이동한 구간을 다시 활용.이미 한번 지나갔던 구간을 다시 찾아가서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지역을 재활용하는 만큼 탐험 의욕이 떨어지고,신선하지도 않지요.간혹 퀘스트 용으로 있는 지역이라 봐야 몬스터만 있는 폐공장이나 좁은 벌판 정도 일뿐.

2.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캐릭터와 사이드퀘스트의 내용.원작에 없던 사이드퀘스트가 생기면서 기존에 없던 캐릭터들이 추가된 것은 좋지만.높게 쳐줘도 평이한 수준입니다.단적으로 말해,캐릭터와 스토리,고대로 다른 게임에 그대로 가져다 활용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입니다.세계관의 매력과 독창성이 조금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이 사이드퀘스트를 통해 작게는 미드갈이라는 도시,크게는 가이아라는 행성,더욱 크게는 파이널 판타지7이라는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그럼에도 제작진은 구색 맞춤에 가까운 내용을 그저 채워 넣기만 했을 뿐이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쉬운 몇 가지 연출

 

 

..앞에 연출에 칭찬 하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냐 하시겠지만,전체적으로 보자면 이 게임의 연출 방식이 마음에 들고 공감도 하는 바입니다.

다만 몇 가지,특히 이번 리에이크에 새로 불거져 나온 설정들을 공개하는 과정이 영 매끄럽지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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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작에 없던 열차무덤 챕터입니다.

사실 이 챕터만 놓고 말하자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는 챕터입니다.유령들을 무서워하는 히로인들.에어리스를 견제하는 티파.늘 활발해보이던 에어리스의 고독과 두려움이 표출된 장면 등등.눈여겨 볼만한 장면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등장하는 유령이 된 아이들이라던가,아이들을 지박령으로 만들어버린 악령 같은 존재.이런 설정들이 과연 파이널 판타지7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중요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떡밥만 투척했을 뿐,특별한 결론이 나지 않고 애매하게 끝나버리니 그저 플레이타임 늘이기 용으로 넣어놨다는 등의 비판적인 시각이 잦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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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달리 말하고 싶은 부분은 클라우드가 환각,환청(...)등 에 시달리는 장면입니다.

원작에 비해 세피로스가 빨리 등장하고,또 자주 등장하면서 클라우드가 이에 시달리는 장면도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보다보면 좀 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물쩍 넘어가는 주위 반응이 눈에 거슬립니다.매우 중대한 국면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휘청거리는 클라우드를 대하는 태도가 그냥괜찮냐고 물어보는 수준입니다.심지어 나중에는 쓰러져 의식을 잃기 까지 하는데,굳이 현실적인가 따져보기도 전에 매우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에어리스의 주도로 스토리의 흐름이 바뀌는 후반 부분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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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위 스샷에 있는 대사.

이 장면에서 에어리스 옆에 있는 바레트나 티파는 신라 컴퍼니로 인해 많은 희생을 치루어야 했던 인물들입니다.바로 몇 챕터 이전에선 현재의 동료들을 모조리 잃기도 했지요.

그런 인물들이 단지 현재 동료라는 이유로,혹은 고대종 세트라의 후손이라는 이유로,신라 컴퍼니는진짜 적이 아니다같은 전제를 쉬이 받아들인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원작에서도 미드갈 이후는 사실 신라의 악역으로서의 분량이 줄어들고 본격적으로 세피로스를 쫓는 쪽으로 여행의 가닥이 잡히긴 합니다.하지만 그것은 주인공 일행이 미드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신라 회상의 시체를 확인하고 나서부터입니다.최종적으로 쓰러뜨려야 할줄 알았던 적이 허무하게 퇴장한 것을 확인했으니 적대감과 목표의식이 옅어질 만하지요.하지만 리메이크의 이 시점에는 신라 회장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이 어색한 악역 전환을 위해 게임이 준비한 장치는?바로필러의 존재입니다.이미 별은 멸망할 운명이고,필러는 그 운명을 주도하고,운명에 저항하는 존재들을 배척하기 위해 움직입니다.결론적으로 주인공 일행은 별이 멸망하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라 보다더 큰 위협인 필러에게 맞서는 전개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운명론 같은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통하여 악역을 전환하는 연출..마냥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첫 플레이 당시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 갈 수 있으나 다시금 플레이해보면 영 걸리는 점이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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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이어지는 운명의 벽을 넘는 과정이나 운명의 관장하는 필러와의 대결 역시 한발짝 떨어져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썩 자연스럽지가 못합니다.아직 목적의식도 동료의식도 뚜렷하지 않은 주인공 파티가 의견이 모이는 부분이 심히 작위적입니다.준비 과정이 이렇다보니 보스 전인 자이언트 필러(...)와의 대결도 살짝 얼떨떨 합니다.세 가지의 색이 다른3명의 크리스탈 기사와 자이언트 필러로 이루어진 이 보스전은 고전작 슈퍼마리오RPG의 시크릿 보스전인크리스타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 자신들의 작품을 오마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의 섣부른 추측일까요?여하튼 그런 추측과는 별개로 이 보스전의 연출 역시 리메이크 최초의 거대 보스전이라는 메리트를 제외하면 그다지 뛰어나진 않습니다.

 

 

신규 유저를 배려하지 않는 게임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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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생각하면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시리즈물은 기존 팬과 신규팬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그런 고민이 비교적 필요 없는 편이지요.초코보 같은 소수의 소재들 외에는 스토리와 설정 등등이 시리즈별로 전부 제각기 이기 때문입니다.특히나 이번 작품은리메이크이기도 했으니 신규 유저가 느낄 만한 어색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르더군요,스토리 전개나 연출 등등,플레이어가 원작을 해보았다는 전제를 깔고 제작했다는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습니다.그만큼 신규 유저에게는 스토리 텔링이 매우 불친절한 과정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여기서 특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자주 모습을 보이는 세피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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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피로스가 누군가요?악역임에도 파이널 판타지7의 심볼과도 같은 캐릭터입니다.당시 이 캐릭터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 거리를 주었는데요.미드갈 이후,클라우드의 회상에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이쪽을 서늘한 냉소로 응시하며 불길로 걸어들어가는 컷씬은 그때 기준으로 매우 충격적인 그래픽이었으며 연출이었습니다.이 장면으로 말미암아 세피로스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손꼽히는 악역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리메이크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여가도 없게 되었습니다.일단 저 회상장면이 등장하기 전의 배경인 미드갈이 리메이크의 대부분인데다,설정 변경으로 초반부터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말을 걸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 팬들이야저놈이 대체 뭘 꾸미고 있나의구심이라도 갖겠지만,파이널 판타지7을 처음해보는 입장이라면이 쫄쫄이 입은 장발 변태는 누군데 자꾸 나오는 거야?’싶을 겁니다.과장 좀 섞어서(....).원작의 카리스마나 냉혹함으로 신규 유저에게 매력을 발산시키진 못할망정 그저 말 많은 악당 클리세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캐릭터 측면에서 더 말해보자면 상술한 클라우드의 잦은 발작이나 이상하리만치 신라를 향한 적의를 표출하는 바렛트 등 원작 내용을 알지 못하면 의문점을 품을 만한 부분이 상당히 혼재합니다.

일일이 지적은 못하겠지만 스토리 쪽에서도 신규 유저를 도외시한 모습은 종종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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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단언컨대,이번에 처음 파이널 판타지7을 경험하는 유저라면,원작을 플레이 했던 유저의70%정도의 재미와 감동 밖에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신규 팬들은 명색이리메이크라고 붙여진 게임을 했음에도 원작을 몰라서 생기는 어색함과 아쉬움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럴 거면,어차피 처음부터 분할 판매를 결정했다면,최소한 첫 작품은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내보내고,그 다음 작부터 이번 리메이크의 스토리를 가져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스퀘어식대로 파이널판타지VII-2같은 명칭으로 말이지요.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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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냉정하게,객관적으로 보자면 파이널 판타지7리메이크는 원작의 이름값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소소하지만 많은 단점들이 눈에 띄고,그래픽은2020년 현재의 기준에 맞춰졌을 뿐 최상위의 수준은 안 됩니다.

 

그럼에도 본 리메이크를 호의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게이머로서의 한계일까요.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오래 전에 소식이 끊겼던 친구와 재회한 듯한 반가움과 그리움으로 불만과 불편은 가슴 저 한편으로 치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충격적으로 남았던그 캐릭터의 결말이 다른 방향으로 치닫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은,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대감마저 솟아오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소소한 여담


소니 유통의 지나치게 소심한 판매정책으로 현재 온라인 쪽에서 신품을 구하기가 애매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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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뵈도 하드 게이머 답게 발매 4일만에 플래티넘 트로피를 취득했습니다(...)

 

플래티넘 소감 및 팁을 빙자한 한탄 글을 작성했습니다. 실상 별로 도움은 안될겁니다

 

리메이크 발매에 맞춰 스팀판 오리지널 파판7의 한글 패치가 배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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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하님    친구신청

좋은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리오와루이지    친구신청

잘 봤습니다. 그래도 이번 FF7 리메이크는 전투시스템과 마테리아, 어빌리티 조합에 의한 공략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 배틀시스템 항목에서 몇줄 소개만 하고 단점 위주의 리뷰라 그 점만 조금 아쉽네요.
충분히 장점이 되는 부분도 소개해주시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가령 톤베리를 잡는데 마테리아의 특징과 조합을 모르고 잡을때는 피닉스의깃털 엄청 써가면서 즉사 걸린 캐릭터 부활시켜가며 잡았는데 알고보니 소멸+내성 마테리아를 조합하면 가지고 논다든가 그런걸 알게 되고 더 재밌어지고 마테리아 조합과 상성이 중요하단걸 유의하면서 하드모드 공략했죠.

레옹    친구신청

잘 봤습니다.
플스가 없어 피씨판 기다리는 유저로서 분할하면서 나름의 타당성을 더하려 노력한 티가 나는 게임이라 생각됩니다.

큰 틀에서 파판의 기둥이기도한 에어리스의 운명을 과연 분기하는 식으로 건들까 말까하는 예상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안건드렸으면 싶지만)

두통엔센시아    친구신청

아직 나오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서 딱 어떻다고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하고 했습니다 특히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더군여

어이이봐    친구신청

좋은글 스크랩 하고 갑니다
시간 내서 천천히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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